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벚나무가 휑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벚나무가 휑한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주인공 없는 벚꽃축제지만, 포근한 날씨에 친구들과 축제 구경 오니 봄이 온 거 같네요.”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여느 축제 때와 같이 왕벚나무의 분홍 물결을 보기 위해 찾은 도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양 길가를 빽빽이 메운 벚나무는 꽃봉오리만 봉긋 맺혀있는 모습이었다. 나홀로 꽃망울을 터뜨린 벚나무도 있었지만, 휑한 나무가 대부분이었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축제장을 찾은 이들은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만끽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하교 직후 이곳을 찾았다는 이선우 양(13)은 “벚꽃축제가 열린다고 해 찾아왔는데 정작 벚꽃이 없어 아쉽다”며 “그래도 포근한 날씨 속에 친구들과 맛있는 길거리음식을 사 먹으며 돌아다니니 축제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꽃봉오리 진 벚나무 대신 벚꽃 인형 탈을 배경 삼아 추억을 남기는 이들도 있었다.

임한비 양(17)은 “벚꽃과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쉬운 대로 인형으로 대신 했다”며 “어둑해져 화려한 조명도 켜진다면 풍경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반려견과 함께 온 도민, 유모차를 끈 가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까지 많은 방문객들이 축제장에 몰렸다.

아이, 남편과 함께 축제장을 방문한 최유정 씨(33)는 “지난해 축제와 같이 아름다운 벚꽃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 만큼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한 바퀴 산책하니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꽃봉오리가 맺힌 벚나무를 찍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꽃봉오리가 맺힌 벚나무를 찍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22일 오후 전농로 왕벚꽃 축제를 찾은 고등학생들이 벚나무 대신 벚꽃 인형탈을 쓴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제주의소리
22일 오후 전농로 왕벚꽃 축제를 찾은 고등학생들이 벚나무 대신 벚꽃 인형탈을 쓴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제주의소리

제주에서는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이날부터 24일까지 3일간, 제6회 장전리 왕벚꽃축제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다만, 이날 오후부터 축제 기간 내내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벚꽃이 만발한 모습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제주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평년보다 3일 이른 지난 21일 벛꽃이 개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일조량이 부족해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일조시간은 117.1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6.1시간에 비해 39시간 줄었다.

또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렸던 지난 2월은 60.3시간으로 지난해 117.2시간 대비 56.9시간, 지난 1월은 24.5시간으로 지난해 86.7시간 대비 62.2시간이나 적었다.

제주기상청의 계절관측 벚나무도 지난 18일 발아해 지난해 대비 9일, 평년 대비 8일 늦었다.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축제장 일대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제17회 전농로 왕벚꽃 축제가 개막한 22일 오후 축제장 일대가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한편, ‘사랑 벚꽃 가득한 전농로의 봄날’가 주제인 이번 전농로 왕벚꽃 축제는 만개한 왕벚꽃을 품에 안은 전농로 전역을 축제의 장으로 활용, 무대·길거리공연, 플리마켓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축제는 22일 힙합동아리 버프와 제주색소폰앙상블의 공연, 삼도1동 풍물팀 길트기로 시작된다. 오후 7시부터는 주민과 방문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벚꽃비 맞으며, 벚꽃길 걷기’ 개막식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제주의 봄을 알리며 축제 관람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글로리치어리더링, 댄스 등 공연이 펼쳐진다.

둘째 날인 23일에는 중앙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끼를 뽐내는 난타, 기타 공연이 진행되며, 치어리더 공연과 국악댄스, 밴드 오날 등 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6시부터는 왕벚꽃 노래자랑 예선과 비보이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라인댄스, 아라리예술단, 비보이, 왕벚꽃노래자랑 본선 등이 펼쳐진다. 축제 3일간 무대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리공연, 프리마켓,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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