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은 결국 없었다
제주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은 결국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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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제주토론회 취재기자 2명만 허용...'명박산성' 쌓아
대통령 모두발언 끝나자 ‘기자 퇴장’요구...‘그들만의 소통’ 전락

촛불문화제가 한 달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촉발된 촛불문화제는 이제 쇠고기문제를 넘어 이명박 정부가 취임 100일 동안 보여줘 온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전면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에서부터 한반도대운하, 무분별한 공기업민영화, 교육 의료분야 영리화 등 이른바 ‘효율성’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철학빈곤’에 대해 국민들은 한 달 넘도록 저항의 촛불로 맞서고 있다.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를 상징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혼란에 대해 ‘소통부재’임을 스스로 시인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과 인터뷰에선 "국민의 견해를 완전히 이해한다"고도 말했다. 내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과 국민사이의 ‘소통부재’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냈다.

그러나 지난 10일 광화문에는 또 다시 소통을 가로막는 대형 컨테이너박스가 등장했다. 경찰은 시위대와 충돌을 우려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실체’로 봤다. 소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명박산성’이라는 애칭이 나붙었다. 컨테이너박스에는 ‘소통의 정부, 이게 MB식 소통이냐’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제주에 왔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아셈(ASEM) 재무장관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기 위해 왔다. 오전9시 컨벤션센터에서 환영사를 한 후 오전10시에는 제주도청으로 옮겨 4층 대강당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비롯한 실국장과 도민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발전전략 토론회’를 가졌다.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한 대통령이긴 하지만, 지난 100일 동안 꽉 막힌 제주현안을 풀어야하는 제주도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제주방문에서 조차 ‘명박산성’을 쌓아 ‘소통부재’를 스스로 확인시켜 줬다.

청와대는 대통령 제주행사를 취재할 제주지역 언론 취재단 규모를 제한했다. 아셈 재무장관 개회식과 제주도청 업무보고 현장 취재기자단을 각각 펜기자 2명, 방송카메라 1팀(카메라 1명-오디오 1명), 사진 2명 등 6명으로 제한했다. 방송카메라와 사진은 현장을 영상과 스틸사진을 잡아야 하는 만큼 현장 취재기자는 결국 2명뿐인 셈이다.

제주도청 출입기자들이 취재인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었다. “청와대 풀기자단이 따로 내려간다”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물론 대통령 행사에 모든 기자들이 취재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 행사는 그래서 풀(POOL) 취재단이 구성된다. 청와대 출입기자는 물론이고, 지역에 갔을 경우 지역언론에서도 풀이 구성된다. 또 청와대 풀기자단에 제주언론이 포함되지만 그것은 청와대 출입기자들만의 풀기사일 뿐이다. 제주지역 취재기자 2명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정부부처 기자실을 통합해 이 대통령이 ‘언론취재를 제한하지 말라’고 비판했던 전임 정권에서도 이러진 않았다.

특히 아셈재무장관 회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발전전략 토론회’조차 취재기자(펜) 2명으로 제한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잠시 후 벌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2명의 취재기자마저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마자 행사장에서 나와야 했다. 청와대측이 대통령의 모두발언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비공개’로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각 실국장, 양대성 도의회 의장과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 등이 대통령과 함께 제주발전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비공개’가 됐다. 대통령이 제주에서, 제주와 제주도민을 위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물론 나중에 제주도에서 브리핑을 하겠지만 실제 대통령의 발언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 수 없다.

또 일치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참석한 지방 공식행사가 이처럼 비공개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통령과 제주도민과의 소통부재일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어떤 말을 하는지 언론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가, 누구에게 ‘소통’을 이야기 한단 말인가?

설마 대통령이 그랬을 리는 없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위로부터의 대화, 밑으로부터의 소통을 가로막는 청와대 참모진들의 그릇된 ‘충성경쟁’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청와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바로 이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통령의 ‘소통부재’가 그 원인이다. 한때 대통령은 소통의 문제를 언론의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뜻과 생각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놓고선 자신이 참석한 토론회에 지역언론 펜취재 기자를 달랑 2명만 허용해 놓고는 이 마저 모두 발언이 끝나자 나가도록 했다.

결국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은 제주도 공보관이 들어서 기자들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이게 대통령이 말하는 소통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화의 섬 제주에 와서도 ‘명박산성’을 쌓은 셈이다. 이럴 바에는 제주에 왜 왔는지. 차라리 제주도 인사 몇 명을 청와대에 불러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 아닌지 묻고 싶다. 정말 답답한 날이다. 오늘도 촛불은 다시 켜질 것이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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