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귀포시 표선면장 강연호

갈옷을 입고 마당질 공연을 하고 있는 주민 공연단에 저절로 흥에 겨운 몇몇의 외국인들이 합류하여 서툴게 도리깨질을 하며 차츰 공연단과 리듬을 맞추어 나간다.
 
공연을 하던 주민들도 이방인들의 합세에 덩달아 흥이 나서 더욱 힘을 내며 도리깨질을 해 댄다.

지난 10월12일 성읍1리 마을회가 주최하고 성읍민속마을보존회가 주관하여 열린 열다섯 번째 정의골 민속한마당 축제장의 모습이다.

조선시대 500여 년간 정의현의 현청 소재지였던 국가지정 성읍민속마을에는 유·무형의 많은 문화재와 옛 초가, 그리고 전통들이 잘 보존·관리 되어지고 있다.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188호로 지정된 1984년 이후 10년이 지난 1994년부터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조상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잊혀져가는 민속 문화의 보존·관리를 위해 주민들이 매년 10월에 정의골 민속축제를 열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주민들의 노력이 이제는 우리 제주의 향토문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민속축제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어 주민들의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정의골 민속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성읍1리 7개 반에서 펼치는 각기 다른 민속놀이 마당이다.

조밭 볼리기, 검질 메기, 촐 베기, 마당질, 달구질, 방애 찧기, 고래골기 등 이제는 어느 지역에 가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잊혀져 버린 민속놀이들이다.

이들 민속놀이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 베어 있으며, 고달프고 어려웠던 지난날의 생활상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민속놀이를 한 눈에 보고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정의골 민속축제야 말로 진정하고도 소중하며 아름다운 축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또 다른 곳에서는 관광객들이 손 아픔을 참아내며 어르신 지시에 따라 집줄 놓기에 열중이다.
 
그리고 갈옷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인 감물들이기 체험 장에는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북새통이다.

시원한 갈옷을 입은 지역 어르신들이 대나무와 짚을 이용하여 멍석이나 구덕 만들기에 열중이며 그 앞에 쪼그려 앉은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는 모습이 한층 여유롭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역시 먹거리가 있는 곳이다.

7개 반별로 각기 다른 토속음식을 준비하여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풍성하게 나눠주는 모습에서 우리네 농촌의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다.

메밀범벅, 빙떡, 상외 떡, 오메기 떡, 메밀 만디, 메밀 죽, 돌래 떡 등 주민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으면서도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는 생소한 먹음직스런 옛 음식들이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푸짐하게 만들고 어머니와 할머니의 따스한 손을 추억하게 해 준다.

   
옛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문화관광에 대한 욕구 역시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 앞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앞으로 정의현감행차 재현행사, 초가집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고 지난 8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주민들로 구성·창립된 취타대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내년부터 실질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는 등 성읍민속마을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한 주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확고하여 앞으로 진정으로 다시 찾고 싶은 으뜸 민속마을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가져본다.

참가자들에게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겨주고, 우리 옛 것의 소중하고도 아름다움을 전해 준 성읍민속마을 온 주민들께 격려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서귀포시 표선면장 강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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