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울산 보도연맹 200억원 국가 배상 판결

▲ 섯알오름의 넋들이여, 영면하소서!ⓒ제주의소리
국가 폭력에 희생된 제주 예비검속 피해자들도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지영철 부장판사)는 10일 울산 보도연맹 사건으로 숨진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51억4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이 지급을 명한 금액은 1950년을 기준으로 한 액수로, 선고 당일까지 매년 5%의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배상액은 200억원을 넘는다. .

정부가 좌익관련자를 전향시키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1949∼1950년 조직한 국민보도연맹은 대외적으로는 전향자로 구성된 좌익전향자 단체임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관변단체의 성격을 띠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당시 장석윤 내무부 치안국장은 전국의 보도연맹원 등을 즉시 구속하라고 지시했고 울산경찰서와 국군 정보국은 울산 보도연맹원을 소집ㆍ구금했다가 경남 울산군 대운산 골짜기와 반정 고개 일대에서 집단 총살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2006년 10월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개시, 2007년 11월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 명단 407명을 확정했다.

이에 유족은 희생자가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의 원칙,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당했고 이 때문에 유족이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고 국가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1960년에 유해가 발굴됐지만, 유족이 희생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하는 등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고 2007년 위원회의 희생자 명단 발표로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됐다"며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인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유족은 보도연맹 사건 이후 희생자의 생사에 관한 어떤 통지도 받지 못했고 경찰이 진실 규명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위원회의 발표 전까지 국가의 위법에 대한 의심만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희생자에게 2천만 원, 배우자에게 1천만 원, 부모와 자녀에게 200만 원, 형제ㆍ자매에게는 100만 원을 각각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과 유사한 게 제주지역 예비검속 피해자다. 제주지역에서도 한국전쟁 후 예비검속이 실시돼 제주시에서 1000여명, 서귀포 150여명, 대정읍 252명이 억울하게 살해됐다.

제주북부예비검속유족회, 백조일손유족회, 삼면유족회, 만벵디유족회가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회다.

특히 백조일손유족회의 경우 울산 보도연맹과 같이 2007년 11월 진실화해위가 '제주예비검속사건(섯알오름)'으로 규정 218명을 희생자로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찰에 예비검속된 218명이 1950년 7월 16~20일, 8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면 상모리(현,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에 위치한 일제시대 탄약고로 쓰던 굴에서 해병대사령부 모슬포부대 제5중대 2소대원 및 제3대대원에 의해 집단총살 당한 사실이 규명됐다고 밝혔다.

법원이 울산 보도연맹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폭력을 인정 2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남에 따라 제주지역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도 본격적인 대을 준비하고 있다.

백조일손유족회 오명수 회장은 "어제 법원 판결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제주북부예비검속유족회 등 나머지 3개 유족회와 함께 회의를 거쳐 공동 댕ㅇ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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