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교육부, 3월부터 무조건 늘봄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 
제주도의회 “인력 채용·활용 등 과제 산적, 학교에 부담 전가 안돼”

정부 주도로 올해 3월 새학기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추진되는 가운데,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늘봄 추진에 어려움을 토로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3월 늘봄 시작’을 사실상 밀어붙인다는 평가다. 

20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교육위) 회의에서는 코앞에 둔 늘봄학교에 대한 우려와 성토가 이어졌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제주도교육청(교육청)은 올해 1학기에는 초등학교 55개(48.2%)에, 2학기에는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 올해는 초등학교 1학년, 2025년에는 1~2학년, 2026년에는 초등학교 전 학년에 늘봄학교를 적용한다. 늘봄학교는 기존 돌봄·방과후 과정과 다르게 원하는 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 저녁 시간까지 운영한다.

다만, 문제는 정부가 기존 계획보다 1년 앞서 늘봄학교를 도입하면서 인력·공간 등에 있어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특히,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반드시 3월에 늘봄 시작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1학기 제주지역 늘봄학교에 투입될 기간제 교원을 채용 중인데 1차 채용에서는 15개 학교만 채용 절차를 마무리했다. 오늘(20일) 면접 절차를 밟는 2차 채용까지 합쳐도 최대 48개 학교만 늘봄 기간제 교원을 채용한다. 나머지 7개 학교에서 늘봄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뽑으려면 3차 채용 공고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황국 의원은 “1학기 시작이 당장 3월인데 만약 2차까지 늘봄 기간제 교원을 채용하지 못한 7개 학교는 늘봄에서 배제되는 것이냐”고 오경규 교육국장에게 물었다.

오경규 교육국장은 “지난주 전국 교육청 교육국장 회의가 열렸는데, 교육부 정책실장이 이 자리에 와서 늘봄 업무를 푸시하는 모습이 없지 않았다. 기간제 교원 채용이 어려운 제주 상황을 언급하면서 채용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늘봄 시행의)여유를 주면 안되겠냐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 정책실장은 ‘3월 4일에는 무조건 늘봄 프로그램이 돌아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교육청 교육국장들이 원성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전국 교육청 교육국장이 늘봄학교 시기를 조절해달라고 교육부에 공식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교육부는 이미 발표된 정책이고 현장에 어려움이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며 “교육부에서 매주 한 차례씩 교육부 차관 주관으로 늘봄학교 관련 회의를 여는데, 늘봄학교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서 실시하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식 의원은 “정책 추진 준비가 전혀 이뤄진 상태에서 원래 계획을 1년이나 앞당겨 정부가 발표하니 교육청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늘봄학교는 예산, 인력 모두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다. 교육청도 교육청이지만 정부가 문제가 있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한데도 탑다운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는 늘봄학교 공간이 부족하면 모듈러를 활용하라고 방침을 세우지만, 정작 모듈러 예산은 지원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오경규 교육국장은 “난감한 상황이다. 학교 현장과 소통을 더 하면서 지금 공간에서 가능할지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라고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했다.

그러자 양홍식 의원은 “늘봄학교 문제를 학교 현장에 넘기면 안된다. 하반기 초등학교 전체 늘봄학교 적용은 불가능하다. 교육청은 ‘현재 늘봄학교 추진 계획은 교육부가 현장을 모르는 것이기에 시행은 늦추라’고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부족한 공간과 인력은 학교와 협의해서 해결할 사안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늘봄 기간제 교원 채용 예산 10억원, 늘봄 프로그램 운영 강사 채용 예산 10억원을 교육부가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결국 이미 계획된 예산을 줄여서 써야 하지 않느냐. 이런 문제들을 중앙 정부에 강력히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규 교육국장은 “교육부에서 늘봄학교 회의가 있기에 이야기 해보겠다”고 답했다.

오승식 의원도 “늘봄학교 기간제 교원의 성격은 대체 어떤 형태냐. 10~15시간 교과 수업을 하고 늘봄 관리도 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2학기 때 늘봄 실무원을 따로 채용하고 나면, 늘봄 기간제 교원 55명 역할은 어떻게 되느냐”고 지적했다.

덧붙여 “늘봄학교를 선도적으로 운영하려는 부산, 전남 사례를 보니 교육부와 다르게 방침을 세웠다. 참고해서 제주만의 계획을 녹여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고의숙 의원은 초등뿐만 아니라 중등 정교사 자격증 소지자까지 채용하는 늘봄학교 기간제 교원 자격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공식 발표하고 정해둔 계획 어디를 봐도 제주형 늘봄학교 구상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창식 위원장도 “13시간 동안 초등학생 저학년들을 학교에 묶어두겠다는 것은 문제 아니냐. 교육청에 있는 직원들도 교육자 아니냐. 어느 것이 좋은 방안인지 검토하고 분석해서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해야할 것 아니냐”고 질타하며 “인력 채용부터 프로그램 구성까지 단순히 교육부 방침을 따르는 게 아니라 제주 특화형 늘봄학교가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교육청에서 늘봄학교 TF팀을 만들어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업무보고까지 교육청 만의 늘봄학교 대책을 마련해올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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