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故 진윤희 엄마 김순길...“보다 안전한 사회, 함께 만들어 가자” 
세월호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 25일 제주 시작으로 3월 16일까지 개최

“제주는 예전 제 신혼여행 장소였어요. 그 일 있기 전에 가족여행도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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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故 진윤희의 엄마 김순길.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9반 故 진윤희 양의 엄마 김순길. 그에게 제주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안겨주는 섬이다.

‘단장지애(斷腸之哀).’ 자녀를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슬픔은 마치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과 같다고 한다. 팽목항에서, 아스팔트 바닥에서, 국회에서…. 김순길 씨는 10년 동안 단장지애를 감내해왔고 어느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었다.

딸을 가슴에 묻은 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다시 제주로 왔다.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전국 순회 행진을 이곳 제주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25일 흐리고 쌀쌀한 날씨 속에 제주시청에서 제주항여객터미널까지 4.16km 행진을 마친 김순길 씨는 “이 정도 날씨는 뭐…, 더 많은 거리에서도 걸었다”고 담백하게 소감을 밝혔다.

‘만약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란 상상을 더해본다. 그렇다면 김순길 씨가 지나온 제주항여객터미널, 중앙로, 제주시청, 성산일출봉을 10년 전에 딸과 친구들도 찾아갔을 것이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여기 제주항에 도착했어야 했는데, 아이들이 제주항에 와서 제주를 잘 둘러보고 경험하고 돌아왔었다면…”하고 곱씹으며 “억울함을 알리고 여전히 남은 문제들을 알리기 위해, 아이들이 걸었을 지도 모를 그 제주 시내를 걷는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제주에 그냥 놀러왔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행진을 하면서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산이 변하는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쉽게도 역사는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안전’을 중요시 여겼고 그 문화가 정착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수 백 명이 압사 당하는 초유의 참사가 발생했고, 청주 지하차도에서는 사람들이 빗물에 익사 당했다. 젊은 해병대원은 폭우 속에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없이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졌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두 불과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순길 씨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세월호 침몰을 목격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책임지는 국가는 없었고, 10년을 싸워서 겨우 책임을 물었던 인사들도 대통령이라는 권한으로 사면을 시켰다. 이런 상황들에 대해 오늘날을 사는 시민들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다른 참사들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10주기를 맞이한다”고 밝혔다.

김순길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김순길 사무처장.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징역 2년을 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 참모장을 사면시켰다. 형이 확정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사면하면서 ‘약속 사면’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김순길 씨가 속한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를 비롯해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4.16재단 등은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를 결성해 20박 21일 일정의 전국시민행진을 진행한다. 25일 성산일출봉 기자회견과 제주시청~제주항까지 행진하며 첫 일정을 소화하고, 다음으로 팽목항과 진도로 이동한다. 이후 ▲전남·광주 ▲경남·부산 ▲경북·대구 ▲전북 ▲충청·대전 ▲강원 ▲수도권·서울 순서로 이동한다. 도착날인 3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 16분에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기억문화제를 진행한다.  

김순길 씨는 제주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로 “제주는 4.3항쟁으로 인해서 정말 많은 시민들이 처참하게 희생됐다. 국가폭력에 의해서 더 이상 희생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들은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참사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더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 제주시민들이 그와 연관된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참사10주기 전국시민행진을 시작하는 장소는 성산일출봉이다. / 사진=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세월호참사10주기 전국시민행진을 시작하는 장소는 성산일출봉이다. / 사진=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시민행진단은 제주시청에서 출발해 제주여객터미널까지 행진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시민행진단은 제주시청에서 출발해 제주여객터미널까지 행진했다.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노란 우산을 쓰고 참여한 시민행진단.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노란 우산을 쓰고 참여한 시민행진단. ⓒ제주의소리 한형진 기자
제주시청에서 제주항여객터미널까지 4.16km 행진을 마친 시민행진단. / 사진=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제주시청에서 제주항여객터미널까지 4.16km 행진을 마친 시민행진단. / 사진=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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