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제주 경제 지탱하는 외국인노동자
3명 중 1명 미등록신분, 제주형 고용제도 마련해야

제주 농가의 일손 부담 덜어주는 외국인노동자들. ⓒ제주의소리
제주 농가의 일손 부담 덜어주는 외국인노동자들. ⓒ제주의소리

제주에는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그림자 같은 노동자가 있다. 농작물 수확이 한창인 농가에 가서도, 분주하게 자재를 실어 나르는 건설 현장에서도, 손님이 줄을 잇는 식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은 ‘미등록외국인’이다.

2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1, 2차 산업이 주류이던 제주에서도 뚜렷한 산업구조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1, 2차 산업을 빼놓고 제주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논할 수는 없다.

제주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이 곳에서의 빈자리는 외국인노동자가 대신 채워갔다. 제주 청년 대신 농가에서는 네팔 국적 청년이, 건설 현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청년이, 식당가에서는 중국 청년이 일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그들은 제주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연스레 흡수됐다.

공식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제주 노동시장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에서 그들은 훨씬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법무부 등록외국인 지역별현황 월보 및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31일 기준 제주지역 등록외국인은 총 2만1592명으로, 제주시에 1만4205명, 서귀포시에 7387명이 체류하고 있다.

체류자격별로는 비전문취업(E-9)이 3903명(18.1%), 영주(F-5) 3372명(15.6%), 특정활동(E-7) 2732명(12.7%) 선원 취업(E-10) 2493명(11.5%), 결혼 이민(F-6) 2374명(11%) 순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6881명(31.9%)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은 베트남 3662명(17%), 인도네시아 2388명(11.1%), 한국계 중국인 1242명(5.8%), 네팔 1220명(5.7%)이 줄을 이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제주지역 인구수 대비 등록외국인 비율은 3.2%로, 충남 3.4%와 유일하게 3%대를 기록했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외국인노동자가 제주 사회를 떠받친다는 말이 더욱 와닿는다.

2002년 12월31일 기준 제주지역 등록외국인은 1313명에 불과했다. 20년 사이 제주 총인구수가 58만831명에서 67만8159명으로 23.1% 늘어난 사이 등록외국인 수는 1544% 폭증한 것이다.

등록외국인의 국적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02년 등록외국인의 국적은 중국이 374명, 타이완이 289명, 일본이 137명, 미국이 113명, 기타 319명 등이었다. 20년 전에는 경제력이 비슷한 서남아시아 국적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동남아시아 국적 외국인이 주류를 이룬다. 코리안드림(Korean Dream)을 꿈꾸며 제주를 찾은 이들이다.

외국인들이 3D직종(Difficult, Dirty, Dangerous)을 자처하며 제주 필수 노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사회는 이들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

그 지표가 미등록외국인이다. 음지의 영역인 만큼 명확한 통계는 없으나 등록외국인이 2만1000여 명으로 느는 동안 미등록외국인 또한 1만5000여 명 규모로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외국인노동자 3명 중 최소 1명은 법망을 벗어난 미등록 신분인 셈이다.

실제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나오미센터)가 2022년 12년 발간한 ‘외국국적 이주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남서부 지역 농장주 202명이 1년간 고용한 외국인노동자의 84%가 미등록 신분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91%는 인력사무소, 지인 소개 등 비공식 경로로 고용된 것으로 조사돼 씁쓸한 시사점을 남겼다. 이제는 암암리도 아닌, 대놓고 미등록외국인 고용이 만연한 사회가 된 것이다.

미등록외국인이 양산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처지의 외국인노동자를 만나온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위원회 나오미센터 관계자로부터 그 내막과 제언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10인 미만 사업체가 약 94%에 달할 정도로 제주는 영세한 고용주가 대부분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비전문취업 혹은 계절근로 비자로 외국인들을 데려온다 해도 영세한 고용주들이 고정적인 인건비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모든 이가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고용주들은 언제든 손이 필요할 때 쉽게 고용할 수 있는 미등록외국인을 찾는다. 제주의 현실적인 노동력은 미등록외국인으로부터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며 제주형 외국인고용제도를 모색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전북의 경우 법무부와 MOU를 맺어 외국인노동자의 체류 기간 연장을 도지사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경북은 올해 지역특화형 비자사업으로 외국인이 인구감소 지역에 일정 기간 의무 거주, 취업하는 조건으로 거주(F-2), 동포(F-4)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렇듯 인력난을 겪는 각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데 제주도만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외국인노동자 관리도 수월하다. 미등록외국인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력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두 번의 강산이 변하는 동안 외국인노동자를 ‘모셔 오는’ 때가 왔다. 제주 경제를 떠받치는 외국인노동자 정책, 이제라도 반환점을 맞아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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