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책읽기⑥]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엄마 아빠가 달라져야 교육이 살아요.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삶의 진정성에 대한 말 걸기로 보였다. 말하자면 '내 삶의 혁명'을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너무나 강건해진 자본주의적 가치가 범람하는 속에서 그의 말은 현실을 너무 관념적으로만 처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까운 사례를 들어 차근차근 풀어 나갔다. 그래서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들은 이상주의적인 권고이면서 가장 현실적인 지적이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시골생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스스로의 생각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우리에게 본보기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하자는 격려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주변을 탓하지 말고 너 자신부터 바꾸어라. 조급증을 버리고 결심하라, 진정으로 살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몸으로 느끼고 자연에서 느껴라, 자연과 가까이 하면서 잘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라. 그의 충고는 거침이 없었으나 따뜻한 위로였다.

우리 아버지는 농사꾼이셨다. 해방 후 사회주의운동을 하셨던 할아버지 때문에 가족 살림이 기울었고, 배를 곯으며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성장기를 보내셨다고 한다. 때문에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계셨다. 나이가 들면서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가장이 되자, 결국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된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돈을 벌겠다고 팔을 걷어붙이셨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였고, 그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모델로 삼아 우리 집 경제도 부흥시키려 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심히 농사일을 하셨다. 아니 가족 모두가 돈을 잘 벌어 잘 살게 되는 것에 삶의 목표을 두고 매진하는 분위기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밭이 늘어났다. 아버지는 밭을 사들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아버지의 밭은 농토라기보다는 공장과 같았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복합영농을 하던 아버지의 농사 달력은 농산물공판장에 어떤 상품을 얼마에 내놓아야 하는가 등의 계획으로 채워졌다. 우리 밭의 오이와 토마토는 시간에 맞추어 따고 포장해야 하는 공장 제품이었다. 자식들은 집안을 일으켜 세울 기둥이었고, 기둥이 일어서려면 뒷받침 해줄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논리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식들이 커 가는 걸 보면서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묶었다.

어느 날 여동생이 집에 왔다가 우리 집 아이를 혼내는 나를 보더니 그 옛날 아버지와 어쩜 그렇게 똑같냐면서 놀라워했다. 해명할 틈도 주지 않고 아이를 몰아세우는, 그리고 자기 분풀이하듯이 말하는 나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우리 아이의 느긋한 성격을 좋은 점이라고 평가하기보다 고쳐야 할 약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에 남은 건 너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다. 내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나는 쫓기고 있었다. 너는 내가 밟은 실패의 길을 걷지 말고 내가 일러주는 길로 가라, 그러면 엄마가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 글도 많이 써라.

어느 틈에 아이는 나를 두려워했다. 평소에 잘 해 주다가도 언제 어느 때 자기의 실수가 보이면 용납하지 않는 엄마가 두려웠던 거다. 아이는 미안해요 죄송해요 라는 말을 자주 썼다. 나는 또 그 말에 민감해져서 아이의 소심함이 걱정이 되고 앞으로 어떻게 이런 성격으로 살아갈까 한숨이 나왔다. 악순환의 시작점에 와 있었다. 바로 나는 내가 밟은 실패의 길을 내 아들에게 고스란히 안내하고 있던 셈이었다. 아들과 내가 서로에 대한 끊을 수 없는 애정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소지를 안게 되었던 것은 지금까지 내 삶의 과정이 나를 안심시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 무엇엔가 쫓기며, 그런 상태를 스스로 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강수돌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내 삶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의 삶의 태도를 거부하면서도 그대로 내 몸에 뿌리 내린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강박을 살펴 볼 수 있었다. 강박과 불안은 전염성이 강하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한국 사회 전체가 경제적으로 잘살기에 전념하는 동안 각 개인들도 잘 사는 일의 진정함이 무엇인지를 성찰하지 못하고 불안을 생산하는 사회 구조 속에 함몰되었다. 나 자신 또한 그랬다. 지금도 역시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자주 뒤를 돌아다보며 시행착오를 후회하고 미래의 시간을 두려워했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아들에게 전염되어 소심한 아이로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들 실패와 두려움이 없이 삶을 살아 갈 수 있으랴. 실패와 두려움은 자신의 뿌리를 건강하게 할 때 물리칠 수 있다. 튼튼함의 기초는 제대로 잘 살아야 하겠다는 결단을 실천함에 있고 혹여 그것이 지금까지의 삶을 버리는 것이 될지라도 싱싱한 생산을 예정하는 모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피해 가려 하지 말고 직접 내 몸과 마음으로 겪으면서 내 삶의 뿌리를 더욱더 건강하게 키워 나가야 하겠다. 맑고 튼튼한 정신의 뿌리를 내린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소박한 그늘을 만들 수 있음에 만족할 줄 아는 나무로 거듭나기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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