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 제주연대ㆍ농민회 각각 단식농성 14일ㆍ8일째…갑신년 마지막 풍경

   
세밑. 연말연시를 맞아 을유년 새해를 계획하느라 다들 부산하다. 하지만 묵은해인 갑신년 끝자락을 부여잡는 사람들이 있다.

농산물과 쌀 수입개방에 맞선 ‘농민’들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바로 그들이다.

체감온도가 영하의 궂은 날씨에도 불구, 이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아래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노무현 정부에 맞서고 있다.

천막농성 31일, 단식 14일째…희대의 악법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는 그들

56년째 한국사회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가로막아온 ‘국가보안법’. 국가보안법 철페를 위해 제주도내 2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국가보안법 폐지 제주연대’를 구성,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31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4.15 총선 후 원내 과반수를 획득한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을 연내에 처리한다고 밝혔지만 감감 무소식에 이들은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법사위 상정저지와 열린우리당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이들은 극도로 분노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한나라당 제주도당과 열린우리당 제주도당 앞 1인 시위, 항의서한 전달, 대도민 선전전 등.

또한 지난 15일부터는 국보법 폐지 연대 김택진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했고, 김남훈 사무처장도 단식 10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28일부터는 4.3도민연대 양동윤 공동대표와 제주주민자치연대 김상근 대표. 제주민예총 김수열 지회장, 장애인자활센터 김관철씨 등이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국보법 폐지 제주연대는 오늘(29일) 천막농성을 풀고 직접 국회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양동윤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지 않고 정치적 저울질만 하고 있다”며 “4자 회담 결렬이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 요구해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근 대표 “오늘 천막농성을 마무리하고 서울 국회상경투쟁을 벌여 정치권에 마지막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악법은 올해내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는 김택진 위원장은 무릅 근육통으로 몸이 성치 않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힘든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연내 국보법 폐지에 내 모든 것을 걸었다”며 “언론도 국보법 폐지에 심층적인 취재와 보도를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국보법 폐지 제주연대 회원 5명은 30일 오전 첫 비행기로 서울로 상경한다.

민족의 먹거리인 쌀이 무너지면 한국농업은 무너집니다” …도청앞 단식 8일째

   
제주지역 농민들 역시 만만치 않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 회원들을 중심으로 도청 현관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8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이유는 민족의 먹거리인 ‘쌀’ 때문. 농산물 수입개방에 이어 정부가 밀실에서 ‘쌀개방 협상’을 밀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쌀협상 재면재협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제주지역 농민회 소속 회원들은 지난 20일에도 서울에서 ‘독립문’ 기습 고공농성시위를 벌이며 ‘쌀개방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28일 도청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대정농민회 문경준 회장은 “쌀이 제주도에서 나지 않아 도민들의 관심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쌀농업이 무너지면 감귤을 비롯한 다른 과수작물 등 모든 농업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불과 26%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이마저도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5%로 떨어진다.

농민들의 농성과 시위가 거세지자 정부는 2014년까지 의무 수입물량을 8%에서 7.9%로 0.1%를 낮추는 시늉만 냈다. 이런 정부의 자세 때문에 농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대정농민회 백동훈 부회장은 “노무현 정부는 농민을 ‘기타국민’으로 여기고 있다”며 “농민들이 처절하게 요구하는 것에 대해 0.1%를 내리는 장난을 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문경준 회장은 “무너지는 농업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올해 저 나이가 39살인데 농촌에는 30대가 거의 없는 실정으로 마지막 농민이 될지도 모른다”고 한탄했다.

농민회는 일단 30일까지 도청앞에서 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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