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6)

   

기록·3-단풍잎이 지고 있다

(고춘옥)

나일론 단풍호청이 가지 끝에 걸렸어요
―쏴 볼까, 진초록물 빠져나간 빨갱이들
나무는 새겨두었던 약속마저 지웠다.

하늘에 뭉게뭉게 솜구름이 덮였어요
―눈 감아, 이불 속에 두 귀만 숨쉬는 자
나무는 빈손을 들고 오들오들 떨었다.

나일론 단풍이불이 찢겨져 흩날려요
―다 버렷, 산사람들 등짐지고 올랐던 것
나무는 엽색행각을 아이처럼 잊었다.

* 이 글을 스물다섯 살, 당시에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오십여 년의 세월을 고통스런 기억 속에서 살다 가신 나의 시어머니(故 양정숙 여사)께 바친다.

 

* 고정국 : 고춘옥 : 2007년 《리토피아》신인상.

* 정용성 : 개인전1회 / 4.3미술제 / 제주청년작가전 / 광주통일미술제 / 탐미협정기전 / 김복진미술제 / 조국의 산하전 등 다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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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제주4.3 60주년 위령제를 맞아 기획연재하고 있는 '진혼 4월의 시, 4월의 그림'은 (사)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사)민족미술인협회 제주지회 탐라미술인협회 협조를 얻어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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