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환자·가족들 ‘전전긍긍’…제주도, 24시간 비상근무체계 가동

20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비상진료체계 알림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찾은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비상진료체계 알림이 붙었다. ⓒ제주의소리

“퇴원해야 할 수도 있대요. 의사가 없어서….”

제주대학교병원 전공의 75명 중 53명이 무더기로 무단결근한 20일 오후 제주대병원 1층 로비.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난 19일 수술을 받고 입원한 김태완씨(59)는 “정말 큰일”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 씨는 “수술 받은 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 전공의들이 사직해 빨리 퇴원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며 “염증이 재발한 거라 이번에는 치료를 잘 받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정형외과에서 다리 수술을 받았으나 감염 부분에 있어선 내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내과 전공의들이 대거 무단결근하면서 회복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김 씨의 보호자도 “뉴스가 시끌벅적하더니 정말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태환씨.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김태환씨. ⓒ제주의소리

응급의료센터에도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알리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전공의·수련의 부족으로 응급실이 비상진료체계로 운영된다는 내용이었다.

제주대병원은 긴급도와 중증도가 높은 심폐정지, 응급분만, 응급투석, 한국형응급환자 분류도구 1-2등급 환자에 우선해 접수·진료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날 오후 찾은 응급의료센터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으로, 진료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제주대병원 응급센터 관계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어제(19일)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져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다행히 오늘은 환자 자체가 적은 편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환자를 진료할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다 보니 진료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찾은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대기실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찾은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대기실이 한산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제주도내 전공의 141명 중 103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53명이다.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75명 중 근무자가 22명에 그쳤다. 육지부 타 병원에서 제주대병원으로 파견된 20명의 전공의도 무단결근했다.

외부에서 파견된 한라병원 20명, 서귀포의료원 3명, 한마음병원 3명, 중앙병원 3명, 한국병원 1명의 전공의도 출근하지 않았다. 한라병원 본원에 근무하는 13명의 전공의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현실화됨에 따라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구성하는 등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종합병원 응급실 및 필수진료과 진료현황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특정병원 응급실 과밀화 방지를 위한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 연장 및 주말과 공휴일 진료를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의원급 동네 의료기관까지 진료 공백이 확산되는 경우에는 보건소 연장 진료도 추진키로 했다.

또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에서 수련병원의 '전공의 집단휴진 관련 현지 조사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함에 따라 20일부터 2인 1조로 4개반을 편성해 전공의 근무 수련병원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현장조사에서는 전공의 근무상황을 점검해 전공의의 휴진 참여자가 확인되는 경우 업무개시 명령서를 교부한다. 당직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 시에는 응급실 근무명령 미준수 확인서를 징구하고 보건복지부로 전달해 조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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