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6회 연속 ‘3석 싹쓸이’ 도전
인물·구도 변화 서귀포 최대 승부처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열흘 후면 후보자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 운동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제주는 2004년 제17대 총선 이후 20년간 더불어민주당이 3개 선거구를 독식해 왔다. 서귀포시의 경우 2000년 제16대 총선부터 6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민주당 강세가 뚜렷해지면서 보수 정당에서 제주는 험지로 분류된 지 오래다. 소수정당에서도 이를 타파할 마땅한 인물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최소 1석의 탈환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사령탑인 제주도당위원장과 예비후보가 동반 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역 국회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고 예비주자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러 변수가 등장하면서 남은 한 달간 선거구별로 치열한 전략 싸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갑, 현역 탈락에 무주공산

왼쪽부터 고광철 국민의힘 우선공천 대상자, 김영진 무소속 출마자,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왼쪽부터 고광철 국민의힘 우선공천 대상자, 김영진 무소속 출마자,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제주시갑 선거구는 현역인 송재호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알코올 중독과 녹취록 등 여러 의혹에 직격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을 지낸 문대림 후보가 출격하면서 현역 프리미엄이라는 인지도 싸움도 희석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훈 전 도의원이 부적격 판정을 받아 중도 하차하고 김영진 전 당협위원장이 내부 평가에서 밀리면서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제주 출신인 고광철 보좌관을 전략공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반발해 허용진 전 제주도당위원장과 김영진 전 당협위원장이 전격 탈당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양자대결 구도 역시 무너졌다. 공교롭게도 제주시갑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잦았다. 지난 20년간 탈당 후 당선된 사례는 전무하다.

민주당은 보수표 분산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내부 갈등 수습이 고민거리다. 경선에서 탈락한 송재호 의원 측의 행보에 따라 지지 정당의 표심이 요동칠 수도 있다.

#제주시을, 후보 단일화로 3자 대결

왼쪽부터 강순아 녹색정의당 예비후보, 김승욱 국민의힘 예비후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왼쪽부터 강순아 녹색정의당 예비후보, 김승욱 국민의힘 예비후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제주시을 선거구는 유일하게 선거연대가 이뤄진 곳이다. 민주당과 진보당 제주도당이 ‘제주 민주개혁 선거연대’를 결성하면서 후보자를 단일화 했다.

송경남 진보당 예비후보가 물러나면서 김한규 국회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재선에 도전한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김승욱 전 당협위원장, 녹색정의당은 강순아 부위원장이 출전한다.

송 예비후보의 중도하차로 제주시을은 기존 4자 구도가 3자 대결로 재편됐다. 다른 지역구와 달리 현역 프리미엄이 강해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더욱이 제주시을은 연이은 택지개발로 젊은층이 대거 유입돼 민주당 강세가 또렷해지고 있다. 실제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선거구 내 도의원 10석을 민주당이 싹쓸이 했다.

국민의힘은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당시 30대인 부상일 변호사가 새바람을 일으켰다. 다만 5차례 선거에 모두 출마해 패배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이중 19대 총선은 중도하차였다.

보수는 물론 소수정당에서도 인물론을 앞세운 세대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험난한 대결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보궐을 포함해 7연속 무패행진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서귀포시, 백중지세 속 화력 집중

왼쪽부터 고기철 국민의힘 예비후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왼쪽부터 고기철 국민의힘 예비후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이름 가나다순)

서귀포시 선거구는 본선에서 가장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역 여론에서도 막상막하의 대결 양상이 펼쳐지면서 도민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위성곤 국회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을 영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치열한 당내 경선까지 펼쳐지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서귀포시는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의 고진부 후보가 신한국당의 변정일 후보를 물리친 이후 24년간 6차례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했다.

반면 2022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제2공항 건설 여파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지지가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대선에서 43개 읍·면·동 중 유일하게 서귀포시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앞서는 곳이 등장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관내 선거구 10곳 중 5곳에서 국민의힘 도의원이 탄생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흐름을 발판 삼아 24년 만에 의석 탈환을 노리고 있다. 당 차원에 총력 유세도 예고했다. 민주당도 이에 맞서 화력을 집중하면서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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