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한라용사촌'…반강제적'수의계약' 요구

비영리단체로 지정받은 단체가 재정수익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방공사인 제주의료원 장례예식장 임대를 ‘무작정’ 요구하고 나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 단체는 다름아닌 보훈청으로부터 인가받은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중상이자 모임인 ‘국가유공자 한라용사촌’.

39명의 회원을 둔 한라용사촌은 회원들의 자립.자활을 위해 복지공장과 집단거주 마을(39세대)를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북제주군 구좌읍에 건립하고 있다.

한라용사촌은 건립비용 13억원은 제주도 등 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았지만 건축비 42억원 중 20여억원은 은행 융자를 통해 건립하고 있어 이를 타계하기 위해 ‘수익사업’으로 장례예식장 임대를 제주의료원에 요구하고 있다.

한라용사촌은 제주의료원 외에 제주대학병원에도 ‘장례예식장’ 임대를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대학병원측은 이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대신 병원청소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용사촌은 공익사업장인 병원에 대해 장례예식장 등 수익사업 임대를 요구하는 근거는 ‘제주보훈지청’에서 발행한 공문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들이대며 거의 반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제주보훈지청의 발행한 공문에는 “국가유공자 한라용사촌은 복지공장 운영에 앞서 자신들의 집단 거주할 마을을 건립중에 있다”며 “건립비 중 기반시설비 10억여원은 자치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았으나 건축소요비 43억원은 시중 은행 등의 융자에 의존해 금리부담 등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어 공문에는 “주택건립과 회원간 복지사업에 기여할 목적으로 귀 병원의 장례예식장을 임대해 수입 사업코자 한다니 적극 검토후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한라용사촌은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있어 사실상 수익사업을 벌일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이들이 요구하고 있는 장례예식장 운영사업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 보훈처장이 지정하는 국가유공자 자활집단촌의 복지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물품을 그 생산자로부터 제조.구매하거나 이들에게 직접 물건을 매각 또는 임대하는 경우로 돼 있다.

이들은 병원측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장례예식장을 ‘수의계약’을 통해 임대 운영해 달라 요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장례예식장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현재 제주의료원 장례예식장은 도내 타병원에 비해 비용이 2~3배 가까이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서민층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의료원이 장례예식장 임대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한라용사촌 회원 20여명은 24일 새벽부터 병원을 찾아 원장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장례식장 임대 문제는 노조와 합의사항이자 제주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며 “병원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음달까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히며 신중함을 보였다.

제주의료원노조는 “제주의료원 장례식장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저소득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며 “병원직영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장례식장을 임대해 준다면 타 병원 수준으로 가격이 폭등해 결국 저소득층만 손해볼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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