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

라울 뒤피의 ‘깃발을 장식한 배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깃발을 장식한 배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찬바람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새해, 프랑스 바다의 파란빛과 다채로운 색채를 선사하는 명작을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만나보자. 

도립미술관이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4월 7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은 제목에서 나타나듯 프랑스 미술 작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와 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의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현대 미술 초기에 족적을 남긴 두 작가는, 저마다 다른 활동과 매력을 지녔지만 ‘색채’라는 공통된 특징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4월 7일까지 기획전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을 진행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기획전시실1에 자리 잡은 라울 뒤피 전시는 초창기부터 후기까지, 가벼운 스케치부터 대작 ‘전기의 요정’까지, 미술 세계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구성을 갖췄다. 기획전시실2에 자리한 앙리 마티스 전시는 비교적 압축한 규모지만, 대중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지닌 아트북 ‘재즈’ 원본을 소개하면서 이목을 사로잡는다.

두 전시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색채’, 그 중에서도 ‘파랑’이다.

라울 뒤피는 프랑스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프랑스 해안 도시(라 시오타, 이에르)와 모로코, 이탈리아 베니스 등에서 지내면서 바다의 푸른 빛깔을 여러 작품에서 담아냈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 ‘바다와 구름’, ‘생타드레스 해변’, ‘니스 부둣가 산책로의 카지노 앞을 지나는 두 대의 마차’ 등의 작품들은 바다가 간직한 파랑의 색채들을 화폭에서 구현했다. 

여기에 음악에 대한 인상, 숲과 도시 풍경, 프랑스 수도 파리, 인물화 등 고유한 매력을 간직한 다른 작품들도 눈에 띄고, 특히 회화 보다 정교한 목판화와 패턴으로 장식한 의류 작품들은 라울 뒤피를 보다 넓고 깊게 이해하게 만든다.

라울 뒤피의 ‘방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방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초기 초상화(오른쪽)과 후기 초상화(왼쪽).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초기 초상화(오른쪽)과 후기 초상화(왼쪽).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가 디자인한 의류와 패턴들도 전시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가 디자인한 의류와 패턴들도 전시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무엇보다 2층 앙리 마티스 작품들에서 보이는 파랑과도 연동하며 전시 안에서 흐름을 형성한다.

앙리 마티스는 굴곡진 선을 강조한 여체 작품들, 추락하는 이카루스를 새긴 작품 등에서 파랑을 사용했다. 뿐만 아니라 아트북 ‘재즈’ 전반에 걸쳐 파랑은 중요한 색으로 사용된다. 두 거장이 보여주는 공통된 색채는 자연스레 겨울과 봄을 지나 맞이할 아름다운 여름 제주 바다를 연상케 한다. 

앙리 마티스 전시장에 걸린 글귀.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 전시장에 걸린 글귀.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 아트북 '재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 아트북 '재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재즈' 원화를 함께 소개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재즈' 원화를 함께 소개한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단순한 시각적 인상으로 교집합을 풀어냈지만, 이번 전시는 ‘색채의 여행자들’이라는 부제처럼 단순하면서 때로는 섬세한 초기 현대 미술의 거장들이 뽐내는 색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라울 뒤피의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또는 랑쥐 거리의 아틀리에’는 화폭 안 공간마다 품은 다른 색채들이 붓질의 질감을 품고서 멋진 조화를 이룬다. 앙리 마티스의 ‘한 다발’이나 ‘토보건 썰매’ 등은 종이를 활용해 알록달록 색들을 선명하게 구성한다.

라울 뒤피의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또는 랑쥐 거리의 아틀리에’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또는 랑쥐 거리의 아틀리에’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앙리 마티스의 ‘한 다발’ / 사진=제주도립미술관 누리집
앙리 마티스의 ‘한 다발’ / 사진=제주도립미술관 누리집

새해를 시작하는 연초,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활력으로 자극을 안겨주기 충분한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 전시는 작품 외적으로 제주도립미술관의 영리한 선택이 돋보인다.

도민들에게 검증된 명작들을 부담을 낮춰 소개하려는 도립미술관 입장과 시장 확보에 나서는 기획사 (주)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입장을 조율한 덕분이다. 미술 향유자인 도민 입장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는 비용으로 경험을 넓히는 유의미한 전시다. 이번 전시 제주도민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에 불과하다.

대작 ‘전기의 요정’을 재구성한 영상물과 다큐멘터리, 각종 아트 상품, 앙리 마티스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보는 종이 오리기 체험 공간 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은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게 만든다.

라울 뒤피의 대작 '전기의 요정'을 재구성한 영상물.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라울 뒤피의 대작 '전기의 요정'을 재구성한 영상물.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종이 오리기 체험 공간.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종이 오리기 체험 공간.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도립미술관은 “오늘날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가 남긴 발자취는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기쁨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두 예술가가 꽃피운 창조적 상상력, 정신적 에너지가 담긴 작품은 큰 위안과 감동으로 다가온다”고 소개했다.

기획전 ‘앙리 마티스와 라울 뒤피 : 색채의 여행자들’은 4월 7일까지 도립미술관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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