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의혹 선제적 대응 차원..."잠재적 범죄자 취급" 내부 반발도

화북2 공공주택지구 예정지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화북2 공공주택지구 예정지역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정이 제주 개발사에서 단일 지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주택지구인 가칭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공직 내부 땅 투기 의혹을 근절하기 위한 내부 단속 강화에 돌입했다. 

다만, 모든 직원에 대해 개인정보 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한 것이 적정한 조치냐는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아 후폭풍이 예상된다.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오는 2033년까지 제주시 도련동, 화북동, 영평동 일대 92만4000여㎡ 부지에 5500세대, 약 1만2650명 수용을 목표로 계획된 화북2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은 전례가 없는 규모다. 사업 부지를 비롯해 인근 토지의 부동산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28년까지 일대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제한됐다.

이와 맞물려 제주특별자치도는 내부정보를 악용한 부동산 투기 사례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12일자로 제주도청 소속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실거래신고 자료를 열람하기 위한 개인정보동의서를 요구했다. 

요구한 자료가 4월 12일까지 수합되면 이후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 자료와 개인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투기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특히 건축·주택 등 업무 연관성을 지닌 공무원에 대해서는 본인뿐만 아니라 직계존속·비속(배우자의 직계존속·비속 포함)의 개인정보까지 동의를 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이른바 'LH사태'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당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LH사태 이후 이해충돌방지법과 공공주택특별법 등에 개정되면서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관련 규정이 신설됐지만, 제주의 경우 LH사태 이후 이렇다 할 부동산 개발사업이 없다보니 개인정보동의서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공직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씨는 "단지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치 잠재적 범죄자인 것마냥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라며 "공무원이라면 더 잘 알겠지만, 자신과 직접적인 업무 연관성이 있는 일이 아니면 바로 옆 부서 일도 속속들이 알 수 없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도 "말단 공무원도 접할 수 있는 정보라면 언론계나 업계 관계자들이 정보 접근에 더 용이한 것 아니냐. 이들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을 조사할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공무원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공직 내부 소통망 시스템에도 '관련 부서 정보만 받으면 될 일', '내 돈으로 부동산 투자하는 것도 범죄냐', '공무원이 봉이냐' 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반면, 제주도는 청렴성을 기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창윤 소통청렴담당관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은 제주만이 아닌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전국 공통사안"이라며 "이후에라도 제기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소하는 차원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송 담당관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개인정보 동의서 요구 외에)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투기 관련 정보를 직접 매칭하기 위해서는 선행돼야 하는 절차"라며 "공무원이기 때문에 지녀야 할 의무가 있고, 일정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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