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강경보수파들로부터 탈당요구를 받고 있는 제주출신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이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 하는 거냐”면서 당내 보수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원의룡 의원은 22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수 강경파 분들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지내서는 당도 죽고, 우리도 죽는다. 그런 식으로는 정치할 이유가 없다”며 당내 강경보수파와의 대립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이들 (4대) 법안에 대해 뭔가 바꾸긴 바꿔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여당의 안 가운데 합리적인 것은 찬성해주고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명확히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당내 강경 보수파들은 법안에 손 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면서 당내 보수파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원 의원은 최근 벌어진 파행국회에 대해 “정기국회에서 대정부질문의 파행 운영을 보면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고는 결코 말 못한다”며 국회운영에 문제가 있음을 시인한 후 “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왜 (한나라당이) 단합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국민의 뜻에 부합해 제대로 움직이는지를 의심한다”며 한나다당에도 파행국회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원 의원은 “(당원들이) 박근혜 대표를 내세우고 나를 최고위원으로 내세운 것은 변화를 구체화하라는 당원과 국민의 주문이었으나 변화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반발이 있어도 밀고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힘이 부족했다”며 한나라당내 지도부의 개혁동력이 부족함을 피력한 후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여당은 과거사문제와 정수장학회 문제 등 인신공격성 공세를 펼쳤고 당내에서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는 세력이 득세하다 보니 국가정체성 논란 등으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면서 여야 정쟁이 결국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넣었다고 말했다.

당내 보수파와 직접적인 대결구도를 촉발시켰던 이해찬 총리에 대한 직접 질의에 대해 원 의원은 “보수 강경파 분들하고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지내서는 당도 죽고, 우리도 죽는다. 그런 식으로는 정치할 이유가 없다”면서 “정치에 처음 입문했을 때는 하늘같은 선배들이니 뭔가 있겠지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아무리 선배이고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행동하지 않고 남에게 책임을 떠넘겨서 위안하는 게 자기 기만일 수 있다”면서 ‘화합’이라는 이유로 다선 의원들의 일방적인 독주에 따라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원 의원은 “탄핵안 발의에 끝까지 반대한 것이 나 혼자였다. 원내총무나 당 대표 이런 분들이 나 혼자만 마음을 바꾸면 된다며 ‘총살감’ 소리까지 들먹여도 버텼다. 그런데 마지막에 미래연대 내에서 ‘같이 가자,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여기서 헤어질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때 스스로의 신념을 끝까지 다잡았어야 했는데”라면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동의가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시인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내에서 보수강경파들이 갈수록 득세하는 이유에 대해 “총선 때는 탄핵안 발의라는 최악의 집단 자살 작전을 감행했던 데 대한 책임 때문에 (강경보수파들이) 숨죽여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하고는 “한나라당은 재보선 같은 작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계속 병이 도진다. 배 고플 때, 눈물 흘리던 시절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어버리는 게 큰 문제다”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원희룡 의원은 “7,8월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이 내려가니 반사이익으로 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 같으니 안이해졌고 과거사 공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 분들이 주특기인 색깔론으로 정국을 몰고 가버리니 이 분들의 주무대가 돼 버렸다”고 말한 후 “강경보수파가 더 고양된 것은 헌재 결정이었다. 보수파 10만명 집회를 보면서 보수들도 결집돼서 힘을 보여줄 수 있구나 하는 것 때문에 고무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보수화로 계속가면) 당이 가는 길은 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 의원은 보수강경파들의 출당론 배경에 대해 “김용갑 의원이 며칠 전 나를 출당하라고 했는데 빌미가 된 게 KBS의 심야토론 발언이었다. 거기에서 당의 철회론과 관련해서 당이 철회하라고 한 것은 여당에 의한 일방적인 강행 통과는 막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개인의견이냐, 당론이냐’고 묻길래 나는 결국은 이런 생각이 당론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런데 김용갑 의원은 최고위원이 개인 의견을 말했다고 당에서 나가라고 한다”고 당시 벌어졌던 과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원 의원은 이어 “그렇게 말꼬리를 잡아서 시비 거는 것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이 이들 법안을 놔두는 것이 좋다고 하면 문제가 아닌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이들 법안을 뭔가 바꾸긴 바꿔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여당의 안 가운데 합리적인 것은 찬성해주고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명확히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게 내가 보는 여론이다”라면서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당론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출당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누가 누구 보고 나가라고 하는가. 변화와 개혁으로 가야 하는 한나라당에서 비탈을 거꾸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바뀌어야지 누가 누구보고 나가라 하는 거냐”면서 “내년, 내후년의 정치일정이 다가올수록 국민, 젊은 세대의 뜻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도도한 시대의 흐름, 시대 정신과 함께 가려 한다는 점에서 시간은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국민의 여론은 한나라당 소장개혁파에게 있음을 자신했다.

원희룡 의원은 “다음 대선 경선에 나갈 생각이 있나”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때 나설 본격적인 주자들은 따로 있지 않나. 때에 맞는 연배와 수준이 있는 것이다”며 차기 대권 경선은 아직 때가 아님을 밝힌 후 “그렇게 일정표를 짜놓고 어느 기지를 거쳐서 어디로 간다는 식의 루트에 대한 맵은 안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