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365) 남의 보증 앉으면 아기 낳지 말고 일해야 한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것을 빌려 지금을 말한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지 않은가. 옛 선조들의 차고술금의 지혜를 제주어와 제주속담에서 찾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들도 고개를 절로 끄덕일 지혜가 담겼다. 교육자 출신의 문필가 동보 김길웅 선생의 글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 깃든 차고술금과 촌철살인을 제주어로 함께 느껴보시기 바란다. / 편집자 글 


- 보장 : 보증(保證)
- 앚이민 : 앉으면, 서면
- 애기 : 아기
- 말앙 : 말아서, 말고서  

보증 섰다가 잘못돼 남의 빚 갚느라 아기도 낳지 못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토정(吐情)한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보증 섰다가 잘못돼 남의 빚 갚느라 아기도 낳지 못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토정(吐情)한 것이다. / 사진=픽사베이

예전에는 남의 빚 보증을 섰다가 낭패 당하는 예가 허다했다. 돈을 빌리면서 보증인을 세우는 데에 인정상 마다하지 못해 보증을 앉는 것이다. 돈을 빌렸다는 차용증서에 보증인으로 자필해 인감도장을 꽝하고 찍은 것. 

보증인에도 먼저 이름을 매단 사람이 제1보증인, 그 아래로 쓴 사람이 제2보증인이다. 책임을 지는 차례(서열)을 정해 놓은 것.

만약, 돈을 빌린 사람이 변제(辨濟)할 능력(돈)을 상실해 기한 내 갚지 못 할 때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판이다. 돈을 빌린 장본인인 차용인을 대신해 돈을 갚아내야 한다. 혹여 제1보증인일 경우는 위험 부담이 갑절로 크다. 

보통 문제인가. 차용금이 클 때는 집 밭이 날아갈 수는 왜 없으랴. 

그래서 예로부터 남의 보증 서는 것을 금기(禁忌)로 여겼다. 친구의 사정에 못 이겨 보증인이 됐다가 잘못된다면 하루아침에 원수지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증은 형제 사이에도 서지 않는 예가 많다.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동기간에 의절(義絶)이라는 최악의 불행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보증 섰다가 잘못돼 남의 빚 갚느라 아기도 낳지 못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토정(吐情)한 것이다. 

사기꾼이 감언이설로 다가오는 수도 적지 않다. 참 고약한 세상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 자리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락 외 7권, 시집 ▲텅 빈 부재 ▲둥글다 외 7권, 산문집 '평범한 일상 속의 특별한 아이콘-일일일'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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