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사진가 곽상필 씨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여덟 번째’ 전시
‘2008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Ⅷ’이 9일 오후5시30분 제주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문을 열었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 곽상필 씨가 지난 2000년 이후 앵글에 담아온 200여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곽 작가의 카메라 렌즈는 항상 우리네 이웃들의 삶을 향해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평화와 희망을 노래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소록도, 장애인의 생활사, 시장 사람들, 소방관의 하루, 오일장, 다문화 가정 등 ‘상필이가 만나온 사람들’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향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낸다.
20여 년 전, 일간지 사진기자로 십 수 년을 보도현장에서 누볐던 곽상필 작가에게 1993년 청천벽력처럼 찾아 온 뇌경색은 언어와 지체장애를 불러왔고,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했다.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무서울 게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오른 손과 한쪽 발마저 자유롭지 못하고 언어장애까지 찾아오자 4년여를 자포자기한 채 ‘망가지는’ 자신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 그에게 ‘소록도’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한 디딤돌이 됐다. 1997년 여름 한센병 환자 돕기 제주봉사단체와 함께 우연히 소록도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불행은 불행이 아님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10kg짜리 카메라가 남은 왼손에 들리게 한 날이다. 그전보다 더 진지한 시선이 앵글에 담기기 시작했다.
1999년 ‘소록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0년부터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전시회를 가져왔다. 지난 2003년엔 우리 사회의 소수자 인권과 차별 현실을 드러낸 인권사진집 '눈 밖에 나다'(휴머니스트)의 전국 9명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양지와 음지는 하나다. 음지에 빛이 들어오면 양지가 되고, 양지에 그늘이 찾아오면 음지가 된다. 사실 양지와 음지의 경계가 있을까. 곽상필 씨는 작품을 통해 자신은 병마가 아닌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자신의 사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소재로서 구별하거나,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부터 마땅히 도움 받아야 하는 의존적 존재로 삼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음이다.
곽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연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내년초 서울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주제는 중산간 마을, 폐교, 새터민(탈북자)의 삶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스포츠 사진에도 도전한다. 스포츠 사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화(同和)를 보여주고 싶단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