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증권사, 성실한 구두닦이를 '주식실패 화풀이 절도범'으로 둔갑
최진실 사건에 화들짝 놀란 금융감독원· 중앙언론 '취재소동' 한바탕

▲ 증권사 객장. ⓒ제주의소리
최진실씨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증권사 찌라시가 이번에는 성실히 살아가는 증권사 구두닦이를 절도범으로 둔갑시켰다.  비록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 찌라시로 인해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언론사들이 한바탕 난리법석을 떨어야 했다.

13일 오후 2시50분경 서울 증권가에서는 "A증권 제주지점에서 증권사 직원의 투자권유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가 화풀이로 구두닦이를 가장해 객장에 몰래 들어가 지점장을 비롯한 증권사 직원 등 20여명의 구두를 훔쳐갔고, 이 때문에 직원 등은 슬리퍼로 퇴근하게 됐다"는 웃지 못할 정보가 유통되기 시작했다.

주식이 대폭락해 개미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보는 시점에서 터진, 그냥 웃음으로만 넘길 수 없는 제주발 정보는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 메인 뉴스로 만들어져 돌기 시작했고, 냄새(?)를 맡은 경제지에서 첫 보도를 보낸 후 다른 중앙일간지와 통신사에서도 일제히 취재 경쟁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A증권 제주지점에 '절도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할 정도로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구두 절도 사건'은 A증권 제주지점 직원의 단순한 실수로 판명됐다.

<제주의소리>에서 확인한 결과, 이날 오후 2시50분경에 지금까지 이 곳을 전담했던 구두닦이와는 다른 2명이 A증권 제주지점에 찾아가 생전 처음보는 직원과 객장 고객 20여명의 구두를 한꺼번에 싹쓸이 가져갔다.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구두닦이는 읍소와 돌파력으로 첫 마수에서 싹쓸이 하는 영업력을 과시했다.

'구두닦이'의 대단한 영업력에 감탄한 직원은 이 내용을 각색해 메신저로 제주지점 직원들에게만 보낸다는 게 A증권사 전 지점에 보내게 됐다. 그리고 이 구두닦이 이야기가 몇 단계를 거치면서 '성실한 구두닦이'는 '증권사 직원 권유로 거액을 날린 투자자'로 바뀌었고, 20켤레를 싹쓸이 한 저돌적인 영업력은 '절도범'으로 둔갑돼 찌라시로 나돌았다. 

A증권 제주지점 B 지점장은 "요즘 워낙 증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잘 모르는 구두닦이가 와서 직원과 객장 손님의 구두를 싹쓸이하는 모습을 보고 직원이 가십거리로 내용을 각색해서 우리 직원들에게만 보낸다는 게 본점은 물론 전 지점으로 보내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B지점장은 "모 경제지에서는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인터넷 포털 뉴스에 올렸다가 삭제했고, 통신사와 중앙언론사에서도 취재를 해 왔다. 금감원에서도 연락에 왔었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진땀을 뺐다는 것을 전해줬다.

결국 최진실씨까지 목숨을 가져가게 만들었던 '증권사 찌라시'가 단순 구두닦이를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큰 손실을 본 투자자로 변모시켜 증권사 직원 구두 절도사건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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