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 개정에 농지 매각 어려워
토지담보 대출부담 농가들 ‘끙끙’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금 부담이 커지면서 토지 매각을 고민하는 농업인들이 늘었다. 하지만 경자유전 원칙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제주에서 거래된 토지는 1만8602필지로 2021년 3만577필지와 비교해 2년 사이 40%나 줄었다.

지목이 ‘전’인 농지의 경우 2021년 5190필지에서 2022년 4367필지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25필지로 쪼그라들었다.

토지거래 감소는 농지법 개정 영향이 크다. 정부는 2021년 대규모 농지 투기 사태를 계기로 경자유전 원칙을 강화하는 농지법 개정에 나섰다.

주말농장 목적의 농지 매입을 제한하고 농지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지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도록 하는 등 거래 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만들었다.

법률 개정 이후 이른바 가짜 농부를 차단하는 효과를 거뒀다. 투기 목적의 농지 매입에 따른 농업용지 감소를 줄이는 역할도 했다.

문제는 기준 강화로 토지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면서 토지 매매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대출에 부담을 느끼는 농가들이 토지 매각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로 농지를 처분해 생활자금을 마련하려는 농가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사유로 농지가 매물로 나오지만 정작 매매는 제한적이다. 강화된 규제로 농지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줄면서 토지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부채를 털기 위해 토지 매각에 나선 농업인들은 금융기관의 이자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울며 겨자 먹기로 주변 영농인들에게 농지를 급매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오늘(20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열린 ‘제주지역 경제동향 간담회’ 자리에서도 농지거래가 위축되면서 농업가구의 토지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증대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농지 거래를 위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 농민들 스스로 경자유전 원칙을 무너뜨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민을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정작 농가들 토지거래가 어려워졌다”며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농민들도 섣불리 법률 개정을 내세우기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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