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제주 굿뉴스] 푸른이이의집 '노인과 노숙인 위한 무료급식'

비영리조직이 지역사회와 시민의 욕구를 실현하는데 있어 자원봉사수준의 활동을 넘어 조직의 규모와 활동이 발전·지속되기 위해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가 중요시 됨에 따라 홍보(마케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후원으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이 진행하는 '사회복지 GoodNews'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의소리에서는 기획 '함께하는 제주, 굿뉴스'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시린 겨울바람에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2일 오전, 제주성안교회 부설 푸른이의집 주방은 음식을 장만하느라 일찍부터 분주하다.

자원봉사자 10여명이 부지런히 야채를 다듬고 딱새우를 손질하는가 하면 돼지고기 양념에 바쁜 손길을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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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메인메뉴는 제육볶음. 돼지고기와 각종 야채를 함께 볶는 한편 옆에서는 딱새우가 들어간 구수한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주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노인들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한 건강체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던 노인들도 강사의 구령에 따라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체조를 열심히 따라한다.

일주일에 3번 푸른이의집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점심을 이용하는 이들은 인근의 혼자 사는 노인과 노숙인들이 주를 이룬다.

주중(화·목요일)에는 30여명이 푸른이의집을 찾아 한끼 식사를 해결하지만 일요일에는 5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 "어르신들, 맛있게 드세요!"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푸른이의집 무료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양성실씨는 "예전에는 70~80분이 이곳을 이용했는데 날씨가 추워진데다 다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도 늘어 현재는 이용자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주성안교회 부설 푸른이의집은 지난 1992년 부두와 산지천 일대 취약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노인교실과 무료급식 등을 통해 노인과 노숙자들을 위한 지원으로 확대해 나갔다.

▲ 따뜻한 점심 한끼로 온정을 나누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무료급식은 지난 1994년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시작됐다. 이 독지가는 30만원 남짓한 금액을 매월 기부했고 이를 토대로 노인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된 무료급식은 이제 제주성안교회의 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후원으로 매주 3차례 30여명의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발전했다.

이런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사심없이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천사'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천사' 중의 한 명인 김성순씨(48)를 만났다.

▲ 온가족이 함께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김성순씨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김성순씨는 골목 한 모퉁이에서 쪼그리고 앉아 채소를 파는 할머니들이 집에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다 시들어버린 채소를 몽땅 '떨이'로 사들였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고 원망스러웠던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버지의 그런 측은지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김성순씨는 이제 "나의 기쁨과 만족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80세를 훌쩍 넘긴 부모님과 오빠 등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는 것을 생활화 한다는 김성순씨는 "현재 우리에게는 넉넉해 쓰임이 크기 않은 것일지라도 부족한 곳에서는 큰 쓰임이 될 수 있다"며 "하나를 나만 갖고 있으면 그대로 하나이지만 이를 나눠 다른 이에게 베풀면 이는 둘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른이의집 양성실씨는 "김성순씨네 가족은 모두 나눔과 봉사를 일상생활처럼 하는 분들"이라며 "철마다 때마다 필요한 양념이나 농산물 등을 지원해 준다"고 칭찬했다.

이날은 식탁에 특별히 백설기도 올랐다. 봉사자 중 한명이 설을 쓸쓸히 지냈을 이들을 위해 떡을 마련해 온 것. 이처럼 나눔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생활화하는 이들이 있어 시린 겨울을 나는 노인과 노숙인들의 마음이 춥지만은 않을 것 같다.

▲ 푸른이의집 양성실씨 ⓒ제주의소리 양미순 기자
양성실씨는 "이곳을 찾는 분들 중에는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친구도 사귀고 함께 어울리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도 크게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양성실씨는 "하지만 노숙인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말못할 아픔들을 갖고 있어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고 식사만 할 뿐 사람들과의 교류를 꺼린다"며 "이들에게는 한끼 밥도 중요하겠지만 삶의 희망을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원들이 절실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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