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의 거장, 청동공예 정부공인 대사 ‘쭈삥런’ 선생
한.중 명인전 앞두고 제주 방문…“제주 ‘돌’문화 교류” 희망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시대 최고의 청동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는 쭈삥런(Zhu Bingren) 중국공예대사가 소리소문 없이 1박2일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했다는 소식에 그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탐라목석원 백운철 원장의 소개로 쭈삥런 대사와 인터뷰를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개학 첫날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일까 설레는 심정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로 한걸음에 내달렸다.
아쉽다면 쭈삥런 대사를 만난 건 그가 중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인 지난 7일 오후였는데, 너무 짧은 만남이었다.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대합실에서 만나 약15분간 ‘번개’ 인터뷰를 시도했다. 짙은 갈색 스트라이프 셔츠와 면바지 차림, 큰 뿔테 안경에 약간 헝클어진 머리. 공항 내 여행객들 틈에 끼어있는 그는 첫눈에도 ‘예술 하는 사람’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의 독특한 ‘기’가 그에게서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제주 방문 목적을 우선 물었다. 쭈삥런 공예대사는 “제주돌문화공원을 보기 위해서 왔다”고 답했다. 그는 “오는 20일부터 중국 항주에서 한.중 양국간 문화교류 증진의 일환으로 ‘한.중 공예명인전’을 개최하는데, 사전 조율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한국의 지인들이 제주돌문화공원과 그곳의 백운철 원장을 꼭 한번 만나라고 강권해서 제주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중 공예명인전 소식은 잠시 후 묻기로 하고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본 소감을 물었다. 가능하면 제주에 대한 인상까지 답해달라고 했다. 쭈삥런 공예대사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제주와 제주돌문화공원을 둘러본 소감은 딱 세가지였다”며 의미있는 포석을 던졌다. 그는 “첫째, 제주의 아름다움과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살린 돌문화공원의 조화로움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는 한국, 그리고 제주의 역사를 '돌 문화'를 통해 상징적으로 느껴 볼 수있는 훌륭한 박물관이었고, 셋째는 백운철 원장의 문화에 대한 안목과 예술세계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답했다. 개인의 열정과 노력이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은 일인데 자신의 인생과 비슷한 백원장의 삶과 예술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주에 대해선 “짧은 일정 탓에 많은 곳을 둘러보진 못했지만 제주사람들의 건강한 삶이 제주 자연과 문화에 잘 배어나고 있었다”고 평했다.
쭈삥런 공예대사는 ‘4대’째 청동공예를 가업으로 전승하고 있었다. 그는 “항주 근처의 소흥이란 곳에서 증조부때인 약130년 전부터 집안 대대로 청동공예를 가업으로 이어왔다”며 “청동공예는 어려서부터 나의 삶이었고, 나의 전부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국정부가 공인한 청동분야 국가 공예대사다. 청동분야에선 중국의 유일한 공예대사다. 중국 항주시 ‘쭈삥런 중국 동조각예술박물관’ 관장이기도 하다. ‘청동분야 세계 최고 예술가’라는 평으로 중국내외에서 주목받는 그다.
이밖에도 △계림동조(桂林銅雕) △아미산동전(峨眉山銅殿) △용금동교(湧金銅橋) 등 그의 손끝에서 중국의 10대 청동건축물이 탄생했다. 쭈삥런 대사가 현재 항주에서 운영 중인 동조각예술박물관도 청동으로 건축됐다. 이곳에서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까지 약3주간 한국과 중국 공예 거장들이 작품교류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의 이번 한국방문도 이 교류전을 준비하기 위한 걸음이었다. 이번 ‘한.중 공예명인전’은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중국공예미술학회가 공동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해 한국과 중국의 공예분야 거장들이 만나 양국의 전통문화를 교류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리다.
우리나라에서 참가하는 명인들은 각 분야 최고의 인간문화재들이다. 침선장 구혜자, 유기장 이봉주, 사기장 김정옥, 화각장 이재만, 칠장 정수화, 조각장 김철주, 목조각장 박찬수, 악기장 고흥곤, 입사장 홍정실 등이 참여한다. 중국에서도 쭈삥런 대사를 비롯한 각 분야 공예대사 10명의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다.
쭈삥런 공예대사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때도 중국의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중화민국 진품박물관에서 기념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제주돌문화공원의 자연 작품들도 언젠간 중국에서 중국인들에게 선보일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청동문화에 대해 “중국의 청동문화는 약 오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선사시대 인간의 생활도구로 시작된 청동문화가 지금은 인간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청동예술품으로 거듭나면서 더욱 발전하고 있다. 청동문화는 인간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의 퇴적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그렇지 않아도 짧은 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졌다. 질문을 던지면 통역자가 변역질문하고, 거기에 대답하면 통역자가 다시 통역으로 대답해주고…. 네댓 개의 질문을 주고받았을까, 항공기 탑승안내 방송이 쭈삥런 대사의 일행을 거듭 재촉했다. 그러자 그도 나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작별 악수를 나눠야 했다. 이날 통역은 그와 동행한 재중한국인 허정숙 씨가 도움을 줬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