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그룹 윤태현 회장, 장애인 28명 고용 '자회사' 설립
60억원 적자에도 "약속 지킬 것"…김선규 이사장 "대기업도 못하는데"

▲ 탐라그룹 윤태현 회장ⓒ제주의소리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정리해고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다. 특히 전세계 금융.경제위기 상황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대기업도 아닌 제주 중소기업인이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탐라그룹 윤태현 회장.

한국장애인촉진공단과 탐라그룹은 10일 오전 11시 제주시 연동 로얄호텔 2층에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선규 장애인촉진공단 이사장과 윤태현 회장, 부형종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회장, 이동한 제주도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등이 참석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제도는 장애인고용의무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0%를 초과해서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면 최대 10억원의 설립지원금과 함께 인력풀 제공, 고용관리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인촉진공단과 협약을 맺은 탐라그룹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물테마파크에 사회적으로 소외를 받고 있는 장애인 중심의 자회사를 설립, 28명의 장애인을 고용할 예정이다.

▲ 한국장애인촉진공단과 탐라그룹 동물테마파크가 10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협약식을 맺었다. 윤태현 회장과 김선규 이사장ⓒ
동물테마파크 자회사는 내년 1월 법인을 신청하고, 9월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고, 총 5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동물테마파크 장애인 자회사는 동물을 매개로 하는 장애인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돌.꽃.마그마 소재의 액세서리와 공예품등을 생산하게 된다.

특히 장애인들이 말을 타면서 굳었던 몸.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고 동물과 신체적.정신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하는 재활승마는 장애인이 장애인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윤태현 회장은 "오늘 행사가 이렇게 커지게 된 게 굉장히 부끄럽다"며 "가축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일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4-5년전 동물테마파크를 시작하며 말과 생각은 항상 장애인을 생각해 왔지만 이번에 행동으로 나서게 됐다"며 "장애인촉진공단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고용 실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윤태현 회장ⓒ제주의소리
윤 회장은 "저는 대기업을 운영하지도 않고, 재력가도 아닐 뿐만 아니라 사료회사를 운영하며 높은 환율로 인해 60억원 가까이 손실을 보고 있다"며 "앞으로 장애인 고용의지가 변하지 않도록 많이 감시하고 꾸짖어달라"고 당부했다.

자회사에 대해 윤 회장은 "우리 계획은 자연과 인간, 가축이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여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는 아무런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특히 재활승마의 경우 장애인이 직접 말을 매개로 장애인을 재활치료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호주의 경우 장애인이 운영하는 치료시설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도 장애인 직접 고용의지를 밝히자 차관급인 장애인촉진공단 김선규 이사장은 대기업에서도 하지 못하는 일을 윤 회장이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선규 이사장은 "제가 이사장에 취임한 지 6개월이 됐고, 그동안 장애인 고용을 위해 대기업을 수십차례 만났지만 윤태현 회장처럼 열정과 열린마음을 가진 분을 만나지 못했다"며 "동물을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하려는 윤 회장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20년전에 이미 장애인 2% 고용이 의무화됐지만 아직도 30대 대기업에서는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을 고용하면 직업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과 인식이 아직도 사회에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에 대한 진정한 사회공헌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윤 회장이 악조건 속에서도 약속을 지켜주는 굉장히 큰 용기를 내보여 줬다"고 거듭 격찬했다.

한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포스코 '포스위드'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7개가 만들어져 있고, 제주에서는 동물테마파크가 처음이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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