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포임박한 김영철 본부장 “국민을 위해 참 봉사 하겠다는 게 우리의 참뜻입니다”

▲ 총파업 하루를 앞둔 김영철 본부장. 경찰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사를 둘러싸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 총파업이 선언됐다. 정부는 노동조합 지도부는 물론 총파업에 가담하는 모든 조합원에 대해 사법처리방침을 천명하며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또 노조 지도부에 대해서는 이미 체포지침을 내려 사실상 검거 활동에 들어갔다.

김영철 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과 지부장은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사무실에서 거점투쟁에 들어갔다. 김영철 본부장은 지난 5일 쟁위행위 찬반투표 시작부터 민주노동당으로 옮겨 이 곳에서 총파업투쟁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정부가 워낙 초강경으로 대응하는데다 여론도 ‘공무원 파업’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상당수 공무원노조가 위축돼 있는 상태이다. 지도부가 총파업 지침을 내리긴 했으나 실제 어느 정도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총파업투쟁 몇 시간을 남긴 14일 오후 8시.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사에서 거점투쟁을 벌이는 김영철 본부장을 만났다. 

- 좀 전에 봤더니 아버님 전화가 걸려왔던데 가족들이 걱정이 많겠다.
“부모님 입장에서 자식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 조용히 공무원 생활하면서 자식도 키우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노조 대표하면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길로 가는 것을 보니 ‘말려야 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하신 것이다. ‘제발 하지 말라. 계속 하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는 격한 말씀도 하신다. 행정자치부에서 아버님께 계속 전화를 해 ‘상황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끝장이다’는 식으로 회유를 하는 모양이다”

▲ 아버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 김 본부장.

- 아버님께서 비록 화를 내셨지만 그것은 자식이 화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부모의 당연한 생각이 아니겠는가.
“내 자신도 부양가족이 있다. 걱정이 안된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부모님 연세가 일흔을 넘으셨다. 그 분들에게 힘든 부담을 준다는 것 자체가 불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렵다고 모두가 빠지면 어떻게 되나. 지금까지 본부장 활동을 해 왔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왔는데 어렵다고 빠져버리면 그게 과연 사람답게 사는 일이겠느냐. 어렵지만 떳떳하게 사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 가족들과 전화통화는 자주하는가.
“좀 전에도 집 사람이 전화를 왔다.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당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것은 알지만 왜 하필이면 당신이냐’는 이야기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 아이들은 어떻게 되나.
“큰 놈이 중3이고, 작은 놈이 초등학교 5학년이다. 큰 놈과는 어제 통화를 했다.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느냐’고 했더니 ‘안다’고 하더라. ‘아빠는 정정당당하니 걱정 말고 엄마 잘 돌봐 드리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견뎌내야 한다’ 했다. 그 놈이 ‘알겠다’고 말해 그나마 안심이 된다”

- 공무원생활 한지 몇 년이나 됐나. 지금까지 이런 경험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1988년부터 했으니 벌써 16년이나 됐다. 이런 활동은 처음이다. 학생 때 사실 학생운동 근처에도 가보질 못했다”

- 막상 노조활동, 그것도 체포명령이 떨어진 지금의 심정은 어떤가.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면서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뭐든지 위에서 지시를 내리면 이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도 하지 않은 채 유인물을 들고 홍보활동 하러 다녔다. 조직 내부에서 간부공무원들이 잘못하는 부분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 왔던 게 대부분의 공무원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습이었다. 지방의회도 지금까지는 공무원을 그저 그렇게 알아왔던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공무원 노조활동을 하면서 우리의 이익만을 챙겨왔다면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친환경급식활동이나, 화순항 군사기지 반대운동 등 많은 연대활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가 과연 제대로 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직사회나 우리사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반드시 우리 때문이라고는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고위 관료나 지방의원들도 예전처럼 함부로 하지 못한다. 최소한 노조의 눈치를 보려고 한다.”

▲ 김 본부장은 공무원노조는 국민들에게 참 봉사를 하고 싶다는 게 참 뜻이라며 정부의 왜곡홍보를 비난했다.
- 공무원노조로 인해 공직사회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확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 공무원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도 우리들을 좀 이해해 줬으면 한다. 우리가 국민의 공복임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공복이기 때문에 우리 개인의 모든 것을 희생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한번 생각해 봐라. 시장의 지시 단 한마디로 밤 8시부터 10시까지 두 달 동안 공무원들을 쓰레기 단속에 투입한다. 이 시간은 개인적으로 가정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된다면 어떻게 되느냐. 공무원도 행복추구의 권리가 있다. 행복추구를 위한 한 방법으로 공직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이니 무조건 복종만 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공무원이란 이름으로 개인행복추구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이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들은 공무원 노조가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만들어 준 대로 노조활동하면 되는데 왜 파업을 해 탄압을 자초하는가 하는 지적이 있다.
“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만들어 줄 수밖에 없다. 이해찬 총리가 어제 국회에도서 답변했지만 ILO와 OECD에서 한국정부에 ‘왜 한국은 공무원노조가 없느냐’고 압박을 하기 때문에 노조를 인정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허울뿐이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체행동권만 빼놓고 다 줬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우선 단결권도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도 단위로만 노조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도, 경기도는 경기도만 하라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단일노조는 불법이라는 것이다. 법상으로 상급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데 어떻게 단결권을 보장하는 것인가. 가입범위도 6급 이하로만 제한한다. 중앙행정부서는 5급도 실무자이다. 가입을 제한하지 말고 본인에게 맡겨야 하는데 정부는 이를 가로막으면서 단결권을 보장해 줬다고 한다.”

▲ 학생운동도 해 본적이 없다는 김 본부장. 그러나 그는 누군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면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공무원노조는 단체교섭권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단체교섭은 교섭을 해도 협약체결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제주시장과 제주시지부가 단체교섭을 하지만 제주지부는 공무원노조 본조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고 교섭에 임하는 것이다. 때문에 단체협약은 제주시장과 본조 위원장이 체결한다. 이것은 산별노조에 가입돼 있는 노동조합은 모두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노조에 대해서만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교섭의 대상도 법령이나 조례, 인사정책, 제도, 예산에 대해서는 교섭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갖고 교섭을 하라는 것이냐. 모든 게 정책과 제도, 조례로 규정돼 있는데, 그렇다면 근무환경 열악하지 않게 의자를 새것으로 바꿔달라고 교섭한단 말인가. 정부는 지금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 정책이나 인사권도 교섭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말인가.
“인사에 대해 교섭권이 없으면 단체장의 인사남용에 대해 노조에서는 아무런 말도 못한다. 임실 군수 경우를 봐라 돈을 받고 사무관을 매관매직했다. 공사발주해서 리베이트는 받는 행태가 있다. 인사권이나 정책에 대한 교섭권이 없으면 이런 부정부패는 막을 수가 없다”

- 지금까지 이런 것들에 대해 정부와 협상을 벌여오지 않았는가.
“공무원노조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정부는 우리와 단 한 번도 대화해 본 적이 없다. 알아서 우리가 만들어 줄테니 너희들은 받아라하는 것이다. 일언반구의 대화도 없었다. 벌칙 조항을 보면 가히 노조 탄압법이다. 중앙중재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집단행동으로 규정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 다른 내용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는 일반법으로 보면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런 법을 만들어 놓고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물론 공무원노조에 대해 많은 부분이 왜곡돼 있다고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공무원 파업에 대해서는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가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하거나 흔들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들의 횡포를 막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확보하자는 게 우리의 참 뜻이다. 권력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행정, 참 봉사를 해 그 이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우리의 참 뜻이다. 우리 입에 재갈이 물리고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없던 제도를 만들자는 게 아니나. 공무원 노동3권은 제헌국회에서 보장돼 있던 게 5.16 군사쿠데타이후 없어진 것이다. 89년에 현 노무현 대통령이 발의하고,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찬성해 여야 만장일치고 통과했으나 노태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가 파업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예전에 있는 제도를 원상회복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 지부장과 함께 15일 총파업투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점심시간 준수투쟁이후 여론이 많이 악화됐다. 내일 실제 총파업을 선언하더라도 참여여부는 의문이다. 어떻게 보고있나.
“내일 총파업이 선언된 상태이나 실제 제대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노조에 대해 여론은 비판적이지만 그래도 노동3권과 공무원노조에 대한 찬반양론의 틀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노조의 실체를 비판적이지만 인정하고 있다.  정부당국의 강경한 탄압에 많은 조합원이 위축돼 있는 게 사실이다.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내일 파업이 비록 선언적일지 모르지만,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총파업의 의미는 결코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 조합원 들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부장으로써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공무원의 총파업은 공무원 5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일방적으로 강요 받아온 교육과 탄압 때문에 많이 위축돼 있다. 파업에 가담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비록 파업에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들의 마음속으로는 우리와 함께 파업에 참여할 것이다. 우리의 이번 싸움이 앞으로 더 큰 일을 준비해 나가는 데 소중한 경험이 됐으면 한다. 본부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집행부와 조합원, 조합원과 조합원 사이에 불신이 없이 평상심으로 단합하고 따뜻하게 격려해 주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총파업으로 결코 우리 내부의 갈등이 있어서는 안된다. 따뜻한 동지애로 뭉치고 더욱 성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 본부장은 이번 투쟁으로 조합원들이 갈등을 빚어서는 안되면 더욱 따뜻한 동지애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사법당국은 김영철 본부장에 대해 체포에 들어갔다. 자칫 구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의 심정은 어떤가. 마지막 한 마디를 해 달라.
“담담하다. 버스를 기다릴 때 2시간 후면 탈 수 있다고 알고 기다리는 것과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한 시간 기다리는 것은 다르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 구속된다고 해서 결코 두렵지 않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 다만 한동안 헤어져 지내야 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조합원들에게 죄송스러움 뿐이다. 그러나 반드시 돌아 올 것이다. 그게 2년, 3년 걸린다 하더라도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우리 공무원노조 14만명이 결코 우리를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반드시 공무원노조를 지켜내고, 우리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우리 본연의 뜻을 펼쳐나갈 것이다. 이 길이 누군가가 걸어 가야할 길이라면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라도 참고 걸어 나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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