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사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마음을 녹이는 '선행'

백의의 천사가 나타났다.
그리고 한 생명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얼마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28일 금요일 저녁8시. 지현희씨는 아이들과 사우나를 찾았다. 막내 지민이의 상태가 안좋긴 했으나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씻기고 13개월된 지민이를 다라이에 물을 넣어주고 9살 딸아이에게 잘보고 있으라고 하고 뜨거운 한증막에 들어갔다.

한증막에 들어간지 얼마 안있어 느낌이 이상했다.

한증막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민이가 있는 자리에 몰려 있었다. 사람들을 밀치고 달려가 보니 지민이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무조건 아이를 들쳐안고 뛰어나와 카운터에 응급차를 불러달라고 외쳐댔다. 지민이의 경련이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현희씨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고 순간 앞이 깜깜했다. 놀란 가슴에 바닥을 치면서 구르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죽을 것만 같았다.

그순간 어디선가 "아줌마 정신차리세요!"라며 아이를 달라고 했다.

현희씨는 아이를 넘겨줬다.

아이를 넘겨받은 사람은 아기를 눕히고 상태를 살폈다. 이미 아이의 호흡은 멎춰있는 상태인지 축 늘어져 있었다. 지현씨는 그런 아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너무 무서워서 여전히 바닥만 구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소란스럽고 웅성거리는 사이 그 사람은 응급처치를 위해 오랫동안 인공호흡을 시켰다. 드디어 지민이가 토를 하면서 숨을 쉬기 시작했다. 살아났다!

그 순간까지 현희씨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없는 사이 응급차가 도착했고 안타까운 마음에 주위에서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이 아기를 응급차로 옮기고 현희씨도 아이와 함께 응급차에 올랐다.

그리고 병원 응급실…. 좀전의 생사를 넘나들던 상황이 꿈인 것 같았다.

지민이는 이미 제대로 숨을 쉬기 시작한 지라 별이상이 없었고 열이 떨어지자 응급실에서 퇴원했다.

지민이의 상태가 호전되자 그제서야 현희씨는 아이를 구해준 고마운 분이 생각났다.

사우나에 전화를 걸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한라병원 간호사라는 사실만 들었을 뿐 이름 등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지민이가 감기기운이 계속 남아있어 현희씨는 주말에도 인근 의원을 찾아 지민이에게 링거를 맞혔다.

▲ 생사를 오가다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지민이 ⓒ제주의소리
지민이의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자 현희씨는 월요일 한라병원을 찾았고 피에 염증이 있어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다음날 지민이를 입원 시켰다.

이후 현희씨는 자신의 아이를 살려준 '은인' 찾기에 나섰다.

한라병원 간호사라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한라병원을 찾은 첫날부터 은인의 인상착의 등을 설명하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수소문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은인 찾기에 나선지 4일째를 맞아 현희씨의 사연을 들은 한 수간호사가 짐작가는 사람이 있다며 흉부외과체외순환실 박명희 기사장을 소개해 주었다.

현희씨가 드디어 은인을 찾았다.

박명희 기사장은 2003년부터 아주대병원에 근무하다 지난해 6월부터 제주한라병원 흉부외과 체외순환실 기사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모에서부터 침착한 성격이 느껴지는 박 기사장은 "퇴근후 사우나에 갔어요. 그런데 아이엄마인 것 같은 분이 살려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있어 무슨 일인가 하고 달려가봤죠. 가서 보니 아이는 청색증으로 마비증상이 있었어요. 솔직히 간호사 이긴 하지만 순간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어요.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하고 스스로를 뒤로 밀어내 버리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심장이 나를 채근하는 거예요. 빨리 도와주라고,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고. 어느새 아이엄마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아 인공호흡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은 숨이 멎더라도 3분이내에 숨만 돌아오게 하면 되니까 인공호흡을 열심히 했죠. 드디어 아이가 토를 하며 숨을 내쉬기에 '살았구나' 했죠."라며 담담히 그때를 회상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어디선가 도움의 손을 내밀어주는 박명희 기사장 같은 사람이 있기에 아름다운 세상이다. 당신의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 이 글은 제주한라병원에서 보내온 미담사례입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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