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된 지인 번호로도 스미싱 메시지…모든 인터넷 링크 누르지 말고 의심해야

해외에서 전송된 메시지. ⓒ제주의소리
해외에서 전송된 메시지. 이런 ⓒ제주의소리

나날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범행이 제주를 덮치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에 혼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해외에서 발송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는 곧 한국에 가기에 연락을 달라는 내용으로,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범죄를 떠올린 A씨는 메시지를 무시했다. A씨는 흔히 ‘로맨스 스캠’으로 불리는 메시지로 이해했다. 로맨스 스캠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아 친분을 쌓은 뒤 돈을 편취하는 범행이다.  

며칠 뒤 전혀 다른 메시지를 받은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행정에 문의하지 않았다면 스미싱 범죄 피해자가 될뻔 했다. 

A씨가 받은 메시지는 이렇다. 

[민원24] 음식물 쓰레기 무단투기 신고가 접수되여 과태료가 부가되였습니다.

메시지 뒤에는 ‘buly.kr/’로 시작하는 인터넷 연결 URL도 함께 명시됐고, 심지어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 형식 ‘010-XXXX-XXXX’으로 발송됐다. 

메시지를 자세히 읽지 않은 A씨는 곧바로 제주시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쓰레기 무단투기 사실을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최근 비슷한 문의가 자주 접수되는데, 행정에서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그런 종류의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행정의 답변을 듣고 다시 살펴본 A씨는 메시지에 ‘접수되여(접수되어)’, ‘부가되였습니다(부과되었습니다)’라는 오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만약 A씨가 행정에 묻지도 않고 메시지 속 링크를 눌렀다면 스마트폰에 악성앱이 설치돼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A씨가 받은 [민원24] 음식물 쓰레기 과태료 부과 관련 메시지. 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 링크를 누르면 휴대전화에 악성앱이 설치돼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제주의소리
A씨가 받은 [민원24] 음식물 쓰레기 과태료 부과 관련 메시지.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 형식이지만, 메시지에 포함된 인터넷 링크를 누르면 휴대전화에 악성앱이 설치돼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제주의소리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범죄 상당수는 악성앱 설치로 시작된다. 

실수로라도 인터넷 링크를 누르면 휴대전화에 악성앱이 설치되면서 다른 곳에 전화하더라도 범죄 조직이 전화를 당겨 받아 해당 기관을 사칭하는 방식이다. 또 범죄 조직은 악성앱을 통해 휴대전화 속 개인정보를 빼돌리기도 한다. 

최근 효돈농협은 조합원들에게 보이스피싱을 주의하라고 안내하면서 관련 메시지를 모두 삭제하도록 했다. 

효돈농협에 따르면 이미 저장된 지인의 번호로 부고 문자가 전송된 사례가 있다. 관혼상제를 중시하는 제주 사회 분위기상 부고 문자를 받은 사람이 당사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확인했는데, 실제 부고는 없었다. 해당 지인은 악성앱 피해를 본 것으로 추측된다. 

만약 해당 지인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고, 부고 문자 속 인터넷 링크를 눌렀다면 악성앱이 설치되면서 추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다. 눌렀다면 고민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악성앱을 삭제해야 한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기관사칭·대출사기 보이시피싱 총 386건이 접수됐다. 피해액은 107억원에 이른다. 

최근 3년간 제주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를 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2020년 68건, 2021년 100건, 2022년 148건, 2023년 188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대출사기형은 2020년 406건, 2021년 414건, 2022년 261건, 2023년 198건으로 감소 추세다. 

이는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 수법을 인지한 도민들이 늘었다는 의미지만, 아직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에는 익숙치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또 A씨가 받은 [민원24] 메시지 같은 스미싱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연도별로 2020년 8건, 2021년 9건, 2022년 11건, 2023년 28건 등이다. 

스미싱 범죄의 경우 전국적으로 검거율이 9.6%에 머물고 있고, 제주 검거율도 7% 수준이다. 범죄 일당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구축했기에 수사가 어렵고, 국내에서는 현금수거책이나 전화나 통장 명의 대여자 같은 범죄 조직 최말단들 정도만 검거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청첩장이나 택배, 과태료 등 내용을 미끼로 인터넷 링크가 포함된 문자 메시지를 주의해야 한다. 링크를 누르면 휴대전화에 악성앱이 설치되면서 모든 정보를 뺏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건강검진이나 세금환급 등 내용이라도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문자메시지는 물론, 지인이 보낸 문자라 하더라도 인터넷 링크를 누르기 전에 전화를 먼저 전화를 걸어 내용을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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