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성숙 ⓒ 제주의소리
제주마을이 형성된 지리적 여건을 보면 한 마을에 크고 작은 하천이 한 두개쯤은 끼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생활용수를 공급 받기 위한 선조들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동홍마을 사람들 또한 산짓물을 끼고 살았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동홍동주민센터 서쪽 150m지점에는 동홍교(橋)가 있고 그 아래 산짓물이라는 샘터가 있다. 5월 장마 때 천둥이 치고 난 후에 이곳에는 물이 샘솟는데 제주시 산지천의 큰딸이라 불렀으며 겨울철에는 큰딸이 친정에 가기 때문에 여름에만 물이 솟아난다고 전해온다. 예로부터 지역주민들은 산짓물을 길어다 생활용수로 활용하였고 겨울이면 가시머리수원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중산간도로 개설 및 동홍교(橋) 가설과 하천정비사업 등이 이루어지면서 주변지역의 훼손과 함께 용출량이 현저히 줄어 지금은 선조들이 애환이 서린 샘터였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이다.

몇해 전부터 지역의 각 자생단체들이 행정 지원을 바탕으로 복원에 힘쓰고 있지만 한번 훼손된 원형복원이란 그리 녹녹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각계각층의 노력에 힘입어 주변에는 동네체육시설(게이트볼장 2면, 야외 운동기구, 다목적구장, 주차장, 화장실 등)이 설치되어 많은 지역주민들의 쉼터로 활용해오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물놀이 피서객까지 찾아오고 있다.

특히, 동홍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기존의 시설물과 조화를 이루고 지역주민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산짓물 쉼터를 가꾸어 나가기로 하고 2007년과 2008년 2년에 걸쳐 주민자치센터 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7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생태학습장시설․참게 및 미꾸라지 등 방사․가시머리수원 인입공사를 통한 폭포시설․경관조명공사와 꾸준한 자연정화 활동 등을 실시하였다. 또한 이달에는 주변지역에 대한 겨울꽃 팬지 식재에 들어간다. 이 사업을 통하여 비로소 산짓물은 '사계절 물이 흐르는 지역주민의 쉼터'로 다시 한번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민과 함께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지속된다면 머지 않아 산짓물이 진정한 지역의 명소, 지역주민의 쉼터로 부활하리라 기대해 본다. / 동홍동 오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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