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차별성 없는 양강 구도의 벽 절실히 느껴

4월 9일 총선 투표가 끝나고 결과 개표방송을 기다리는 민주노동당 현애자 후보 사무실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긴장된 마음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이 실망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보습 

출구조사 결과에서 10퍼센트 안팎의 득표가 예상된다는 내용과 함께 한나라당 강상주 후보와 통합민주당 김재윤 후보의 박빙이 승부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사무실 안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와중에도 현애자 후보는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선거를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를 표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모습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제주도내 선거구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의 선거결과도 윤곽이 드러났다. 저녁 9시 30분경 민주당 후보들이 도네 세 지역구에서 모두 당선이 확정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를 눌렀다는 믿기 어려운 결과까지 전해졌다.

선거 결과가 확정될 무렵 현애자 후보가 남편인 이태권씨와 함께 그간 선거운동을 도와준 지지자들에게 마무리 인사를 했다. 지지자들이 꽃다발로 인사에 화답했다. 현애자 후보의 눈가에 잠시 이슬이 맺히더니 어느새 사무실 안에 숙연해졌다. 눈물을 훔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 현애자 후보의 인사에 지지자들이 꽃다발로 화답했다. 눈물을 훔치는 지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란 말이 실감나게 현애자 후보 캠프에는 지방지 기자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카메라와 방송 차량들은 당선이 유력한 후보의 사무실에 집중 배치되었다. 승부의 세계의 비정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있었다.

선거 당일 일정이 마무리되고 사무실에서 지지자들이 돌아갈 무렵 현애자 후보와 일문일답을 가졌다. 
    

▲ 4년 간의 의정활동을 접고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간다. 

-선거를 치르느라 고생하셨다. 그간 힘들 일도 많았을 텐데 가장 힘든 일을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나?

“선거운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당이 분열되는 바람에 지지자들이 상당수 이탈했다. 민주노동당이 분열하는 데 대해 지지자들이 적잖이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분노를 수습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 그 와중에 현애자 개인에 대해 남아 있던 애정도 확인했다. 선거운동을 거기에서 출발했다.”

-선거운동을 시작할 무렵 목표를 어느 정도로 정했나?

“애초 출발할 때 여론조사를 해 봤더니 지지율이 5퍼센트 정도 나왔다. 그래서 목표 득표율을 15퍼센트로 잡았다. 애초에 당선은 어렵다고 봤다. 그런데 선거운동을 계속하다보니 지지율이 11퍼센트까지 나오더라. 그래서 목표를 다시 20퍼센트까지 수정했다. 당선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후보의 자질에 비해 결과가 초라하다고 느껴진다. 무엇이 이번 선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보나?

“처음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런데 대통령직인수위가 ‘농촌진흥청 폐지’ ‘4.3위원회 폐지’등을 발표하며 갈팡질팡하자 민주당의 내용 없는 견제론이 지역 주민들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굳어진 양강 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현애자 개인의 역량의 문제도 작용했지만,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의 차별된 정책을 전달할만한 주체세력이 아직 준비되지 못했던 것이다. 당과 진보단체가 모두 자성해야할 대목이다.” 

-개표결과 민주당 김재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김재윤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쉬운 점이 많다. 선거가 애초부터 정책 선거가 되어야 하는데 정책의 차별성 없이 연고를 찾는 선거로 전락했다. 감귤 문제에 대해서는 ‘간벌 사업’등을 제시하며 지난 DJ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정책들을 답습했다. 참으로 답답한 선거였다. 그럼에도 해군기지나 한미FTA비준 등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고, 기초 자치권에 대해서도 보완의 필요성을 표명했다. 이부분이 내 입장과 비슷하다.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진정성을 자지고 추진해주기 바란다.”   

-선거가 끝났으니 휴식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어떤 생활로 돌아갈 것인가?

“난 여전히 민주노동당의 책임 있는 일꾼이다. 당 사업에 지속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대해 당원들이 질책을 가하면 받을 것이지만 끝까지 대중과 함께 할 것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경남 사천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를 물리쳤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반면 진보신당으로 출마한 노회찬, 심상정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소식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진보신당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다.

“기본적으로 난 진보신당이 선전하길 바란다. 이유는 보수 양당제가 서민의 생활을 급속도로 파탄 낼 것이며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진영의 원내진출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보신당과 지금은 갈라서 있지만 언젠가는 큰 틀에서 다시 함께할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신자유주의 시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이는 민주적 절차 없이 보수가 독주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고 민생은 급속하게 파탄날 것이다. 이를 막는 길은 우리 민주노동당이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길 밖에 없다. 현장에서 대중들과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서 개개인이 각성하고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 이런 자세로 모두가 거듭난다면 4년 후 민주노동당에 큰 희망이 올 것이다. "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현애자 후보의 눈시울이 자주 붉혀지는 것을 확인했다. 현 후보의 얘기대로 4년 후에 민주노동당에 다시 큰 희망이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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