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비양도의 억새밭 입니다. 섬의 남쪽 부분으로, 업체측에서 제시한 케이블카 상상도 중 케이블 카의 도착 정류장 지점입니다 

▲ 비양도의 억새밭. 업체측이 제시한 케이블카 상상도에서 케이블카의 도착 정류지점. ⓒ서승원 시민기자

비양도는 지금 비양봉과 주민 거주지를 제외한 비양도 전역에 걸쳐 아름다운 대규모의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억새밭의 규모는 계절이 더욱 깊어 지면 비양봉을 제외한 비양도 전체를 은백색으로 뒤덮어 버릴 정도입니다.(물론 붉은 빛깔이 오른 반쯤 핀 지금의 억새 밭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케이블카가 건설 되면 정류소가 들어서는 이곳 남쪽 억새밭 대부분은 정류소와 기타 설치될 부대시설 등으로 거의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되고  케이블카의 우뚝 솟은 타워, 케이블 선, 곤돌라 등으로 인해 사진에서와 같은 길게 늘어선 아름다운 오름들의 전망도 볼 수 없게 됩니다.

비양도의 비양봉 역시 문제입니다. 비양봉 부근은  비양봉의 능선을 따라 정상의 등대 시설로 가는 폭 1미터 남짓한 길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안쪽으로 단 1미터 정도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천연 야생의 식물 군락들로 빽빽 합니다.

▲ 비양봉에는 대규모 아름다운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케이블카가 건설 되면 정류소가 들어서는 이곳 남쪽 억새밭 대부분은 정류소와 기타 설치될 부대시설 등으로 거의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다. ⓒ서승원 시민기자

▲ 원시림. ⓒ서승원 시민기자

이 여러 종류의 식물들의 생장 상태는 누가 보더라도 상당히 풍요롭습니다. 그리고 제주도는1995년 8월26일 이 비양봉 지역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있음을 인정해 이들 나무들은 제주도지정 문화재 기념물 제48호로 지정 됐습니다. 비양도의 개발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 비양봉 정상에는 제주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됨이 분명할 테고 그러면 이와 함께 비양봉 분화구의 능선을 따라 이 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는 도로 확장 및 정비 공사가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출입이 잦아져 비양봉 자생 원시림 전체의 위기는 물론 이거니와 자칫 비양봉 능선의 윤곽이 변하게 될 수 있을 테고 이는 결국 비양봉의 경관을 심하게 훼손할 지도 모릅니다.

▲ 비양봉 지역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비양나무”가 자생하고 있음을 인정해 이들 나무들은 제주도지정 문화재 기념물 제48호로 지정 됐다. 이 지역이 개발되는 것은 비양봉 자생 원시림 전체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서승원 시민기자

▲ 관광호텔이 들어서면 호텔의 진입로가 될 일주도로. ⓒ서승원 시민기자

비양도의 일주 도로입니다. 보시다시피 어느 곳 하나 손 댈수  없을 만큼 조화롭고 아름답습니다. 이 아름다운 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보이는 검은 돌 들의 무리들이 2004년에 국가가 천연 기념물 제 439호로 지정한 용암 기종군 들입니다. 일주로를 따라 돌로 쌓은 밭담과 돌로 된 여러 구조물 들이 폐허의 잔해처럼 군데 군데 아름답게 남아 섬 길을 걷는 운치를 더해 줍니다.

▲ 돌 구조물. ⓒ서승원 시민기자

▲ ⓒ서승원 시민기자

밤에는 이 돌 구조물 들의 주위를  희귀 곤충인 반딧불이 푸른 불빛을 내며 날아다녀 보는 이를 신비롭게 만듭니다. 또한 멀리 수평선 위로 가득 뜬 수십 척 오징어잡이 배의 모습은 장관을 이루며, 또 그 배들이 내 뿜는 집어등의 불빛으로 깊은 밤 가로등도 없는 이 길을 걷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섬 까지 비친 집어등의 은은한 불빛을 조명 삼고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용암으로 만들어진 기암 괴석들과 반딧불이 날아다니는 석물들 사이를 걷는 밤 산책은 비양도 관광의 백미 라 할 만큼 그 운치가 대단 합니다.

관관 호텔이 건립 되면 이 호텔의 진입로가 될 섬의 아름다운 일주 도로 주변엔 당연히 가로등이 설치 될 것 입니다. 그리고 밤만 되면 호텔의 존재를 알리게 되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건물 자체와 호텔 주변에 켜지겠지요.(케이블카 관련 시설에도 당연히 이러한 네온사인이 설치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름답고 신비로운  운치 가득한 비양도의 밤길은 사라지게 됩니다.

호텔이 건립될 위치 역시 대단히 애매 합니다. 호텔이 건립될 비양도의 동북쪽 해변은 우뚝 솟은 비양봉 으로 인해 건물이 건립되면 뒷부분이 대단히 답답하게 시야가 가로 막히게 됩니다. 이런 호텔에서 비교적 괜찮은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오직 호텔의 정면과 오른쪽 측면 조금 뿐입니다(이도 거의 망망한 수평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 부분은 천연 기념물인 용암 기종군 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 우뚝 솟은 비양봉 으로부터 해변까지의 폭이 너무 좁아(사진/일주도로1,일주도로2 참조) 필연적으로 호텔과 이 천연 기념물 들은 대단히 위험하게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양도의 서북쪽 해변 대부분은 비양봉 기슭이 끝나면 일주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용암 기종군의 해변입니다. 

더 나아가 관광호텔의 건립 자체에도 의문입니다. 관광객이 생각하는 숙소 라 함은 주변의 명승지 와 휴식 시설로 쉽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경치 좋은 휴식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호텔이 건립되면 관광객들은 “그곳에서 뭘 하지?”라는 심각한 의문에 휩싸이게 될 듯합니다. 일단  비양도의 온전한 자연 미는 케이블카와 영화 세트장, 드리고 관광호텔로 완전히 사라져 버려 볼 수가 없을 테고, 한림 쪽으로 관광을 위해 다시 나가려니 거액의 케이블카 요금을 탑승 때 마다 지불해야 하고..그렇다고 이 조그만 섬 비양도는 호텔 투숙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골프장, 해수욕장(비양도 에는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질 좋은 해수욕장이 없습니다),온천~...” 등등등 이런 휴양 시설을 도저히 건립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그저 해봐야 커피숖 밖에는 없는데... 참으로 이 글을 쓰는 저도 답답합니다.

글의 마무리에 이르러 관광에 대해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관광지가 되려면 1)일단은 관광객이 절대적으로 만족해야 하고 2)지역 주민들 이 관광객들로 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어야 하며 3)이는 다시 1),2)로 인해 그 관광지의 가치가 계속 보존이 되어야 하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비양도 개발은 여태까지의 비교들로 보아 모두 다 실패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만일 예정대로 개발이 되었을 때 전혀 관광 수입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개발 이전의 비양도를 두 번 세 번 다시보고 싶어 했던 잠재적 관광객들에겐 엄청난 역 효과만 더 날 듯 합니다) 책임은 누가 지는지요?. 개발업자? 제주도 행정부? 아니면 지역 주민? 일단은 이들 셋 모두 책임을 지지는 않을 것 같고 피해 면에 있어서는 비양도의 가치를 알고 있는 관광객들과 지역 주민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개발의 후유증은 오직 비양도 자체에게 돌아 갈 듯합니다. 아마도 비양도 자체 에게는 지각 변동이 이루어지는 기간인 3000만년(또는 그 이상) 동안 말입니다. 자연은 훼손 되면 거의 절대로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 합니다.

많은 분들이 비양도 개발의 반대에 대해 “그럼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냐!”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씀 하십니다. 그러나 결코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비양도 뿐이 아닌 제주 전체의 개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장 비양도 답게!, 가장 제주 답게! 이제까지의 휘황찬란하고 삐까뻔쩍한 제주도의 자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건축물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는, 80년대의 유원지 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비양도가 비양도 다움을 더욱 가꾸어 나갈 수 있게 개발 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또 더 나아가 어떤 분들께서는 “그럼 어떻게 개발을 합니까?? 대안을 내 놓아 보십시요! ”라고 개발 반대론자들에게 되물으실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물음이 비양도 개발의 시작이 아닐까요? 지금 대안을 내 놓는 게 아니라 더욱 관광 제주다운 발전을 위해 지금은 당장의 위험한 발전은 미루고 조금 더 참으며 시간을 갖고 대안을 생각해 보는 것!

(영화 촬영장 건립 부분에 관해선 어떤 류의 영화가 비양도의 어디에서 촬영되는지에 관해 몰라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과거 영화  “이제수의 난”과 “시월애”의 촬영지 훼손의 경우로 미루어 볼 때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 됩니다.) <제주의소리>

<서승원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