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돌챙이'가 재현한 국립제주박물관 올레담 쌓기
'겹담'은 바람 거센 제주 기후에 적합하게 적응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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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0년 전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돌담을 쌓을 일이 많았다. 올레담은 겹담으로 튼튼하게 쌓고 밭담은 외담으로 쌓아올렸다.

담을 쌓을 때는 동네 청년들의 일손을 모아 쌓았다. 돈보다는 품앗이 형식으로 보수를 대신했다.

가시리에서도 동네 청년들이 돌담 쌓는 일을 맡아 했다. 그 와중에도 특히 오국현(75)씨와 정동윤(74)씨는 솜씨가 좋아 이리저리 불려다녔다. "돌챙이 불렁 담다우랜 골으라"하면 매번 오씨와 정씨가 불려갔다. 오씨와 정씨가 각각 돌챙이 일을 시작한 25살, 30살때 일이다.

▲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 야외 전시장에서는 올레담 쌓기가 재현됐다. 이번에 완성된 올레담은 야외전시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미리 인턴기자

이젠 돌담 쌓을 일이 도통 없는 오씨와 정씨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돌담 쌓기를 재현했다.

이번 기획은 국립제주박물관이 제주 전통 올레담에 대해 모르는 학생들과 도민들에게 제주다운 것을 전하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 9월 29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 고유의 문화 상징을 모아 발간한 '제주문화상징'에는 해녀, 오름, 곶자왈 등과 함께 '제주 돌담'이 실렸다. '제주 돌담'이 제주의 문화상징으로 선정된 가운데 제주 전통 돌담을 쌓을 수 있는 이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오씨와 정씨같이 돌담 쌓는 일을 하는 사람을 포함해 돌을 이용해 조형물을 만드는 사람을 '돌챙이'라고 한다. 석수의 제주도 방언이다. 이들 동챙이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지도 않고, 제주 돌담만을 연구하는 연구자 역시 전무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추억의 제주 돌담이 박물관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제주 돌담에 1천년의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돌을 쪼개 모양을 맞추고 있다. 이 때 제주 돌의 투박함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리 인턴기자

제주 돌로 쌓았다고 모두 제주 '전통' 돌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엔 제주 돌을 벽돌처럼 네모반듯하게 다듬어 시멘트를 발라 쌓기도 한다. 반면 돌챙이는 제주 돌의 투박함을 그대로 살리는 데 고심한다.

이번에 재현된 돌담은 겹담으로 거센 제주 바람에 맞서기 위해 기후에 맞게 적응된 것이다.

오국현씨는 돌담을 쌓을 때 바깥으로 노출된 부분은 되도록 자연석 그대로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에 맞은 부분은 안 쪽으로 넣어 보이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모양도 맞춰야 하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밑 바닥에 깔리는 돌을 '굽돌'이라 하고 맨 윗 돌을 '웃돌'이라 한다. 건물을 지을 때도 주춧돌이 중요하듯 제주의 돌담 역시 굽돌이 가장 중요하다.

▲ 사흘째 계속된 돌담 쌓기 막바지 작업 중에 한창이다. 바람 거센 제주 기후에 적합한 겹담이 올레담으로 쌓아 올려졌다. 정동윤(74)씨는 겹담을 쌓아올리는 이유가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워낙 돌이 많아 남아도는 돌을 처리하느라 두겹으로 쌓아올렸다고 귀띰했다. ⓒ이미리 인턴기자

돌과 돌이 아귀가 맞는 것을 '돌이 붙는다'고 표현한다. 돌이 붙어야지만 높게 쌓을 수 있고 제주의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굽돌로부터 한층 한층 '돌이 붙는' 느낌으로 쌓아야만 1천년이 가도 쓰러지지 않는 돌담을 쌓을 수 있단다.

돌챙이들이 또 신경쓰는 부분이 벽과 만나는 부분이다. 정낭 돌이나 벽과 만나는 부분의 돌을 먼저 쌓고 그 다음 여기에 맞춰 쌓아올려야 한다. 다른 곳부터 쌓다가는 벽과 만나는 부분을 맞추기 어려워 다시 허물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만큼 가장 맞추기 어려운 부분이니 가장 먼저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귀띔한다.

그렇게 굽돌 위로 2,3층을 한 방향으로 쭉 쌓아올린 후에 다시 한 방향으로 쭉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 실을 이용해 기준선을 만들어 그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며 쌓아올린다. 좋은 돌담은 튼튼하고 곧은 돌담이다. ⓒ이미리 인턴기자

오국현씨는 다른 동네에 가서도 돌담을 눈여겨 본다. 돌챙이 눈에는 매 한가지 돌담일 수 없다. 어떤 것은 참 못났고, 어떤 것은 잘도 쌓았다. 좋은 담은 튼튼하고 삐뚤삐뚤 하지 않은 담이다.

곧은 담을 만들기 위해 담의 첫 돌에서 마지막 돌까지 실을 이용해 기준선을 만든다. 이 실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도록 돌을 잘 골라야 한다. 하지만 모든 돌은 다 제각각 자기 자리가 있다. 돌들이 제 자리를 찾도록 하는 것이 돌챙이의 몫이다.

정동윤씨는 제주 올레담이 겹담인 이유가 대찬 제주 바람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네에 남아도는 돌이 너무 많아서라고도 귀띔한다. 처치 곤란인 돌들을 담 쌓는 것으로 소화했다는 것이다.

돌담에는 돌챙이들의 이야기와 돌담이 만든 길 위에서 놀던 제주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박물관에 들렀던 한 관람객은 "추억의 제주 돌담이 박물관에 자리 잡다니. 이것으로 박제가 되는 건가.."라며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렇게 정 맞은 부분은 되도록 바깥으로 노출이 되지 않도록 안쪽을 향해 배치한다. ⓒ이미리 인턴기자

국립제주박물관 장제근 학예연구사는 "얼마 없는 돌챙이들 가운데서도 가장 제주 향토적인 돌챙이를 선정하는 데 고심했다" 며"요새는 올레담을 잘 모른다. 돌담 쌓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주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조성된 돌담은 석조 전시장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이 돌담을 만난다면 가시리 돌챙이들의 손길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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