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9개 단체, 130명 입장문 발표...“학생에게 선택권 보장해야”

백호기 축구대회 응원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백호기 축구대회 응원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지역 19개 단체와 130명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백호기 응원 연습은 인권 침해”라며 제주도교육청의 실태 조사를 촉구했다.

성명서에 참여한 19개 단체는 제주학생인권조례TF, 제주 청소년 평화나비, 전교조제주지부,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제주녹색당, 진보당 제주여성-엄마당, 새시비비, 인권교육온다, 녹색정의당 청소년위원회, 청소년녹색당,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북카름, 아름다운 붉은 선, 인권교육센터 들, 학생상담 자원봉사자회, 화북동새마을부녀회, 학생상담회 등이다.

성명서에서는 “백호기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도내 일부 학교들의 응원 연습 과정은 대회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반인권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응원 연습 과정을 상세하게 지적하며 “대열을 맞추고 응원이 시작되면, 학생회장의 지시에 따라 학생회 간부들은 동원된 학생들을 향한 인권침해적 발언들을 쏟아낸다. 대답은 ‘악’으로 하라고 학생들에게 지시하며 학생회 간부들은 뒷짐을 지고, 정렬된 학생들 사이 사이를 지나다닌다. ‘목소리 봐라’, ‘배운게 맞냐’, ‘웃음이 나오지’, ‘손동작 똑바로 안하냐’, ‘뒤돌아보지 마라’ 등 학생을 인간이 아닌 응원 도구로 보는 듯 소리친다”고 설명했다.

성명서에서는 “학생회와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이 응원 연습을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질적으로 응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따라오는 모든 부당처우와 인신공격, 협박어린 말은 모두 학생 개인에게 돌아가고, 결국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도망친 학생을 반기는 것은 오로지 외면과 열등 인식뿐이었다는 제보자의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들은 오히려 반인권적인 응원연습의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심지어는 학생들에게도 이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을 강요한다”면서 “단순히 일부 학생회의 일탈이 아닌 고질적 폐습이며 학교 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굳게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 참가자들은 “일부 학교들이 학생들을 응원 연습에 강제적으로 동원하고 인권침해적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에 따른 학교의 학생인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정규교과 이외 교육활동의 자유,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하는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을 ‘인간 전광판’이 아닌, 독립적인 주체로서 존중하라, 학생의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응원전 참여학생과 미참여 학생에게 처우격차를 두지 마라, 교육청은 도내 학교들의 반인권적 응원 연습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백호기전도청소년 축구대회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다. 모 언론사가 주최하는 대회로,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축구대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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