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사진가 곽상필 씨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여덟 번째’ 전시

▲ 오일장 할머니 장터에서 만난 겨울풍경이다. 찌그러진 깡통불에 몸을 녹여내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9일 전시장에서 만난 곽상필 씨는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애정을 갖는 사진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세상엔 숨길 수 없는 것이 딱 세 가지가 있다. 기침과 가난과 사랑이란다. 느닷없이 찾아온 뇌경색으로 반신불수의 몸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10kg의 카메라를 가슴에 걸고 희망의 피사체를 찾아 헤맨다. 사진을 사랑한 사진작가 곽상필(54)이다. 숨길 수 없는 사진에 대한 그의 사랑이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여덟 번째’ 전시회를 영글게 했다.

▲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의 희망을 전하는 곽상필 사진작가(54)가 환하게 파안대소하고 있다. 곽상필 씨는 제민일보 사진부장(대우)을 지내는 등 일선 보도현장에서 사진기자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2008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Ⅷ’이 9일 오후5시30분 제주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문을 열었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 곽상필 씨가 지난 2000년 이후 앵글에 담아온 200여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곽 작가의 카메라 렌즈는 항상 우리네 이웃들의 삶을 향해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평화와 희망을 노래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소록도, 장애인의 생활사, 시장 사람들, 소방관의 하루, 오일장, 다문화 가정 등 ‘상필이가 만나온 사람들’을 통해 그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향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낸다.

20여 년 전, 일간지 사진기자로 십 수 년을 보도현장에서 누볐던 곽상필 작가에게 1993년 청천벽력처럼 찾아 온 뇌경색은 언어와 지체장애를 불러왔고,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게 했다.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무서울 게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오른 손과 한쪽 발마저 자유롭지 못하고 언어장애까지 찾아오자 4년여를 자포자기한 채 ‘망가지는’ 자신을 지켜봐야 했다.

그런 그에게 ‘소록도’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한 디딤돌이 됐다. 1997년 여름 한센병 환자 돕기 제주봉사단체와 함께 우연히 소록도를 방문하면서 자신의 불행은 불행이 아님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10kg짜리 카메라가 남은 왼손에 들리게 한 날이다. 그전보다 더 진지한 시선이 앵글에 담기기 시작했다.

1999년 ‘소록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00년부터 ‘상필이가 만난 사람들 Ⅰ’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전시회를 가져왔다. 지난 2003년엔 우리 사회의 소수자 인권과 차별 현실을 드러낸 인권사진집 '눈 밖에 나다'(휴머니스트)의 전국 9명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 어느 이주여성의 미소.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허영선 민예총제주도지회장은 이번 그의 전시에 대해 “곽상필 작가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눈망울부터 어르신들의 깊게 패인 주름살까지, 우리네 이웃의 삶과 그 속에 녹아든 희로애락을 앵글에 담아 왔다”면서 “왼손 하나에 의지해 ‘삶의 진정성’을 담아 당당하게 누르는 그의 카메라 셔터는 언제나 그랬듯 소리 없이, 그러나 아주 큰 소리로 우리네 마음에 감동의 메아리로 머물러 왔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양지와 음지는 하나다. 음지에 빛이 들어오면 양지가 되고, 양지에 그늘이 찾아오면 음지가 된다. 사실 양지와 음지의 경계가 있을까. 곽상필 씨는 작품을 통해 자신은 병마가 아닌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자신의 사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소재로서 구별하거나,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부터 마땅히 도움 받아야 하는 의존적 존재로 삼지 않는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음이다.

▲ 곽상필 씨는 자신의 사진 단골소재인 장애인들의 모습을 통해서 장애와 비장애의 편견과 경계가 무너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그의 말투는 어눌했지만 또렷했다. “장애인도 당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곽 작가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연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내년초 서울에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주제는 중산간 마을, 폐교, 새터민(탈북자)의 삶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스포츠 사진에도 도전한다. 스포츠 사진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화(同和)를 보여주고 싶단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 9일 '상필이가 만난 사람-여덟번째' 전시회 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유심히 감상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전시회장 전경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