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상준 탐라자치연대 사무국장…행정시는 그만!

군민으로 살다가 서귀포시민으로 변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아직도 특별자치도가 낯설다. 때론 가끔 주소를 과거의 기초자치단체와 혼동하기도 한다. 그래도 주민등록증만이 기초자치단체의 흔적을 뚜렷이 남기고 있어 반갑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정시를 이제 폐지하고, 읍면동을 적절한 행정구역으로 나누어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에게 가까이 있는 기초적인 자치단체(basic unit of local government)이다.

하지만 우리의 바로 곁에서 대민행정과 종합행정, 생활행정을 책임지던 기초자치단체는 사라졌다. 대신 행정시라는 것이 있다. 정체가 모호하고 어느 책에 있는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적 고려에 의해 생겨나, 역할도 없고, 책임도 없고, 행정서비스까지 나빠졌다고 주민들이 성화를 한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행정시는 도청의 지시사항을 주민들에게 충실하게 하달할 뿐이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김형수 서귀포 행정시장의 굴욕사건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다.  이 사건은 몇 달 전 도지사가 지역주민들이 집단민원을 한다는 이유로 “우리”시장을 “경고”해 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자 주의처분을 받은 남원읍장은 일사분란하게 지역의 노인회, 부인회, 청년회를 다 불러 투자유치 결의대회를 하였다. 이로 인해 경고와 주의는 묻혀지고 남원읍장의 인사조치도 유야무야되면서 끝났다. 이것이 특별자치도란 이름으로 행정시에서 벌어지는 촌극이다. 이렇듯 행정시장의 위상조차도 도지사에게 한번 잘못 걸리면 바로 아웃이다.
 
상상해보자!  만약 기초자치단체하에서 우리의 시장이, 군수가 도지사에게 아무런 이유없이 굽신거렸다면 거의 주민소환감이었을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충성을 다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시장은 소리 한 번 못내고 굴욕을 당했다. 이 사건은 기초자치단체의 소중함과 행정시의 실제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따라서 기형적 행정시 체제를 더 이상 고착화시켜서는 안된다. 현재 도지사가 광역적 사무와 대민적 업무를 집행하고, 도의원들이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와 광역자치단체의 기능을 감시, 견제하는 것은 서로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고 결국 둘 다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 오상준 사무국장ⓒ제주의소리
이것이 고착화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또한 최근에 대동제 논의도 단순히 소규모 동을 몇개 합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우려가 높다. 왜냐하면 도지사는 권력을 나누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에 입각한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을 공론화하자! 도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행정구역, 인구, 공동체적 인식을 고려한 최적의 기초자치단체 설치안을 구상하고 실천해보자! 기초자치단체의 성립과 자치권의 획득이야말로 자치역량을 키울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을 도민들이 자각해야 할 시점이다.  <오상준 탐라자치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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