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낳은 세계적 서예가 소암 현중화 기념관 역사적 ‘개관’
탄생 100주년 만, 생전 거주터에 건립... 600여점 작품 소장
|
20세기 한국 서예계의 거목이자 제주가 낳은 세계적 예술가,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 1907~1997) 선생이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소암 현중화를 기리는 ‘소암 기념관’이 산고 끝에 지난 4일 드디어 역사적 개관을 맞았다.
소암 기념관은 서귀포시가 소암 현중화 선생의 예술과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소암 선생이 거주했던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157-2번지 일대 약 1903㎡의 부지에 예산 37억원(국비 9억원, 지방비 28억원)을 들여 지난 2004년부터 4년간의 공사와 준비 끝에 이날 개관을 맞게 됐다.
개관을 맞은 소암기념관은 신관, 조범산방, 소암 유물전시실 및 일대기실, 창작산실 등으로 구성됐다. 주건물인 신관은 지하1층 지상 2층, 연건축면적 1523㎡ 규모로, 2개의 상설전시실과 기획실,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번 개관전 구성은 우선 상설전시실Ⅰ에는 ‘소암 예혼’ 주제작들이 전시된다. 소암 선생의 예술혼과 글씨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다. 상설전시실Ⅱ에선 ‘소암 예술궤적’ 주제작품들이 선보인다. 소암의 습자기(習字期, 1-31세), 학서기(學書期, 32-49세), 실험기(50-73세), 완성기(74-90세) 등으로 구분돼 소암예술의 궤적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해설이 곁들여진 시기별 작품이 각각 전시됐다.
이밖에 소암 선생이 생전에 거주했던 조범산방(眺帆山房)에선 '유물로 보는 인간 현중화'를 주제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는 소암 일대기실과 창작산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소암예술의 깊이를 더욱 짙게 느끼게 하고 있다.
가히 ‘소암체’라 할 행초서를 완성해내 한국서단에서 자기 세계를 열었던 소암 선생은 모든 서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특히 왕희지 행초서나 한글 흘림을 재해석한 소암의 글씨는 경이롭다. 개성미와 고전미가 조화되고 비속과 환속을 넘나드는 정신경계까지 이끌고 있다.
당초 서귀포시는 소암선생 탄생 100주기에 맞춰 지난 8월 소암기념관을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7월 소암선생의 예술세계 공백기를 메워줄 성장기 작품 300여점이 추가 발굴되면서 유물자료정리 등으로 개관을 10월로 연기했었다.
한편, 이날 개관 기념식에는 김태환 제주지사를 비롯한 정계인사들은 물론 명창 성창순, 김대규 씨 등 문화예술계와 한국서예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리레 개관식이 열렸다.
그가 태어난 지 100년,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 만에 소암의 예술혼이 소암 기념관 개관과 함께 다시 살아 우리 곁에 오려 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