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 ④ 한라산과 어승생오름

해발 1169m, 제주시 해안동에 위치한 어승생오름은 수려한 경관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며 대표 오름으로 꼽힌다. 제주의 자연·문화·인재를 위해 공익사업을 진행해오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은 지질학자 안웅산, 식물학자 송관필, 동물학자 김은미, 여행작가 조미영과 함께 1년 조사를 거쳐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그림은 송유진이 그렸다. [제주의소리]는 제주 오름 보전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자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 일부를 매주 한차례 연재한다. 어승생오름 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오름 전반에 걸친 유용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편집자 주]


한라산과 어승생오름

한라산은 한반도의 남쪽 북위 33°06′~33°34′과 동경 126°08′~ 126°58′에 있는 화산섬이다. 동서의 길이가 73km, 남북 길이가 31km인 타원형의 섬으로 가운데 1,950m의 한라산과 360여 개의 측 화산인 오름이 있으며, 8개의 유인도와 71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섬이 아닌 추자도를 제외하면 다려도, 토끼섬, 우도, 지귀도, 섶섬, 문섬, 새섬, 범섬, 서건도, 형제섬, 마라도, 가파도, 차귀도, 비양도 등 유인도와 무인도를 포함한 14개의 섬이 있다.

한라산은 정상부를 정점으로 주로 현무암으로 구성된 동서사면은 3∼5°의 매우 완만한 경사지를 이루는데 비해, 조면암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남북사면은 5∼7°로 다소 급한 경사지를 이루고 있다. 제주도의 경사지별 분포율을 보면, 경사가 0∼5°인 지역은 24.07%, 경사가 6∼10°인 지역은 44.43%, 경사가 11∼15°인 지역은 24.10%, 경사가 16∼20°인 지역은 4.4%, 경사가 21° 이상인 지역은 2.9%이다(제주도, 1993).

한라산의 하천은 총연장 77.1km에 이르는 60개의 지방하천과 66개의 소하천이 흐르고 있으며(제주도, 2001), 동서지역의 일부 하천을 제외하고는 한라산 고지대에서 시작하여 남북방향으로 발달해 있다(그림 1).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오름은 오름분화구 내의 작은 분화구도 숫자에 포함하면 400여 개라 표현하기도 하지만, 분화구까지 하나의 오름으로 보면 대략 360개 정도이다. 본조사의 대상인 어승생오름은 북위 33°23′과 동경 126°29′에 위치한 오름으로 제주시 해안동에 속하며, 표고가 1,169m, 비고가 350m, 둘레가 5.8km이고, 분화구에 깊지 않은 물이 있는 오름으로 정상에서는 수풀이 우거져 잘 보이지 않는다. 오름은 용암을 분출한 지역인데 용암이 흐른 대지 위에 생태계가 형성된 곶자왈 지역을 만든다. 제주도에는 대략 7개의 지역이 분포하고 다양한 식물상을 보여준다.

한라산의 식물은 아열대지역에 2,000m에 가까운 고립봉이 있기 때문에 수직적으로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의 식물은 해발 600~700m까지는 난대아열대식물군락이 자라는 지역이고, 1,400~1,500m까지는 낙엽활엽수림대에 속한다. 그 이상 지역은 구상나무를 비롯하여 추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자라는 침엽수 및 관목림대라 할 수 있다. 또한 한라산 정상의 암벽에는 아한대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어승생오름은 낙엽활엽수림대에 속하고, 분포하는 식물 또한 낙엽활엽수들이 수림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 해안의 기후는 열대기후에 속하는데, 이 중에서 온대기후의 특성도 일부 갖는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아열대기후는 기상청에서는 최한월 평균 기온이 5.1℃ 이상이면서 월평균기온 20℃ 이상인 날이 4개월 이상인 지역을 뜻한다. 존 크리피스의 정의에 의하면 최한월 평균기온이 6℃ 이상 18℃ 미만인 기후이고, 글렌토마스 트레와다의 정의로는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10℃ 이상인 기후를 말한다. 한라산의 경우 해발 600m 이하의 지역은 아열대기후에 속하고, 그 이상부터는 온대기후의 특성을 나타낸다.

어승생오름의 식물의 과거와 미래

어승생오름과 가장 가까운 어리목의 AWS 기상데이터 2010년~2021년(12년 간)간의 평균기온과 강수량을 분석해보면, 평균기온의 10℃ 이하로 나타난 달은 1월, 2월, 3월, 4월 11월, 12월 등 6개월이고, 연평균기온이 10℃ 정도이다(그림 2).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연평균강수량은 3,600mm 정도로 매우 많이 내리는 지역인데, 월강수량을 분석해보면 가장 적은 월은 1월로 120mm가 넘으며 6월~9월은 월평균강수량 300mm가 넘는다. 특히 가장 많은 8월에는 680mm 가까이 내린다(그림 3).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어승생오름의 식물은 과거 기록의 지형도, 항공사진 등을 보더라도 많은 부분에 수목이 있는 상태이고, 정상부의 식물이 지속적으로 자라면서 숲이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승생 북사면 하부 지역은 조림과 수림의 확대 등을 통하여 빠르게 숲이 회복되었다.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 사진=이니스프리 모음재단

‘그림 4’에서와 같이 1918년도 지형도와 1968년도 항공사진에서의 어승생오름 북서쪽은 초지로 되어 있으나 2021년도 항공사진은 수림으로 완전히 덮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세세히 살펴보면, 1918년도 지형도에서는 낙엽활엽수림이 있으며 군데군데 수림이 없는 지역이 나타나고, 정상부에는 수림이 밀집도가 없어 보인다. 어승생오름과 골모리오름 아래 부분과 어승생오름과 쳇망오름, 붉은 오름 사이에도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다. 천아계곡 위쪽 부분의 냇새오름에도 초지가 발달해 있는데, 드물게 낙엽수가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1960년대에 조림이 시작되면서 1970년대 항공사진부터는 조림수가 성장하여 수림이 형성되는 형태를 보이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1968년 항공도면을 보면 어승생오름 아래쪽에 수림이 생성되기 시작하였고, 어승생 남서쪽의 초지였던 지역도 일렬로 조성된 수림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때 조림수종은 삼나무, 곰솔 등으로 현재 그 수림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제주도 오름의 조림은 삼나무, 편백, 곰솔, 상수리나무 등으로 대부분 조성되어 있다. 삼나무는 현재 제주도 대부분의 오름에 식재되어 있으며, 편백나무는 간간이 식재되어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의 조림은 소나무, 삼나무 등으로 대부분 식재되어 있는데 어승생오름은 해발 900~700m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삼나무, 편백, 곰솔, 소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곰솔은 현재 어승생수원지 주변에 식재되어 있으나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제거가 이루어지면서 상층의 식생이 밀도가 낮아져 비목, 합다리나무 등의 낙엽활엽수가 상층 식생으로 나타나고 있다. 삼나무림은 오름 서사면 아래쪽 부분에 식재되어 있고, 편백림은 삼나무림 바로 위에 분포하고 있다. 2021년도 위성도면을 보면 조림지역은 대부분 오름 사면의 아래에 있다.


* 이 기사의 출처는 ‘어승생오름 연구보고서’입니다. 본 연구는 이니스프리 모음재단의 오름 가치보전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원 받아 수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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