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계, 제주 OFC 설립 타당성 위한 탐색 시작
‘한반도risk·국내금융 영향 최소화’ OFC 지정 기준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과 맞물려 제주를 국제(역외)금융센터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학계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경제연구학회는 4일 서울 COEX 컨퍼런스센터에서 ‘새정부의 금융선진화 정책-금융허브와 역외금융’ 이라는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우리나라 금융선진화 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정책포럼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주발전연구원도 함께 공동주최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열린 정책포럼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이 속에서 제주가 추진하고자 하는 역외금융센터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작업을 전국차원에서 시작해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금융연구원 정찬우 박사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 그 동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금융허브로서의 전반적 경쟁력은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낙후 돼 있다”고 평가했다.

시가총액, 자산운용수탁고 및 외환일일거래액이 허브경쟁국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50% 미만 수준에 불과하며, 규모면에 있어서도 총자산 기준으로 국내 4대 은행은 미국의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5대 증권사의 경우도 미국 5대 투자은행의 1.3%, 3대 생보사는 미국과 일본의 20% 내외 수준이라는 게 정 박사의 분석이다. 금융산업의 생산성도 전문인력의 부족 등으로 OECD 26개 평가대상국 중 19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이와 같은 낙후성을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한 과제로서 ▲금융클러스터의 조성 ▲금융전문인력의 양성 ▲국부펀드의 활성화 ▲퇴직연금의 활성화 ▲외국인 생활 및 경영환경의 개선 등을 제시했다.

현재 금융클러스터 예상후보지역은 ▲서울 4개 지역(여의도·도심·용산·강남) ▲인천 청라지구 ▲부산 문현지구 ▲제주도(역외금융센터) 등으로 정 박사는 “금융클러스터는 복수지정이 가능하나 우리나라 여건상 복수의 금융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약하고 집중 지원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단수 혹은 최대 2개의 클러스터를 지정하는 게 현실적”이라고고 말해 ‘서울+알파’가 될 수 있음을 밝혔다.

강철준 교수(한국금융연수원)는 ‘역외금융센터의 금융시장 발전효과’란 주제발표에서 “현재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역외금융센터가 종래의 ‘변방’의 위치에서 ‘허브’의 지위로 격상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동북아의 금융중심지를 지향하면서 어떤 형태이든 국제적 역외금융 흐름과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국내에 역외금융센터를 유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구체적인 역외금융센터 도입방향으로 ▲첫째, 해외 역외금융센터의 활용도를 확대하는 방안 ▲둘째, 서울을 역외금융센터로 추진하기 위해서 조세 및 규제 시스템을 그에 맞게 개편하는 방안 ▲셋째, 서울을 홍콩과 같은 실질적 역외금융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역외금융센터를 국내 특정지역에 추진하는 방안 등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해외 역외금융센터를 활용하는 방안은 금융거래의 부가가치가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 외에 경제성면에서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채택되기 어려운 정책이라고 밝혔다. 두번째로 거론되는 서울을 역외금융센터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내금융시장 안정성 관리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점과 기존 서울 금융시장의 혁신을 제약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요인들-재벌의 경제집중 제한, 금산분리 은행소유제한, 소액 투자자 보호, 수도권 경제집중 제한, 등-을 극복하는 일이 금융시장 발전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점을 고려할 때 역외금융센터의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방안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1993년 방콕을 역외금융센터로 발전시키기 위해 Bangkok International Banking Facility를 설립하고 달러차입을 개방한 것이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의 한 요인이 되었다는 전례를 감안할 때, 서울 역외금융센터 추진은 금융당국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결국 세번째 방안, 즉 서울을 금융허부로 두고 이를 지원화기 위해 특정지역에 역외금융센터를 두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또 역외금융센터가 서울뿐만 아니라 동경, 상해, 북경, 오사카, 홍콩, 타이뻬이 등 동아시아 지역 금융시장들의 역외금융업 지원센터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동아시아지역 자금이 지역내에서 환류되는 동아시아 유로시장의 창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지적됐다. 만약 동아시아 유로시장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서울시장은 이 지역 주요 금융도시에서의 역외금융업을 지원하는 OFC를 국내에 두고 있으므로 타 금융도시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러면서 역외금융센터 후보지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의 기업도시 선정 때와 같이 중앙의 ‘떡’을 지역에 나눠주는 식의 과정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서울 금융시장 보완기능 수행 ▲가장 선진적 역외금융센터(케이만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수준)와 비교될 수 있는 정도의 독립적이고 신축적인 자치입법체제 도입 실천 가능성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 가능성 ▲전국금융시장에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 가능성 ▲기존 국내 금융기관이나 업종별 조직의 이해관계와 독립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철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역 역외금융센터의 선정은 현재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금융중심도시‘ 지정 작업에 포함해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이 법에 의하면 복수의 금융중심도시 선정이 가능하므로 서울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하고 다른 하나는 역외금융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중심지로 선정한다면 정부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동북아금융중심지 정책방향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전략방안이 될 것”이라며 ‘서울=금융허브’+‘제주=역외금융센터’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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