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 김성수 교수가 본 제주학에 대한 충고
“제주사람만 하는 향토학이 아닌...보편이론화 해야”

▲ 탐라문화 제33호가 발간됐다.
‘제주학(濟州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7년 제주학연구소가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후 전문사학자와 향토사학자 중심으로 제주도사연구회(이후 제주학회로 명칭이 바뀜)가 만들어지고,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에서 제주학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나 제주지역 학자들에 의해 제주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제주학연구가 시작된 게 불과 10여년 밖에 안된다.

아직 초보단계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제주학을 외지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울토박이인 성균관대 김성수(학부대학) 교수가 ‘타지(他地)’의 시선으로 본 제주학의 문제점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소가 펴낸 ‘탐라문화’ 제33호에 실었다.

‘지역 특권화와 문화 화석화를 넘어서’란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김 교수는 “제주를 벗어나야 진정한 제주학을 할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김 교수는 제주는 지역연구를 넘어 지역학을 펼치기에 좋은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본풀이’와 같은 신화, 무가가 생활 속에 살아 있고, ‘4.3항쟁’ 등 현대사의 쟁점도 ‘4.3문학’ 등으로 변주되어 다양하게 향유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만큼 편협한 지방주의와 배타적 향토주의와 같은 지역 특권에 안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제주학의 총론적 쟁점이 되는 ‘주체’에 대해서 말문을 열었다. 지역적으로는 ‘제주’라는 지역에 관한 학문이자, 연구장소로서는 ‘제주도에서 하는 학문’, 그리고 연구주체에서 ‘제주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특히 ‘제주 사람들이 하는 학문’은 제주인이 아닌 타지역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는 “너희가 제주 방언을 알아들을 수나 있어?”하는 식의 주체적 시각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학문의 외연을 스스로 좁히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제주방언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없는 외지인이거나, 제주에서 현장연구를 하지 못한 ‘육지사람’들은 제주학 주체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야 하느냐는 문제를 던졌다. 김 교수는 “제주라는 지역의 출신, 거주 여부가 학문적 잣대로 오해된다면 자칫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의 객관성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주학이 ‘지역특권’을 넘어서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지역학으로서의 제주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출신, 거주 같은 향토의식, 애향심, 정주의식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제주출신 학자들은 자신들만 자기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자긍심이 자만심으로 빠지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제주학 방향에 대해 지역의 특수성 못지 않게 보편화도 강조했다.

제주 특유의 민속문화인 ‘본풀이’를 지역에 가둬 ‘문화 화석화’시켜서는 안되며 중국 운남성 소수민족이 전승하는 구전서사시나, 일본홋카이도 아이누가 전승하는 구전사시시 등 이른바 ‘제4세계문학’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4.3문학만 해도 제주문학의 하위범주에 둬서는 안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근현대문학사에 저항문학론, 분단문학론, 전쟁문학론식의 비평방법론/일반방법론으로 확대 재생산돼야만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3문학을 논의할때 지역문화가 지닌 역사적 현실적인 문제의식 그 자체로 존중하되, 거기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제주학의 보편화를 위한 출발점이지 도달점이지 목표 자체가 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옛 것’만을 제주학 대상으로 삼으려는 주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줬다.

“새로운 제주학은 그 시각을 ‘변하지 않는’ 전근대적 민속에만 시야를 한정하지 말고, ‘변해버린’ 제주시, 서귀포시의 도시민속과 농어촌에 엄존하는 도시적 삶의 형태까지 논의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변하지 않은 그것대로, 변한 것은 변한 그대로 기술하는 것이 학문적 태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제주학은 이제 과거의 제주에만 머물지 말고 도시화, 탈근대화가 진행되는 현존하는 현재 진행형의 제주까지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제주라는 지방, 지역에 안주하지 말고 제주를 넘어서서 한반도, 동아시아, 전지구적 보편성으로 원근법적 통찰을 지니고 도약행 한다. 그래야 제주학의 연구범주와 연구자가 확산되어 진정한 학문적 발전 및 그에 따른 인간적 삶의 향상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를 벗어나야 진정한 제주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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