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문인협회 고길선(사진) 시인이 월간 문예사조 이달의 시인으로 선정됐다.
서귀포문인협회 고길선(사진) 시인이 월간 문예사조 이달의 시인으로 선정됐다.

서귀포문인협회 소속 고길선 시인은 ‘월간 문예사조’ 3월호 통권 399호에서 이달의 시인으로 선정됐다.

399호에서 소개한 고길선 시인의 작품은 모두 10편이다. 고길선 시인은 숨비소리시낭송회 회원, 서귀포문인협회 회원, 제주문학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고길선 시인은 지난해 12월호 ‘월간 문예사조’에서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누에머리 끝은 가칠하다.
고길선

놀구름이 내려앉는 누에머리 끝에 
가칠한 네가 있다. 

발씬발씬 웃음 짓던 매초롬한 너의 얼굴은 
이제 없고 거머멀죽한 수피만 떠오른다. 
그제 오늘은 애써 잊어 도망갔고 
어제, 오늘은 무심코 바닥에 뒹구는 너를 밟은
죄책감에 다숙이고 가슴 쓸어내린다.
달각거리듯 두들기고 문질 대어 가슴 한켠
묵직하게 누르는 아픔
빠각거리는 고르지 못한 숨결
그 소리 마중하러 
급히 버선발로 나갔다. 
터벅터벅 돌아서는 실망스런 내 발자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푸념하듯 쓰러진다.

담상담상 쌓아 올린 돌 틈 사이로 
삐죽이 헤집고 들어온 어스름 녘 볕뉘가 
기우스름하게 그루잠 자는 
너의 등허리에 화살 볕 되어 꽂힌다.

가스러진 너의 머리 위로 괴괴한 적막감이 
흐르고 잠시,
그 볕 튕겨 나가듯 신기루 되어 사라진다. 

아마 가물가물한 아픔이 
내일 오늘 그리움으로 보내고 나면
머리 위 망각이 하얗게 내려앉아 깊게 
패인 볼우물에 미소 걸려 있겠지.

마루 끝 코숭이에 실잠자리 사붓이 내려앉는
내 마음도 두 빛 나래 활짝 펴듯 날아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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