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사과발언, 무엇을 담고 있나

180초, 3분이었다.
지난 50년 제주도민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푸는데 걸린 시간은 3분이었다.
제주도민은 그 시간적 3분이 아니라 '대통령 사과'라는 내용적 3분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 3분의 내용을 듣는데 제주도민들은 50년이란 반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은 4.3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4.3사과 발언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국가공권력에 대한 사과와 위로

첫 번째는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당했음을 분명히 하고,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위로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명예회복위한 후속조치 적극 지원

두 번째로는 4.3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여기에는 4.3위원회가 건의한 평화공원 조성, 평화인권교육 활용 등 7개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잘못된 역사반성에 대한 對국민 담화

세 번째로는 국민들에게 왜 4.3진상이 규명돼야 하고, 국가가 사과를 해야하는지를 밝히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역사적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다"고 국민들에게 말했다.

"과거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비단 그 희생자와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의 충정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역사의 진실을 밝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여 보다 밝은 미래를 기약하자는 데 그 뜻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길을 열어나가야 하겠습니다.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

마지막으로는 제주도민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제주를 인권의 섬이자 평화의 섬으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냈습니다. 제주도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4.3보고서 확정과 대통령 사과라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 역할을 한 김대통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해 관심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논밭을 가꾼 사람이 타작해야 하는데 논맡을 가꾼 사람은 따고 있고 저는 타작한 사람이 돼 버렸다"면서 "(4.3의) 씨를 뿌리고 밭을 가꾼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으로 아는 타작만 한 셈이 돼 미안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의 박수를 김대중 대통령께 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또 한번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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