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연과 조화를 이루기위해서는 탐욕을 버려라~!

 

▲ 수목뿌리가 심하게 노출 된 한라산 등반로 ⓒ김동주

수목뿌리가 심하게 노출 된 한라산 등반로  ⓒ김동주

월요일이었던 지난 7월 7일, 한라산에 다녀왔다. 성판악 코스를 통해 백록담 정상을 거쳐 관음사 코스로 하산했다. 9시간 정도 천천히 걸으며, 최근에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한라산의 탐방문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한라산에 5~6번 정도 다녀왔지만, 이번처럼 ‘자연탐방’을 중심에 두고 오르니, 한라산이 기존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라산은 적당히 오를만한 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지의 등산로와는 달리 한라산의 등산로는 현무암으로 깔려지거나, 자갈이 뿌려진 곳이 대부분이고, 가끔 목재 데크를 설치한 상태였다. 돌길로 된 등산로는 충격을 흡수할 수 없어, 무릎과 발목 등 신체에 좋지 않다. 또한 날씨가 안 좋아 축축한 상태의 돌길은 미끄러지기 쉬워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상태의 등산로를 별다른 등산장비 없이 운동화 또는 심지어 하이힐을 신고 오르는 여성도 있었다. 장장 하루가 꼬박 걸리는 곳을 이런 무방비 상태로 오른다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백록담을 보는 것은 좋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서기엔 한라산은 많은 불편을 사전에 고려해야 하는 곳이다.

  자연탐방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극기체험식의 한라산 정상등반 말고, 안전하면서도, 생태계에 영향을 덜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자연탐방에 대한 인간의 필요와 탐욕을 성찰하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간의 생존은 그 물리적 토대인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개입의 대표 사례인 산업화(= 공업화, 도시화)는 자연환경(=자연자원)의 가공과 변형을 하는 행위이다. 그 결과 자연환경의 오염과 파괴라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들은 여기서부터 ‘깨끗한 자연’을 욕망(또는 필요)하게 되었다.

  필요는 ‘기본적 필요’와 ‘인간적 필요’로 나누어지는데, 기본적 필요는 인간과 비인간이 공유하는 것으로 의, 식, 주와 생명의 생산/재생산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기본적 필요를 정의하고, 그와 관계된 것을 청구하는 것은 사회적 투쟁(인간종의 독특한 특징)을 통해 발전하는데 이것을 ‘인간적 필요’라 말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사회의 기본적 필요 충족의 수단은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발전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인간적 필요의 확대를 야기한다(서영표, 2008).

  ‘깨끗한 자연환경에 대한 욕망’은 원래는 기본적 필요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일부러 의식하지 않았다. 기본적 필요에서 인간적 필요로 전화하는 단계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를 요구하는 사회적 투쟁을 통한 것이다. 시민집단의 환경운동과 시민의 친환경적 행동을 통해 자연환경의 보전과 인공환경의 친환경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는 환경정책의 수립과 결정에 반영되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방향전환을 이끌어 내었다.

  인류의 거주지는 농촌에서 도시로 변화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도시인구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는 환경의 질의 쇠퇴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인간들은 쾌적한 자연에 대한 필요를 충족하고 해소하기 위해 자연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 또한 자연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자연환경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해 적절한 기준을 세워야하는데, 기본적인 그것은 환경용량(Carrying Capacity) 범위 내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자연환경의 쇠퇴로 인해 자연탐방이 시작되고 증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 내의 산업화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이 잘 보전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자연을 찾는 행위는 처음에는 관광산업의 인프라로서, 우수한 자연환경을 이용한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제주도 자연의 독특함과 청정함이 알려지면서 삶의 여유를 갖게 된 도민들이 자발적으로 찾아나선 측면도 있는데, 이는 오름기행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관광단지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의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진행한 생태기행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라산 탐방객 적정수용관리 용역>을 비롯해 한라산 케이블카 재추진 선언은 개발욕구와 정복욕구로 점철된 지역사회의 자연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생태적 수용력은 계산조차 하지 않았고, 물리적 수용력의 결과는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관없는 수치를 전부 더해 적정수용력을 부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산남 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돈내코 등반로 재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다른 한 편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의 미개방지역을 대상으로 신규 탐방로(동굴 : 만장굴 미개방지역, 벵뒤굴, 김녕굴; 한라산 : 남벽코스의 한시적 개방, 사라오름, 만세동산)를 개설하자는 주장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7월과 8월 2달간 세계자연유산의 한 축인 거문오름에서 진행되는 연인원 3만명 규모의 국제트레킹행사는 탐방욕구 충족이 그로 인해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보다 앞장 서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깨끗한 자연환경에 대한 욕망은 ‘인간적 필요’로 되었고, 그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투쟁을 통해 확정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적 필요가 충족되지는 않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와 같은 인공환경 내에서의 환경의 질 개선요구는 ‘환경권’의 핵심으로써 주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환경은 인간의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해서 보전을 중시해야 할 곳이다. 왜냐하면 그곳은 ‘비인간종’(자연환경의 생물들)들의 기본적 필요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인간사회 속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 공공재이다.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적 개입의 시작은 경제성장을 통한 이윤추구이며, 이는 한국사회에서 개발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나타났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성장을 한 후에 되돌아보니, 자연환경의 파괴라는 나쁜 결과를 인식하게 되었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근원에서 자연을 이윤추구를 위한 대상과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변하지 않았고, 이를 ‘녹색 개발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탐방이 ‘녹색 개발주의’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윤추구보다는 자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탐방문화가 필요하고, 조례 등을 통해 물리적 한계의 설정 및 규제와 자발적 참여라는 자연환경의 이용에 대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

▲ 돌로된 한라산 등반로 ⓒ김동주

 

* 참고문헌 : 서영표, 2008, "비판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 필요(Needs)의 정치학", 2008년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자료집, 2008년 4월 18일, 전주(전북대학교).

* 이 글은 지난 7월 4일, 난대산림연구소와 녹색연합이 공동주최한 “올바른 자연탐방 문화, 제주에서 길을 묻다” 심포지엄의  토론문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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