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국제심포지움 참석기] "'초강대국'이야 말로 최악의 인권침해자"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오수용변호사께서 지난 12월 초 '국가인권위'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국제 심포지움 참관기를 보내오셨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그리고 서귀포시를 국제회의 거점 도시로 지정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각종 국제회의가 제주도에서 열릴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평화와 인권,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 그리고 북한의 현실에 대해 극단적 편향에 사로잡히지 않은 균형 잡힌 사실 접근(fact-finding)과 국제사회의 시각을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을 시작으로 오수용님께서는 국내외 평화와 인권 관련 세미나와 관련 정보들에 대해 제주의 소리에 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오수용 변호사는 제주출신 미국변호사로 현재 법무법인 정평(J&P Law Firm)의 PSIC (Peace, Security,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평화 안전보장 국제협력)Team 팀장으로 있다.[편집자 주]

[2005년은 우리 민족에게 또 한 번의 중요한 시련의 시기(stern test)가 될 것이다. 미국에서 북한 인권법(North Korea Human Rights Act, 약칭 NKHRA)이 통과되고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재선된 지금, 이라크전의 진행과 별도로 내년은 한반도의 평화 특히 국제 사회에서의 북한 인권과 핵문제가 중요 의제(agenda)로, 더욱이 긴장된 상태에서 숨가쁘게 다루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맞추어 12월 1일 한국 국가인권위(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the Republic of Korea, 약칭 NHRC) 주최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개최되었던 북한 인권 국제 심포지움은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글은 심포지움에서 발표, 토론되었던 내용을 주로 소개한다. 또한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그리고 서귀포시를 국제회의 거점 도시로 지정하는 일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각종 국제회의가 제주도에서 열릴 것이 예견되기에 간단한 회의 주변 스케치를 덧붙인다.  또한 간략한 국제 인권 운동계의 소식도 집어넣는다. (필자)]

2시간 걸려 9시 25분에야 비로소 버스가 조계사 앞에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삼청동에 있는 극동문제연구소로 향하였다. 10년 전 쯤 방문했었음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연구소 간판이 눈에 띄지 않아 헤맸다. 담벼락에서 B4 용지 크기의 컴퓨터로 출력한 화살표 표시와 장소 안내문을 겨우 발견하였다. 1층 lobby에서 회의 등록을 하였다. 한정된 좌석을 이유로 미리 참가 신청을 받았음에도 이름표 교부가 없었다. 평화 혹은 인권 관련 국제회의에 여러 번 참석했던 이들은 서로 잘 알고 인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을 위한 배려가 모자란다.

회의장 입구에 도착해보니 이 번 회의를 위해 지원한 자원봉사자와 국가인권위 소속 인턴으로 이루어진 회의 진행 요원들이 동시통역기(receiver)를 나누어 주고 사람 안내하느라 얼굴이 빨갛다. 9시 30분부터 10시까지로 예정된 등록(registration) 시간이 다되도록 발표자(speakers)와 지정 토론자(discussants)가 앉을 연단에 빈 좌석이 보인다. 서울의 교통 정체와 불완전한 도로 안내 체계 탓일까.

올해로 임기를 만료하는 김창국 국가 인권위 초대 위원장의 우리말 개회사가 시작되고 회의장 뒤편에 마련된 동시 통역사 실이 바빠진다.

유엔 인권위에서 국가인권기구(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 약칭 NI)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역사적인 문건인 파리원칙이 채택된 후, 수년 동안 여와 야, 법무부와 인권단체의 갈등 끝에 독립적 국가기구로서 국가 인권위가 만들어진 지 벌써 3년이 되었다 (Paris Principles은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기구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원칙’(Principles relating to the status and functioning of national institutions for protection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의 약칭이다).

국가 인권위와 평화 인권 관련 NGO간의 갈등의 뒷면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자랑스런 발전이 있었고 여기에 바탕해서 지난 9월, 2년 마다 열리는 ‘세계 국가인권기구 대회(ICNI) 7차대회’ 그리고 이를 위한 NGO 포럼이 서울에서 개최되고 ‘분쟁과 대테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를 주 내용으로 하는 서울 선언(Seoul Declaration)이 채택되었다.

10시 15분 특별 연설을 위해 초빙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Special Rapporteur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PRK)인 윗팃 문타폰(Vitit Muntarbhorn)의 불참 안내가 있었다. 이틀 전에 방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였다고 하나 옆에 앉은 그의 지인들의 수군거림에는 조깅(jogging)하다 넘어졌다고 한다. 인권보고관 헨릭 스텐만이 대신해서 연설문을 읽었다.

윗팃 문타폰은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할 이이기에 먼저 간단한 소개를 한다,

그는 제 60차 유엔 인권위원회 의장 마이클 스미스 대사(오스트레일리아)에 의해 새로 선정된 명령(mandate)과 관련 금년 7월 9일 임명된 14명의 인권 전문가(6개 국가별 보고자, 8개 주제별 보고자)중 1명이다. 그는 아동권, 인신매매,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과 유니세프 자문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의 인권관련 기술적 협력을 위한 유엔기금 이사회 회원이기도하다. 세계화와 아태지역 그리고 미국의 인권문제에 대한 많은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태국의 법과대학 교수이다. 이 번 연설이 그가 앞으로 제출할 북한 인권에 대한 보고서를 가늠할 실마리를 제공하기에 여간 신경 쓰이질 않는다.

북한에 대한 긍정적 요소 5가지와 특별한 과제

다소 길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기에 인용을 한다.
우선 그와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대표들과의 만남이 우호적이고 건설적(cordial and constructive)이었다는 말에 가슴부터 쓸어 내렸다. 그는 긍정적이고 단계적인 접근법(constructive step-by-step approach)에 기초해 공정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독립적인 방식으로(in a fair, balanced and independent manner)로 진취적으로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긍정적인 요소 다섯 가지를 밝혔다.

첫째, 북한이 유엔의 4대 핵심 인권규약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여 관련 감시위원회(monitoring committees)에 많은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제출하였다는 점,

둘째, 북한 인권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외부 인권 활동가(human rights actors)의 입국을 허용해 왔다는 점,

셋째, 다양한 유엔 기구들(UN agencies)이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

넷째, 북한과 주변국간의 관계가 개선(warming of relations)되고 있다는 점,

다섯째, 북한도 이미 인권보호와 증진에 도움이 되는 법적 조직적 토대(legal and operational infrastructures)를 갖추고 있다는 점(예컨대 92년, 98년 개정 헌법)

특별한 과제(special challenges)도 5가지 지적하였으나 3가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첫째, 식량권(the right to food), 생명권(the right to life)과 관련하여, 위기 상황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도주의적인 긴급 지원(humanitarian emergency assistance)이 필요하며 용도 변경여부와 지원대상(target population)에 대한 적절한 배분을 감시하기 위한 무작위 검사(random checks) 허용을 역설하였다.

둘째, 개인의 안보권, 인간적 대우를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법정의에의 접근(the right to security of the person, humane treatment, non-discrimination and access to justice)에 대한 지적을 하였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많은 보고가 접수되고 있기에 북한 당국이 투명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촉구하였다.

셋째, 거주이전의 자유, 탈북자 보호(the right to freedom of movement and protection of persons linked with displacement). 여행증명서를 없애고 중국으로 넘어온 북한인에게 국제법상의 난민(refugee), 혹은 현장 난민(refugee "sur place")의 지위를 부여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대하여 북한 인권관련 12가지 항목, 그리고 국제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하여 5가지 항목에 에 걸쳐 이행사항을 촉구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한국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아태지역 대표대행 리완희씨

10시 25분 드디어 첫 번째 회기(Session I)가 시작되고 진행자는 박경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에게 사회자(moderator) 권한을 넘겼다. 영어 발음은 어색했지만 국제회의를 여러 번 주재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능숙하게 진행하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는 유엔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방콕에서 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아태지역 대표대행(Acting Representative) 리완희씨이다.

먼저 리완희씨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약칭 UNHCHR)에 대해 소개한다.

고등판무관이라는 직책은 유명한 비엔나 선언이 채택된 비엔나 세계인권기구대회 2차대회에 뒤이어 열린 1993년 유엔총회에서 신설된 유엔의 최고위직 공무원이다. 현직 고등판무관은 루이스 아버(Ms. Louise Arbour)로, 지난 9월 세계 국가 인권 기구 대회(ICNI) 7차대회에 참석차 방한을 한 바 있다. 분쟁상황에서의 인권, 취약계층(the vulnerables)의 보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밝힌 그녀는 국내 NGO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국가보안법, 양심적병역거부, 이주노동자, 노동자 부당해고등에 대한 증언을 청취하였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과 달리 국내 주요 언론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방한을 마친 그녀는, 나중에 자세하게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특히 국가보안법이 국제협약위반이므로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리완희씨와는 저녁 만찬 후, 그녀의 제의로, 민변 국제연대위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의 공감 소속 황철규 변호사와 함께 개인적으로 만나 생맥주를 마셨다. 호리호리한 체구로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반갑게도 한국계였다. 그녀는, 한국의 국력과 달리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을 높일 만 한 인재의 국제기구 진출이 미흡함을 아쉬워하였다.

그녀는, 또한 국제 인권법의 한국내의 실행을 위해, 구체적으로는 법조계와 NGO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인권법 교육 프로그램을 위해, 몇 가지 길을 모색하는 것이 이 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임을 밝혔다. "통상 분야는 국제법을 바탕으로 하는 판결이 쏟아지는 데도, 왜 인권문제는 국제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만이 존재하느냐“는 질문에는 국제법 관련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던 필자도, 대답이 막막했을 뿐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되어야한다"

리완희씨는 북한의 인권증진을 위한 유엔의 프로그램에 있어서의 기술적 협력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권한과 임무, 7개의 유엔 인권 조약기구(the UN human rights treaty bodies), 유엔 인권위원회와 특별절차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special procedures라는 명칭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 이는 특별보고관 혹은 분과(working group)를 말한다)

둘째로 그녀는 북한과 유엔 조약기구들과의 접촉에 대해서 언급했다. 한 때는 험난한 관계(thorny relationship)였으나, 최근에는 정상화되고 높은 수준으로 협력이 발전하였다. 보고서 제출을 위해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의 강력한 대화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접촉의 결과는 결정적이지 못했고(not conclusive), 대화도 최적이었다 할 수 없으며(not optimal) 질문들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참고로 국가인권기구 설립 권고에 대한 북한 당국자의 입장 표명을 소개함으로써 북한과 국제사회의 시각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인권기구 설립에 대해 논의해봤다. 몇 몇 제한적인 사람들에 의해 민원 접수, 조사, 권고는 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집행권한이 없다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지역 차원의 인민위원회가 그 일을 아주 효과적으로 해내고 있다.”

2003년과 2004년 유엔 인권위는 북한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유엔 인권위가 특정 국가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권고등판무관에게 인권 분야에서 기술적 협력 프로그램(technical cooperation programs)을 수립하기 위해 북한 당국과 포괄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한 것이 그 주요 내용 중의 하나이다.

그녀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계속 되어야한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혜택이 인구 전체에 돌아가는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미 40 개국이 받고 있는 자문과 기술적 지원 즉 헌법 및 법의 개혁, 국가기구, 사법행정, 인권교육, 핵심 전문가 집단(판사, 변호사, 검사, 경찰, 교도소 행정관)의 훈련 및 국회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 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개인의 권리보다 안보와 집단의 권리에 더 중요성을 둔다" 고 인정

두 번째 발표자로 나온 이는 주한 영국 대사관 정무 참사관(political councilor)인 주디스 곺(Judith Gough)이다.

“영국정부를 대표해서 발언하겠다 (그러나 연설 도중에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은...” 하면서 자신의 발언의 권위를 한 단계 높였다)..... 인권증진은 영국정부가 우선시하는 일(priority)이고 영국 외교 정책의 핵심이다..... 어느 나라도 인권 상황이 완벽하지 못하다. 영국도 인권문제와 관련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달리 분노를 표현하거나 대화를 거절하거나 부인하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영국은 조사를 원하는 독립적 특별보고관에게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다. 그들의 보고서를 존중하여 그들이 내린 결론에 대하여 토론하고 가능한 경우 우려되는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탈북자들을 통한 북한 인권의 침해(예컨대 죄수들에 대한 화학실험) 증언이 늘고 있다..... 정보의 정확도를 입증하기 어렵지만, 일관되고 신뢰할 만하다.....

영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4년이 되었다 (참고로 평양 영국대사관은 3년 전에, 런던 북한 대사관은 2년 전에 문을 열었다). 금년 9월에 영국 외상 뢰멀(Rammel)이 인권 전문가를 포함한 4명의 전문가와 7명의 언론인을 대동하고 평양을 방문했다. 대단한 성과가 있었다. 최고인민위원회 의장과 외무상, 그리고 인권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부외무상을 만났다. 그들은, 적어도 우리에게는 처음으로, 노동교화 수용소의 존재와 거주이전의 자유와 같은 자유의 제한을 시인하였다..... 그들은 개인의 권리보다는 안보와 집단의 권리에 더 중요성을 둔다고 인정하였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입국허용을 종용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2002년 이래 EU와의 인권관련 상호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2003년 유엔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핵문제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렇지 않다..... EU와 북한의 대화에 진전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2003년에 채택된 유엔결의안은 전적으로 정당하다..... 북한이 대화의 조건으로 EU가 결의안 채택에 찬성하지 않기를 요구하지만, EU는 인권문제에 대한 대화 진행에 있어 그 어떤 전제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

6자회담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 영국과 EU는 인권문제를 제기하기에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영국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미국 NGO, ‘Food First’의 조정관(coordinator)인 크리스틴 안

주제 발표가 끝나고 첫 번째 토론자로 나온 이는 ‘Food First’의 조정관(coordinator)인 크리스틴 안(Christine Ahn)이었다.

미국 NGO들의 너무나도 체계적인 실무 핸드북을 접하면서 구체적인 그들의 활동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우선 Food First의 website부터 열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관심 있는 이는 www.foodfirst.org를 두드릴 것). 1975년 ‘자그마한 행성에서의 식사’ (Diet for a Small Planet)라는 책의 국제적 성공에 뒤이어 결성된 단체였다. 개인 기부가 수입의 절반(의외로 비율이 낮네), 자원봉사자와 인턴들이 상당부분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 민중의 투쟁을 위한 독립성, 객관성, 헌신성을 mission statement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mission statement은 조직이 추구하는 바를 간명하게 표현하는 문구, 타 조직과의 차별성에 초점을 둔다. 쉽게 이해하고 기억될 수 있도록 짧게 표현하며 3-4단어일 수도 있고 흔히 조직 내 서식, 문구류 등에 쓰여진다. mission statement에 입각하여 전략안의 조직의 목표가 설정된다. 'Pursuing the Public Interest' Page 10에서 인용)

정식 명칭은 ‘식량과 개발정책을 위한 기구’(the Institution for Food and Development Policy)이고 회원제 비영리로 운영되는 진보적 싱크탱크이자 활동 교육 센터이다. 특히 전 지구적 식량 시스템의 밑으로부터의(bottom-up) 개혁을 위한 리더쉽 제공이라는 설명도 눈에 띈다.

크리스틴 안은 Food First의 7명의 스탶 중의 일인으로서 경제 사회적 인권프로그램의 팀장이다. 조지타운대에서 비영리적 스터디와 세계개발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나바호족 인디언보호구역을 포함하여 미국 내 5,6개 지역 그리고 자마이카를 비롯한 중남미 2,3개 지역에서 밑바닥(at the grassroots level) 현장활동을 한 여성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말을 못합니다. 다음에 올 때는 꼭 한국말을 배워서 오겠습니다"는 서툰 우리말 인사말을 마치고 토론을 시작했다.

"초강대국(the biggest power)이야말로 최악의 인권침해자"

그녀의 토론내용은 커다랗게 3부분으로 나뉘었다.

첫째,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가 경제 사회적 인권으로 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억압(political repression)에만 국한 시키지 말고 북한인의 식량, 건강, 존엄성 있는 생명에 대한 권리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지원과 발전을 위한 원조를 요청할 때 인권운동이 어디에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세계인권선언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그리고 가난으로부터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 시켰다. 부시정권이 인권을 경제 제재와 군사적 침략을 정당하기 위한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식량과 난방용 에너지, 질병을 치료할 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현재의 경제 제재가 어떻게 북한 민중들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겠느냐고 외쳤다. (감정이 복 받쳐오르는 게 참석자들에게도 전달되어 온다. 저러다 울 지 않을까.)

그녀는 또한 경제 제재와 정치적 권리를 나누는 잘못된 이분법은 인권운동의 위선에 의해서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2차대전후 인권의 틀이 두 가지 전제위에 서 있다고 분석하였다. 하나는 인권침해자들이 주로 제3세계에 존재한다. 둘째는 인권을 실현하는 것은 강대국(big powers)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리 초강대국(the biggest power)이야말로 최악의 인권침해자라고 주장했다. 인권운동의 위선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제1세계국가들이 가난한 남반구 국가들을 괴롭히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에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의제로 하는 강경파 보수주의자(hawkish conservatives)와 복음주의적 기독교인(evangelical Christians)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현재 지적, 정치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진 인권운동이 북한 사회의 필요뿐만이 아니라 화해와 통일을 위한 모든 한반도인들의 바램을 포괄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둘째, 인권 논의는 역사와 사실에 기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근본원인을 무시하고 무지, 억지주장, 왜곡된 사실에 기초해서 인권보고서들이 만들어지는 데 대해 경계심을 표명하였다. “특히 이른바 인권 옹호자들이 북한의 기아와 다른 인권침해를 교묘하게 한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사실관계상 잘못된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기아에 복잡한(complex) 요인이 작용했고 그 대부분은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events beyond the control of the government)들에 기인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북한의 기아로의 추락은 1980년대 농업생산량의 감소에서 시작된다. 그러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더불어 사회주의 무역 체제의 붕괴 때문에 북한의 농업 시스템이 무너지고 주요 오일 공급원을 잃게 되었다. 북한의 수입 오일에 대한 높은 의존이 북한을 위기로 몰아넣고 무역의 갑작스런 단절 때문에 북한 농민들은 농기계의 부품을 교체하거나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1993년에 중국은 북한과의 모든 교역을 현금(hard currency)으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외화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은 부족한 식량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북한에는 자연 재해가 계속되어 1995년과 1996년의 기록적인(epic) 홍수 뒤이어 20세기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가뭄은 300년 만의 최악의 기상이변인 1997년과 1998년의 엘 니뇨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주요한 요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들은 중요치 않은 사실(footnote)로 치부되거나 북한정부를 음해하는 선전문구에 파묻혀 버린다."

셋째, 북한 민중들의 인권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전쟁과 제재가 아닌 평화와 포용(engagement)이 북한에서의 인권 보호와 인권증진을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전쟁위협과 경제 제재, 북한고립화시도는 미국에서의 여타 인권침해(부연 설명은 생략함)뿐만이 아니라 북한에서의 인권위기를 재촉할 것이다. 평화는 북한에서의 인권을 증진하고 실현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단계(vital step)이다. 평화 그 자체만으로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지만 미국과 북한간의 평화조약이 그 출발점으로 체결되어야 한다. 끝으로 그녀는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 “북한은 세계로, 다시 세계는 북한으로 손을 뻗고 있다”(“North Korea is Reaching Out to the World, and the World is Reaching Back”)를 인용하며 북한인의 존엄성과, 인권, 안보의 긍정적 발전을 낙관하였다.

남한 정부가 주도한 대량기획입국과 미국의 북한 인권법 통과는 잘못된 것

두 번째 토론자로 한국외국어대 법대의 이장희교수가 나섰다.

“북한이 주체사상의 도그마에 빠진 폐쇄사회이고 인권유린 실상이 심각하다는 점에 동감한다..... 그러나 평면적으로, 국제 보편적 기준에서, 그리고 북한민주화운동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

첫째, 북한이 자신감을 가지고, 개혁 개방을 지속할 수 있게 유리한 분위기조성을 국제사회가 인내를 가지고 해야 한다..... 남한 정부가 주도한 대량기획입국과 미국의 북한 인권법 통과는 이런 면에서 잘못된 것이다.....

둘째, 분단국가로서, 인권과 인적교류(human contact)를 구분하고 후자를 더 중시하는 것이 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셋째, 북한인권 문제의 제기는 남한이 아닌 국제사회 및 제3국이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남북 기본 합의서 제1조(체제 인정 존중), 제2조 (내부문제 불간섭)과 충돌할 수 있다..... 서독과 동독의 통일과정에서도 그러하였다.....

넷째, 사회주의국가에서는 “평등”,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자유”를 인권의 본질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여 접근하는 것이 북한 설득에 효과적이다.....

다섯 번째, 유엔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악화의 내부적요인만 지적하고 있는데 외부적 요인(체제위협 종식, 경제제재 해제, 인도적 지원 확대)도 개선해야 한다.....

여섯 번째, 탈북자의 증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북한 인권실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과장 왜곡의 소지가 있다.....

일곱 번째, 미국이 통과 시킨 북한인권법이 미국의 대북한 군사행위 감행의 빌미로 악용되지 않게 국제사회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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