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건의엔 묵묵부답...기업인 요청하자 ‘검토’로 U턴
[대통령 제주방문(1)] 건설방식엔 ‘민자’ 등 제3방식

▲ 16일 제주발전전략 토론회에서 제주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역시 ‘비즈니스 프랜들리’였다. 최근 촛불정국에서 ‘비즈니스 프랜들리’ 표현이 그렇게 좋게만 들리지는 않고 있지만, 16일 제주 방문 자리에서 ‘親 기업(가)’ 입장이 제주공항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역시’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16일 제주에 왔다간 이명박 대통령 제주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산남지역 제2공항 건설’을 제주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3월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제주에 가면 제2공항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제주공항을 쓰는 시간만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공항 하나 더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최대한 쓰고도 모자라면 그 때가서 (제2) 공항 만드는 것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며 제2공항 건설을 유보했다. 자신이 대선 때 한 약속을 ‘유보’한 셈이다. 이는 4.3위 폐지와 맞물려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5월 9일 청와대 기자간 간담회에서도 제주지역 골프장 카트비 인하에 대해 언급하면서 “제주도는 비행기가 (밤)9시면 끊어진다. (제주공항에) 24시간 비행기를 띄우면 관광객이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에 앞서 지금의 제주공항을 24시간 운항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거듭 강조했다.

1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발전전략 토론회’는 제주공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원위치’ 시켜 놓는 데로 모아졌다.

김태환 지사의 업무보고, 허향진 제주발전연구원장과 김경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의 주제발표, 그리고 7명의 지정토론자 모두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을 한마디씩 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지정토론자 발언이 모두 끝나고 난 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토론회에 초대받는 제주도민 중 안병호 (주)보광 사장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꺼냈다. 보광은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에 3870억원을 들여 ‘성산포 섭지지구 해양관광단지’를 조성 중에 있다. 1단계로 350실 규모의 콘도미니엄 공사를 마치고 오는 20일 개장 예정이다.

안 사장은 “지금 성산포 섭지코지에 350실 규모의 콘도를 다 지어 놓았다. 여기에 1천명의 관광객을 데려와야 한다. 747항공기로 3대 규모다. 그러나 비행기 좌석이 없어 관광객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사장의 하는 일 중 주 업무가 비행기표를 구하는 게 돼 버렸다”며 제주관광의 가장 큰 문제가 항공난에 있음을 토로했다.

안 사장은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섭지코지에 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투자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이익이 있어야 투자를 하는데 관광객을 데려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를 할 수 있느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주관광업계가 처한 현실을 보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 이 대통령이 참석자의 발언이 끝나자 뭔가를 적고 있다.
그러면서 안 사장은 “지금은 제주에 오고 싶어 하는 관광객이 있어도 항공난 문제 때문에 제주에 오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제2공항 건설 필요성을 기업입장에서 역설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광 안 사장의 이야기를 매우 주의 깊게 들었고, 그 때부터 제주공항에 대한 대통령의 마음이 조금 바뀐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토론회 내용의 결론은 항공문제와 세금감면인 것 같다”고 토론내용을 종합한 후 “공항문제는 이용객이 늘어나는데, 인프라가 뒷받침 안되면 안되니까 지금부터 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제2공항 또는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확답’한 것은 아니지만 ‘유보론’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입장변화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다소 신중함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계획을 세우면 되고, 3년만에 (공항을) 건립한 사례도 있으며, 민간자본 활용도 가능하다”고 말해 제2공항 또는 신공항 검토에 들어가더라도 지금까지 제주도가 생각해 왔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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