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완화-제주차별성 상실...믿을건 ‘자생력’뿐

▲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2008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가 28일 서울에서 열렸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제주특별자치도·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특혜아닌 특혜 속에 타 지역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누려왔던 제주도가 이제 ‘무한경쟁’ 속에 뛰어들게 됐다.

지난 2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서울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열린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는 제주가 더 이상 ‘국제자유도시’란 이름하에 타 지역과 차별화된 제도적 특혜를 누릴 수 없음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제주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에서 ‘국제자유도시’로, 노무현 참여정부에서는 ‘특별자치도’로 타 시도에 비해 각종 규제가 완화되는 혜택을 받아 왔다. 100m 경주라고 친다면 적어도 관광분야에서만큼은 제주는 타 시도에 비해 10~20m 앞선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8일 회의로 이제는 똑같은 출발점에 서게 됐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이날 ‘관광산업 선진화 전략’보고를 통해 “관광산업을 제조업 수준으로 지원해 관광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투자 활성화를 유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단계로 관광산업 및 규제완화대책 32건을 발표했다.

올해 말로 끝나는 관광호텔 외국인 객실요금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 적용기간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 정부는 이날 관광분야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제주관광산업이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사진=청화대 홈페이지 ⓒ제주의소리
관광호텔 부속토지에 대해 합산과세는 유지하되 외국인 투숙객 비율·객실요금인하 비율 등에 따라 재산세역의 5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또 관광단지를 개발할 경우 조세부담을 산업단지수준으로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개발부담금은 0~50% 감면, 취득세와 등록세 대체초지조성비 50%가 감면됐으나 앞으로는 100% 감면된다. 또 농지보전부담금도 내지 않아도 된다.

또 현재 37개월이나 되는 관광단지 인허가 기간을 10개월로 대폭 단축키로 했다. 관광휴양지내 건축물 층수제한도 완화된다.

의료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관광객 일괄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자는 물론 보호자까지 체류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관광인프라에 투자하는 것 외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주도해 잘 되는 것 못 봤다. 결국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기업이든 지역이든 정부에게 일방적 도와달라고 할 게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개척하고, 스스로 경쟁해서 이기려고 하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서 열정과 희생이 뒤 따를 때 정부가 지원할 수 있고,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답도 나온다”고 말해 정부의 지원에 앞서 자치단체가 먼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강만수 재경부장관,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수석 등이 참석해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관광산업 선진화 전략’은 2007년 645만명이 외래관광객을 1000만명으로 늘리고, 58억불에 그친 관광수입을 130억불로 확대하며, 관광산업 고용도 88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그동안 관관업계에서 요구해 온 각종 규제완화를 대폭 풀어주면서 관광업계가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줬으나 이는 그동안 ‘온실’에서만 커 온 제주에게는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송재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은 “관광분야에 있는 각종 규제를 대폭 풀어 제주도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관광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각 자치단체와 기업들이 뛸 수 있는 판을 깔아 줄 테니 마음껏 뛰어보라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송재호 원장은 “이는 거꾸로 지금까지 관광분야에서 제주도는 정부로부터 차별화된 혜택을 받아왔으나 이제부터는 국내에서도 무한경쟁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셈”이라며 “제주도가 한국에서, 세계에서 살아남을 방향을 정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송 원장은 “이제부터는 무엇을 하기 위해 돈을 달하는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제도”라면서 “다만 제도도 무조건 달라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다보니 이게 부족하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식으로 논리적으로 중앙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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