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총선-10대 어젠다] ⑧ 성평등과 돌봄체제의 대전환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언론 4사는 선거보도자문단 회의를 거쳐 10대 어젠다와 35개 세부 과제를 확정했다. 제주의소리는 언론 4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기준 삼아 지지율 5%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정책질의에 나섰다. 답변서를 토대로 핵심 어젠다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순차적으로 톺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정책선거 유도와 함께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일과 생활의 균형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다. 여야를 막론하고 총선에 임한 모든 후보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가치를 두고 표심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인구 노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제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합계 출생률은 0.83명을 기록하며 한 해 사이에 10% 가까이 폭락했다.

이 같은 현상은 고용 보장, 생활임금, 성평등, 돌봄체제 등의 사회 이슈와 무관치 않다. 어느 때보다 일·생활의 균형을 필요로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역사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역할도 막중해졌다.

제주지역 3개 선거구 총선 후보들 역시 저마다 소위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한 근로여건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이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에 대한 입장과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의 형법 297조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까지 처벌한다'는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제주시갑] 문대림 "국가책임 돌봄체계 정립" 고광철 "여가부 폐지 책임있게 추진"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돌봄체계 대전환을 위해 "국가책임의 돌봄정책을 정의하고 정책을 개발·조정하는 사회보장 기본법 개정과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에 돌봄정책 개발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어 "권역별 거점통합 돌봄 지원센터 설치·운영, 아이·노인·장애인 돌봄서비스 인프라 구축,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통해 '돌봄 걱정 없는 제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간병인 고용으로 생기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도록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체계 내에 포함시키고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부족한 간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취업 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가부 존폐 논란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가부는 여성과 가족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평등을 증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동안 여가부의 존재가 여성의 문제에 대한 집중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평등과 발전을 촉진해 왔기에 여가부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형법 297조 개정과 관련해선 "성범죄 법적 장치가 강화돼야 하지만, 강간죄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고광철 후보는 "제주의 경우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가와 농촌지역, 어촌지역, 산간지역에 인구가 분산돼 있어 돌봄 사각지대가 생길 우려가 크다. 지역적 특성에 맞는 권역별 돌봄센터 설립과 ICT를 적극 활용한 스마트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철 후보는 상대 후보와 달리 "여성가족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으로서 책임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기존 여성가족부 설립 이후 투입된 예산, 행정력이 성평등 사회를 위해 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는지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법 297조 개정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성범죄 예방, 피해자 보호 조치 강화,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가 우선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 [제주시을] 김한규 "청년케어센터" 김승욱 "돌봄기본법" 강순아 "성평등 강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후보는 "제주의 고립·은둔 청년이 전체 청년 중 5%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외에도 장기미취업청년, 구직단념청년,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청년들이 마음건강을 챙기고 미래를 그려갈 수 있도록 청년케어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시행되는 늘봄학교 정책과 관련해선 "의미있는 제도라고 생각하나 교육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시행과 부족한 공간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며 "교사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 존폐 논란에 대해선 "여가부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인구부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며 "인구위기에 대응하고 성별 갈등을 관리할 뿐 아니라 늘어나는 이민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승욱 후보는 "돌봄을 국가가 담당하더라도 돌봄의 성별화 현상은 변함이 없어 가사·돌봄직종 여성 임금노동자는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여성들은 남성보다 일과 생활의 조화로운 삶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과도한 노동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돌봄 위기의 시대, 좋은 돌봄을 위해서는 누가 누구를, 어디에서 돌봐야 하는지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할 권리를 명시한 '돌봄기본법' 제정을 공약했다.

김승욱 후보는 여가부 존폐와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성평등 추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하지만, 보다 효울적인 예산 및 인력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형법 297조 개정에 대해선 "피해자 '보호'에서 피해자의 '권리보장'으로 3대 젠더폭력 법률 개정 및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법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찬성했다.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는 출산·육아·돌봄 등 3대 휴가를 확대해 회사 내 눈치 없는 돌봄체계를 공약했다.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30일로 확대하고, 아빠 육아휴직 3개월 할당제, 유연한 근로시간 단축제도 분할 사용 확대, 가족돌봄휴가 유급화 및 가족돌봄휴직 실효성 제고 등 세부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여성가족부는 '성평등부'로 개편해 성평등·성주류화 정책 추진 기능을 강화하고, 부처 체계 위상 정립을 위한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을 위한 인력 예산 확대를 주장했다. 강순아 후보는 "성평등 의제 발굴과 성평등 관점과 가치를 범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확산해 국가 전반의 성주류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전 상의 성주류화란 여성이 사회의 모든 분야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 [서귀포시] 위성곤 "마을돌봄 법 제정" 고기철 "돌봄 공유공간 조성"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제주의 경우에도 오영훈 도정에서 통합 돌봄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좀 더 활성화 되도록 해야 한다"며 "마을돌봄, 공동체 돌봄에 대한 관련 법률과 조례가 통과된 만큼 이를 활용해 돌봄체계가 골목골목, 구석구석 빈틈없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적으로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이 현실화 될 필요가 있는 만큼 관련 제도와 국가 예산이 확충되도록 뛰겠다"고 약속했다.

위성곤 의원은 여가부와 관련 "윤석열 정부가 여전히 추진하고 있는 여가부 폐지에는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으며 여가부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함께 막고 있다"며 "선거 때만 되면 다시 혐오를 조장하며 '성별 갈라치기'하는 윤 정부에 대해서도 국민적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형법 297조에 대해 "소위 '비동의 강간죄'의 법률 개정의 경우 21대 국회에서도 쟁점법안이었으나 통과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강간죄 등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인 만큼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서 큰 틀에서는 동의하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 내용을 살피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고기철 후보는 돌봄체계 구축을 위해 "자녀를 돌보는 것이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유아원, 유치원 폐원이 지속되고 있는데 지역의 경로당을 전연령대가 공유할 수 있는 공유공간으로 만들어 전 연령대가 아이를 돌보고 지역사회 정체성과 도덕성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과 관련해선 "국가적으로 중대한 어젠다이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을 반영한 전문가 토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형법 제297조 관련해선 "찬성한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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