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델픽위원회, "제주도 정책결정자 델픽대회 이해못해"
"조직위.홈페이지 없고, 3차례 요청에도 묵묵부답" 비판

▲ 김태환 지사가 지난 2006년 4월6일 양중해 도문화연구원장,강영철 예총회장, 김수열 민예총 회장 등과 함께 세계델픽대회 개최 인증서를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내년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델픽대회'가 주최측의 준비소홀로 '졸속대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연합뉴스는 22일 국제델픽위원회(IDC) 크리스티안 키르쉬 사무총장은 "대회가 1년도 남지 않았는 데 조직위가 아직 구성돼 있지 않는 데다 홈페이지 조차 없다"고 베를린 소재 IDC 본부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키르쉬 사무총장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돈, 아이디어, 신념이 모두 부족하다"면서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나라들에 행사 개요와 계획, 일정을 설명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2006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인도 뉴델리를 꺾고 2009년 제3회 세계델픽대회 개최지로 결정됐었다.

세계델픽대회는 4년마다 전통예술, 공연예술, 음악, 시각예술, 언어예술 및 사회와 생태환경 등 6개 분야별로 경연을 펼쳐 시상하는 '세계문화올림픽'으로 제1회 대회가 2000년 러시아 모스크바, 2회 대회는 2005년 태국 쿠칭에서 각각 개최됐다.

키르쉬 사무총장은 특히 "제주도의 정책결정자들이 델픽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IDC의 다른 관계자는 키르쉬 사무총장이 지난 2년간 제주도에 적극적인 대회 준비를 호소하는 서한을 3차례나 보냈는데도 한번도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키르쉬 사무총장은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문화예술의 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도로서는 세계델픽대회가 좋은 기회이지만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하고 남의 인정을 받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면서 "평화, 문화의 브랜드를 발전시키기 위한 아이디어와 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세계델픽대회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IDC가 제주도를 홍보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IDC 관계자는 말했다.

IDC는 더구나 베를린의 각국 외교관들을 접촉해 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제주도에 독일주재 한국대사관으로 협조 공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이 때문에 한국 대사관의 협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서도 세계델픽대회가 제주도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배너나 행사 안내를 확인할 수 없다. 또 대회 유치 이후 2차례나 열린 베를린 세계관광박람회(ITB)에 한국 부스가 설치됐으나 델픽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제주도는 어렵게 유치한 '세계델픽대회'가 준비 소홀로 인해 세계적인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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