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 사례, ‘공공사업+자원봉사’ 결합돼야…“정부와 사회인식 변화가 우선”

서귀포시 ‘불량 도시락’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서귀포시청과 계약한 구내식당에서 지난 7일 관내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한 도시락 사진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며 마침내 강상주 서귀포시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담당과장을 직위해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제주의 소리’와 ‘연합뉴스’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문제의 도시락은 모닝빵 한 개에 단무지 몇 조각, 맛살 4개와 메추리알 5개,  역시 같은 게맛살 튀김 2개가 고작이었다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업주가 “문제의 도시락은 당초 제공한 원상태의 도시락이 아니며, 먹다가 중단한 도시락으로 실제내용은 모닝빵 1개, 집게살튀김 2~3개, 맛살전 부침 5~8개, 영양메추리알 5~6, 단무지 8~9조각이 들어갔다”고 해명했으나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시락 파문’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서귀포시는 아예 초상집이 돼 버렸지만 이를 지켜보는 다른 자치단체와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마음도 씁쓸하기만 하다. 결식아동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이 전부다 ‘문제의 도시락’인 것처럼 비쳐지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최근 마음이 영 편하지 못하다. 자칫 이 문제가 엉뚱한 쪽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도시락 파문’을 보는 네티즌들의 시각은 단 하나였다. “당신들의 자녀들에게 그 도시락을 먹일 수 있겠느냐”였다. 이는 관리감독을 못한 공무원에 대한 채찍이자, 도시락을 제작·공급한 식당 업주에 대한 당부도 담겨 있다.

이번 기회에 결식아동에게 제공하는 도시락에 일대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또 2500원이 너무 적지 않느냐는, 정부가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문제가 된 서귀포시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또 다른 자치단체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서귀포시 ‘도시락 유탄’에 초토화…시장 사과문 발표, 담당 과장 직위해제

정부 사업으로 제주도와 시·군이 이번 겨울방학부터 점심도시락을 제공하는 인원은 도 전체적으로 4684명. 60일치 전체 예산은 6억383만원으로 국가가 50%, 제주도가 25%, 그리고 시·군이 25%씩을 부담한다.

가장 처음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2500원이 한 끼 도시락 제공비용으로 적당한 것인지의 여부.

현재 초등학교 급식에 제공되는 비용이 평균 1500원꼴이다. 여기에 학교마다 다를 수 있지만 210~250원의 인건비가 추가로 부담된다. 결국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점심식사 비용은 한 끼니당 1700~1750원 수준인 셈이다.

학교급식이 1700원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질 면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은 우선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이상의 식사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급식시설이 사전에 갖춰져 있고, 또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1500원이라고 해도 양질의 점심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문제는 방학 중 결식아동에 대한 점심 도시락 제공은 학교급식과는 여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기간이 방학기간에 한정돼 있어 이를 일상적인 사업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또 지역별로 지정식당을 지정해 놓고 학생들이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할 여건도 안된다.
결식아동들이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에서 식당에 가서 먹도록 하는 것은 정부가 금지하고 있다.

또 쌀과 라면과 같은 부식으로 전달해 버리면 편하지만 따뜻한 밥과 국을 먹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이나 집단급식소, 식당과 계약해 도시락을 각 가정에 배달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회복지시설과 집단급식소 등과 같은 사회적 시설이 갖춰져 있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애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서귀포시가 바로 이 같은 경우에 속한다.
서귀포시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은 서귀포시종합복지관이 있다. 그러나 이 곳은 1주일에 3일은 노인급식시설을 담당하고, 3일은 자활후견기관에서 하는 독거노인 도시락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어 결실아동 급식을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태이다.

사회복지시설·자원봉사 없이 독자적인 사업만으로는 한계

서귀포시는 사회복지시설 이용이 불가능하게 되자 각 마을별 부녀회를 통해 도시락을 제작 제공하려 했으나 감귤수확철과 겹쳐 있어 각 마을별로 부녀회 동원이 여의치 않아 결국 서귀포시청내 구내식당과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서귀포시청 구내식당 혼자서만 관내 700여명의 결식아동 도시락을 책임지기에는 애당초 너무 힘이 벅찬 사업이었다. 자원봉사도 한 명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도시락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귀포시청 구내식당도 “도시락 단가가 2500원이긴 하지만 1회용 도시락 용기 구입비 300원, 배달료 450원, 조리사 인건비 등 경비를 제외한 순수 음식 재료비는 14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사정이 딱하기는 구내식당측도 마찬가지가 된다.

그렇다면 도내 타 자치단체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제주시와 북제주군, 남제주군에서는 이 사업을 철저히 ‘자원봉사’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제주시, 120명 자원봉사자 노력이 한 몫…순 식재료비에 2300원 사용

제주시는 한국복지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대상인원은 2400여명이다. 이중 몇 개동은 매일 자원봉사자들이 복지관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고 나머지 동들은 이틀에 한번 꼴로 배달한다. 대상인원이 2400명으로 많다보니 하루에 한번 배달한다는 게 사실상 힘들어 부분적으로 몇 개 동은 이틀에 한번씩 도시락을 전달한다.

이틀에 한번씩 도는 결식아동에게는 밥은 인스턴트 식으로 나오는 ‘햇반’을 제공한다. 햇반은 굳이 전자렌지가 없더라도 뜨거운 물만 있으면 데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햇반을 택했다는 게 제주종합사회복지관측의 설명이다.

햇반 한 개 비용은 1700원. 서귀포시 구내식당에서 음식 재료비로 쓰는 1400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양경철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식사를 조리하고, 배달을 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우리 종합사회복지관에는 120명의 자원봉사자가 있다. 이들이 2인 1조로 50개 조가 돼 매일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인건비나 배달비가 들지 않는다. 다만 많은 곳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차량 연료비는 지급한다. 이 비용은 2500원 중에 6~7%에 불과하다. 결국 2300원이 순수 식재료비로 쓰인다”

우선 종합사회복지관이라는 시설이 있고, 또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게 될 인건비 전부를 자원봉사로 대치해 2300원의 도시락을 전달하는 게 제주종합사회복지관의 노하우이다.

양 복지사는 “솔직히 이번 문제가 발생해 직접 이 사업을 담당하는 우리는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면서 “순전히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의욕이나 결식아동 사업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제주군, 공공일자리 창출 ‘자활후견사업’과 결합, 북군에선 별도 예산도 지원
 
북제주군은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과 자활후견기관 사업을 결합시켰다.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이 담당하는 곳은 북군 서부지역인 애월, 한림, 한경지역 400여명이 대상이다.

북군 자활후견기관은 이 사업을 위해 기관 산하에 도시락사업단을 설치했다. 자활후견기관 사업이 공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서 착안해 9명에게 공공의 일자리를 주는 셈이다. 9명의 인건비는 당연히 2500원이 아닌, 자활후견기관 공공의 일자리 사업예산으로 쓰인다. 

배달은 이들 9명에다 8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담당한다. 북군자활기관은 도시락도 밀폐형 도시락(락앤락)을 쓰고 있다. 6500짜리 도시락 800개(급식 대상 인원의 2배)를 구입하는데 50%는 별도의 예산으로 북제주군이 지원을 했다.

여기에다 자활후견기관은 간단히 ‘흙살림’ 단체로부터 유기농 야채를 무상지원받는다. 이렇게 해서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이 제공하는 점심식사는 대략 2100원 수준이다.

오근수 북제주군자활후견기관장은 “식당에서 한다는 것은 웬만한 정성을 갖지 않는다면, 또 만에 하나 이 사업을 통해 이윤을 보려고 한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오 관장은 “2500원이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액수일 수 있지만 우리가 가능한 것은 이 사업을 자활후견기관사업과 연동해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특히 도시락사업단 대부분의 자녀들이 급식 대상이기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정성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군 동부지역은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주·부식을 배달하고 있다. 대상은 295명이다.

“주·부식을 주는 것은 지양하도록 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제주군 관계자는 “대상에 따라서는 밥과 반찬을 만들어 가는 것보다도 쌀이나 돼지고기, 김 등 주·부식으로 전달받기를 원하는 가정도 있다”면서 “따뜻한 밥을 먹이자는 정부의 방침이 옳기는 하지만 수혜 대상자들의 생각이 제 각각 달라 가급적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제주군, 음식업중앙회서 17곳 식당 지정…자원봉사 차원 돈과 상관없이 식사 제공

남제주군은 좀 독특하다. 이곳에서는 타 지역에서는 좀처럼 힘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식당을 통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음식업중앙회가 이 사업을 담당해 줄 것을 의뢰했고, 음식업중앙회는 남군 읍·면별로 3~4군데씩 17군데의 식당을 지정했다.

17군데 식당 모두가 ‘자원봉사’라는 차원에서 이 사업에 참여했다.
지역과 식당에 따라 어떤 곳은 그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나서 배달하기도 하고, 아니면 식당 주인이 직접 발품을 팔며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남원읍 지역에서 도시락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마당갈비’ 이명순씨는 하루에 43명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이씨는 “솔직히 말해 이 사업이 너무 힘든 사업”이라면서 “시작할 때부터 자원봉사라는 생각에 시작했기 때문에 2500원이라는 금액이 상관없이 그들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식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정에 따라 밥과 국을 뺀 마른 반찬을 원하는 가정도 있고, 아니면 집에서 밥을 하기가 힘들어 찌개까지 만들어 줘야 하는 가정도 있다”면서 “나 역시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명이 많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서귀포시 도시락 문제로 나 역시 곤혹스럽다”면서 “이번 문제로 결식아동들을 위해 일하는 많은 분들의 뜻이 왜곡되지 말았으며 한다”고 덧붙이기고 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