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대학 1학기 개강식 북콘서트...현기영 작가
“이승만은 학살 책임자…4.3을 평화로 승화해야”

ⓒ제주의소리
19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개최된 제주도민대학의 2024학년도 1학기 개강식에서 현기영 작가의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제76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화와 상생이라는 4.3의 가치를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제주도는 ‘제주의 봄, 제주도민대학과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을 주제로 한 제주도민대학의 2024학년도 1학기 개강식을 19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개최했다.

개강식의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순이 삼촌, 제주도우다: 제주도의 아픔과 희망을 읽다’ 북콘서트에서는 현기영 작가가 마지막 4.3 소설이자 필생의 역작 ‘제주도우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최근 역사를 폄훼·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다.

현 작가는 “순이삼춘을 펴내자 보안사에서 잡아가 모진 고문을 하며 ‘다신 이런 글을 쓰지 말라’고 협박했다. 안 쓰려고 했지만, 마음 같지 않았다. 4.3 때문에 끌려가 감옥살이를 한 것이니 4.3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걸 몸소 느꼈다. 그 당시 고문을 당하고 죽임당한 이들의 심정,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감옥살이를 마친 그는 억하심정에도 4.3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끝내 그럴 수 없었다. 그에게 4.3은 업보이자 운명 같았다.

현 작가는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당하는 악몽을 꿀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그런데 꿈속에서 고문하던 사람이 다름 아닌 4.3 영령들이었다.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4.3에서 벗어나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억울한 3만 혼을 달래는 무당이 되자고 결심했다. ‘나’라는 심방을 통해 영령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듣고, 그 말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우다는 3만 영령에게 바치는 공물과도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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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개최된 제주도민대학의 2024학년도 1학기 개강식에서 현기영 작가의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현 작가는 ‘4.3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글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1948년 무장봉기가 일어나기 1년 전 3.1절 발포 사건이 있었고, 이때부터 제주 항쟁이 시작됐다. 해방 국면에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데 친일파는 척결되고 그 자리에 새 인물이 들어서야 하는데, 이승만과 같이 남한만의 단독 선거를 주장한 사람들, 남북 분단을 주장하는 미군정의 목소리를 대신 낸 사람들에 대한 저항을 표출한 게 제주 4.3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 작가는 4.3에 남로당, 민족주의자 등이 연관된 것은 맞지만, 결코 이념의 문제가 4.3의 본질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3.1절 발포 사건으로 무고한 6명이 죽고, 또 1년 뒤 3명이 고문치사 당한다. 1명의 희생자만 나와도 봉기와 혁명이 일어나는 것인데, 1년 사이 9명의 젊은이가 죽으니 4.3 무장봉기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결국 4.3은 미국의 범죄고, 학살의 최종책임자인 이승만의 범죄다. 누군가는 4.3 희생자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이승만은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하지만, 말이 안 된다. 3만명의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게 아버지인가. 그는 원흉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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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개최된 제주도민대학의 2024학년도 1학기 개강식에서 현기영 작가의 북콘서트가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결국 그가 제주도우다, 순이삼춘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4.3의 비극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것. 역사를 잊으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는 깊은 우려다.

현 작가는 “최근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4.3의 양민 학살 최종 책임자는 이승만이다. 이를 지각할 수 있는 도민, 국민이 돼야 한다. 4.3의 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깨달을 줄 알아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다음 세대의 4.3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 4.3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서 신성여자고등학교 양고은양, 서귀포여자고등학교 고시연양, 브랭섬 홀아시아 이해담양, 보물섬학교 정한비양 등 4명의 미래 세대가 패널로 참여해 현 작가와 제주 4.3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나눴다.

현 작가는 ‘4.3을 잊지 않기 위해 다음 세대가 해야 할 노력’으로 4.3을 평화의 키워드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 작가는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독일의 경우 교과서의 국가의 잘못을 강조한다. 국가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인권과 평화의 문제를 교과서에 비중 있게 싣는다. 4.3 역시 대한민국 역사서, 교과서에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3만명의 죽음이 사회를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전쟁 반대, 평화, 인권의 키워드로 4.3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북콘서트에 앞서 ▲박호범 강사의 ‘생활 속 소통의 지혜’ 특별강의 ▲도민대학 개강식 본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학기 제주도민대학에는 29개 정규과정에 549명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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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제주의 봄, 제주도민대학과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을 주제로 한 제주도민대학의 2024학년도 1학기 개강식을 19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4층 공연장에서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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