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의 동백꽃 지다 (9)

▲ 강요배·서청입도 60.0×97.7cm,종이·콩테, 1991년

넘치는 유치장

"유치장은 네 평쯤 됐는데 거기에 약 삼사십 명을 담아 놨다. 그러니 굶어 죽고, 목말라 죽고, 심지어 질식해 죽었다. 물이 없어서 자기 오줌을 받아먹는 사람도 있었다. 난 도의상 그냥 둘수 없었다. 그래서 큰 대야에 물을 담아 줘서 마음껏 먹게 했다. 또 부채를 여러 개 방마다 놔 주었다. 그랬더니 특무대에선가 날 조사하러 왔었다. 그러나 나는 연대장과 가까웠기 때문에 날 어쩌진 못했다."

김호겸金浩謙, 1997년 81세, 서울시 은평구 역촌 1동, 당시 제주 경찰서 총무 주임

 

제주유치장은 한국의 어떠한 형사 시설보다도 넘쳐 나는 죄수를 수용하는 것으로 최악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10×12피트(약 3.3평)의 한 감방에 35명이 수감되어 있다.

The Cheju jail presents the worst case of crowding found in any penal institution in korea. Thirty-five prisoners in a cell, ten by twelve feet. 미 군정청 특별 감찰관 넬슨(Nelson) 중령, <특별 감찰 보고서>(1947년 11월 12일 ~ 1948 2월 28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섬 제주, 정부가 지정한 평화의 섬 제주에 1948년에 피의 참극이 벌어졌다. 현대사 최대 비극인 제주4.3.마을은 불타 폐허가 되고, 곳곳에서 사람이 죽어갔다. 제주도는 어둠에 싸인 죽음의 섬이 됐다. 제주에 신혼여행 온 부부나 수학여행 온 학생들, 관광객 가운데 제주4.3의 비극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동백꽃지다>는 강요배 화백이 제주4.3의 전 과정을 그림으로 그린 화집이다. 여기에 제주4.3지원단 김종민 위원이 ‘증언’을 덧붙였다. <제주의소리>는 4.3 60주년을 맞아 <동백꽃지다>를 펴낸 강요배 화백과 김종민 위원, 그리고 ‘보리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이중 일부를 연재한다. <동백꽃지다>는 제주4.3평화기념관에서 1일부터 6월 말 까지 전시되고 있다. / 편집자 

◀ 강요배, 김종민 | 보리 | 2008.04.03 http://www.boribook.com/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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