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목석원 백운철 원장, 평생 ‘분신’ 수집품 기증 심경 밝혀“제주DNA 돌문화공원 ‘꿈’ 반드시 이룰 것, 도민성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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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은 미친놈은 다신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이제야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마치 작은 연못에 노닐던 물고기가 너른 바다로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 같은 심정입니다!”

제주사람들의 살아온 역사와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제주의 민속품 수집에 평생을 살아온 이가 있다. 탐라목석원 백운철 원장이다. 제주돌문화공원 협약당사자이자 총괄 기획을 맡고 있는 백 원장이 자신이 운영중인 탐라목석원 지상전시물 6000여점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기증하겠다는 뜻을 지난 8일 제주도에 공식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생 모아온 수집품을 제주사회에 환원해 이른바 ‘빈 몸’과 ‘무소유’의 미학을 실천했다는 평가다.

옛 북제주군 당시 제주돌문화공원 조성과정에서 이미 1~3단계에 걸쳐 자신이 수집해놓은 1만4000점의 제주 민속 수집품을 무상기증해 민관공동의 돌문화공원을 개원할 수 있었다. 이번엔 자신의 ‘분신’과 같은 목석원 지상전시물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기증한 백운철 원장을 <제주의소리>가 9일 탐라목석원에서 만나 제주문화에 대한 그의 ‘꿈’을 직접 들어봤다.

▲ 탐라목석원의 백운철 원장이 자신의 분신과 같은 목석원내 지상전신물 6000여점 일체를 제주돌문화공원에 무상기증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증품의 경제적 가치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이다.  ⓒ제주의소리
고이 닦아온 제주문화의 얼이 천년의 빛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에 다름 아니다. 백 원장이 무상기증을 밝힌 순간, 기자의 뇌리를 번갯불처럼 스쳐간 느낌이다. 세상 떠날 때 자신이 누울 관을 짜려고 키워오던 수백년생 소나무 한그루를, 화마에 소실된 남대문을 복원하는데 내놓은 강원 영월의 촌로 이야기도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가수 정광태 씨도 자신이 수집해온 CD5000여장을 독도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는 울릉도 주민들에게 기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는 점이다.

백 원장은 내년 하반기 ‘탐라목석원 폐원’이 아쉽지 않냐 는 질문에 “목석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탐라목석원이 초석이 되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나무랄 데가 없는 제주돌문화공원으로 재탄생되는 것이므로, 목석원은 돌문화공원에서 영원히 도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백 원장은 이어 “그동안 탐라목석원을 운영해오면서 돌과 나무 등 제주민속문화와 관련된 것들을 40여년 넘게 수집해오는 동안 세간의 오해도 많았다”며 “그러나 저 스스로도 그렇고, 세상 누구에게도 맹세컨대 나무 한점, 돌 한기도 돈을 받고 팔아온 일이 단 한 번도 없다. 저 스스로 떳떳하기에 일부의 오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세간의 왈가왈부에 대해 일축했다.

▲ 제주돌문화공원의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백운철 원장은 돌문화공원을 가장 제주다운, 가장 세계적인 공원으로 가꿔나가겠다는 꿈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소리
백 원장은 스스로 ‘미쳤다’고 했다. 그렇다. 그는 제주문화에 미친 사람이다. 제주돌에 미쳤고, 한라산야에 버려진 제주나무들에 미쳤다. 골동품.민속품 가게를 미친듯이 뒤졌다. 그렇게 평생 손과 발품을 팔아 그의 손에서 새생명이 잉태되고 재탄생한 어마어마한 수집품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그는 또 ‘미친 듯이’ 그리고 조건 없이 무상기증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백 원장이 ‘무상기증’과 관련해 밝힌 이유는 단 한가지다. “국적불명의 제주문화가 아닌, 진정한 제주의 DNA가 흐르는 제주문화를 제주돌문화공원을 통해 제주 후손들에게 남겨주고 싶을 뿐 다른 어떤 이유도 없다”며 “제주돌문화공원을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도록 제주도민 여러분이 끝까지 성원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래놓고 그는 ‘허허’ 웃는다. “세상 살다보면 미친놈도 필요하다”면서 말이다.

다음은 백운철 원장과의 인터뷰 질의응답 요지.

- 탐라목석원에 전시된 지상전시물 일체의 기증의사를 밝혔는데?
= 저는 이제야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는 심정이다.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지금의 목석원은 오천평이 채 안되는데 작은 연못에 살던 물고기가 너른 바다로 제 집을 찾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목석원에 있는 많은 전시품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조록나무 형상목 20여점은 항온.항습 장치도 없이 야외 원두막에 전시되어 있다. 안타깝다. 이제 돌문화공원으로 옮겨가면 한창 공사중인 특별전시관에 전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놓인다.

- 지난 1971년 개원한 탐라목석원은 제주를 대표하는 사설관광지였고, 백 원장의 ‘분신’과 같은 곳이다. 설립과정을 들려 달라.

= 목석원을 조성하게 된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고향 제주도에 살면서 제주의 민속문화는 온데간데없고 외래문화가 판을 치는 현실이 부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제주민속문화를 제대로 한곳에 집결해놓고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 터를 잡은 곳이 제주 칼호텔 부근이다. 남의 땅 250평을 빌려서 가건물에 5년간 지내다 여기 아라동으로 옮겼다. 당시 이곳은 그린벨트 지역이었는데 이 땅을 부모님이 물려주신 돈으로 산 것이 아니라 제 집사람이 10여년간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부지를 마련했다.

이렇게 어렵게 마련한 목석원이 더 잘 운영됐으면 좋겠는데 그동안 여행자율화 실시나 IMF 위기, 목석원 앞 도로 장기공사 등으로 관람객이 크게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느껴왔다. 이럴 바에는 돌문화공원에 전시물을 기증해 제주돌문화공원을 내실 있게 구성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특히 기증에 앞서 가족들과 의논할 때도 제 아내와 자식들 모두 "당연한 결정"이라며 "하루라도 더 건강하실때 기증하는 것이 옳다"고 응원해 줬다. 가족들에게 무한한 고마움과 사랑을 느낀다.

- 지난 40여 년간 모아온 수집품이 얼마나 되나?
= 이미 제주돌문화공원 개원 전에 3차례에 걸쳐 약1만4000점의 수집품을 기증했다. 11톤 크레인차로 약250대 분량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당초 북제주군과의 협약사항에는 1000점을 기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제가 수집해온 모든 것들을 정리해서 추가기증했다. 이번 다시 기증하는 목석원의 지상전시물도 족히 6000여점이 넘는다.

"아내와 가족들에 고맙다"  백운철 원장은 이번 무상기증에 전적으로 동의해준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지극한 고마움도 표했다.  ⓒ제주의소리
- 수집품 중에는 지방문화재 등 귀중한 제주문화유산이 속해 있는 것으로 안다.
= 조록나무 때문에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지만 조록나무는 죽어서 뿌리를 남긴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됐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조록나무 뿌리인데 살아있을 때 수백년된 거목들이 죽어서도 땅속에 백년 이상 묻혀있던 나무 뿌리들이다. 제주 조록나무 뿌리가 희귀한 것은 제주땅에 돌들이 많아서 땅속뿌리가 돌 공간 때문에 그 형태미가 대단히 아름답다. 대만 국보 중에 나무 뿌리가 하나 있다. 소 형상을 하고 그 위에 사람이 올라 앉은 모양인데, 그에 비하면 목석원의 조록나무는 국보가 아니라 천보(天寶)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조록형상목 20점이 제주도 기념물 제25호로 지난 1972년에 지정된 바 있다. 그리고 도 민속자료인 돌하르방 1기도 있다. 이 돌하르방은 전 제주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영기 선생이 기증한 것이다.

- 목석원 하면,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 돌과 나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목석원에는 초창기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아 왔다. 그때 신혼부부들에게 들려줄 재미있는 애기를 만들다 보니 ‘갑돌이 갑순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됐다. 에피소드지만 당시는 산하제한 운동을 펴던 시절이어서 ‘갑돌이 갑순이 이야기’ 마지막에 적게 나서 잘 키우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하도 많은 신혼부부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가서인지 국가로부터 산하제한운동에 공을 세웠다는 표창도 받은 적이 있다.(웃음)
목석원의 갑돌이 갑순이 이야기는 버려진 돌들을 주워다 스토리를 만들어서 관광자원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제 돌문화공원으로 옮겨가면 그 시절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서 또 한번 갑돌이 갑순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백운철 원장 ⓒ제주의소리
- 언제부터 제주민속이나 제주문화에 관심을 가졌는지.
= 군대시절 강원도에서 공병생활을 했다. 군사도로 확장공사를 하다가 주말에 쉴 때 갈데 없어서 하천에서 돌을 수집했다. 그러다 제주도 고향에 휴가왔는데 서귀포 이웃집 사람이 돌과 나무 등을 수집해놓은 것을 보고 관심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민속품은 단순한 것들이 아니라 하나의 미술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자연속에는 굉장히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들을 잘 살리면 제주의 고유한 자원이 된다고 믿는다.

- 이번 기증으로 내년 하반기 목석원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 사람들은 목석원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목석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넓은 곳에서 더 좋은 공간에서 제 자리에 맞게 조성되는 것이다. 바로 돌문화공원이다. 탐라목석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돌문화공원에서 새롭게 탄생되고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 한때 세간에선 백운철 원장에 대한 오해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는가.
= 물론 안다. 모든 분들이 나와 똑같은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런 생각할 수 있다. 제주민속품들을 팔아 먹는다느니, 돌문화공원에 기증하는 것은 무슨 이면계약이 있는 거 아니냐는 등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단 한점의 나무와 돌을 돈을 받고 팔아온 사실이 맹세코 없다. 돌문화공원을 처음 조성할 당시에 많은 힘을 주신 신철주 군수도 돌아가시고 저는 돌문화공원에 아무 지분도 없다. 월급도 없는 총괄기획일 뿐이다. 다만 돌문화공원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이 있을 뿐이다.

- 제주도민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 감히 말씀드리건대 돌문화공원 조성과 이렇게 거대한 양의 수집품 기증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른다. 저같이 미친놈이 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방대한 수집이 불가능하다. 이제 돌문화공원의 넓은 땅에다 목석원까지 옮겨서 가장 제주도적이면서 세계적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 아스팔트 하나 까는데는 수천.수억원이 들어가도 많다고 하지 않는다. 하물며 기념비적이고 제주의 문화자산을 조성하는 일에야 그 이상의 예산과 지원이 절대적이다. 관심과 성원을 적극 보내달라. 제가 있는 동안 가장 양심적으로 조성을 조성해 나가겠다. 믿고 성원해달라.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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