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복지부가 제의했다” vs 복지부 “서귀포시가 요구했다”…‘진실게임’으로 변질

수그러 들어갈 조짐을 보였던 서귀포시 부실 도시락 파문이 이번에는 ‘모범사례 선정’ 사실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며 제2의 도시락 파문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귀포시에서 부실 도시락 실태조사를 벌였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14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보건복지부가 서귀포시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 사업을 ‘시범(모범) 사례로 삼겠다고 밝혔었다”고 폭로한데 대해 보건복지부가 즉각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섬으로써 이번 사태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현애자 의원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3일 서귀포시청을 방문해 강상주 서귀포시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강 시장이 “보건복지부에서 서귀포시를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 시범사례로 삼겠다고 밝혔었다”고 말한 내용이 근거였다.  

현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K사무관이 지난 5일 결식아동 급식 전달체계 점검차 서귀포시를 방문했으며, 서귀포시가 현물(쌀과 라면 등)이나 상품권이 아니라 도시락을 매일 결식아동 가정에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있는 사실을 높게 평가해 "시범사례로 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 의원의 주장은 당시 K사무관과 함께 점검을 벌였으며, 이틀 후 K사무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는 서귀포시 담당과장과 담당계장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직위해제 됐던 담당과장은 부실도시락 파문이 언론에 보도되기 바로 직전인 지난 8일 낮 ‘제주의 소리’와 통화에서 “7일자 도시락이 다소 부실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날 제공한 도시락도 그런 수준이었던 것은 전혀 아니며, 오히려 실태점검을 온 보건복지부 담당자로부터  ‘모범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담당계장은 “보건복지부 K사무관이 실태점검을 마친 이틀 후인 11일 전화를 통해 '서귀포시를 시범사례로 삼을 테니 관련 자료를 보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담당과장과 계장은 부실도시락 파문이 터지자 이 같은 내용을 강상주 시장에게 보고했고, 강 시장은 현애자 의원에게 이 같은 내용을 하소연 식으로 말한 것이었다.

강 시장은 7일 문제의 도시락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다른 날도 그 수준의 도시락이 제공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시락 배달사업을 잘한다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칭찬까지 받았었는데 7일 도시락, 그것도 원래의 도시락이 아니라 조금은 먹었던 도시락만 집중 부각되면서 서귀포시가 온 국민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는 점을 하소연 한 것이다.

강상주 시장은 이에 대해 “담당과장과 담당계장이 그 같은 내용을 보고해 와 현애자 의원에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담당과장과 계장의 주장처럼 보건복지부 K사무관으로부터 “시범사례를 삼을 테니 관련 자료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건복지부는 엄청난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현지 실태조사에 나섰던 담당사무관은 물론 간부공무원들조차 자리를 내 놓아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례로 삼겠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들은 서귀포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나서고 있다.

K사무관은 이날 공개한 ‘서귀포 출장 경위서’를 통해 “담당자와 점검하면서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단체급식소를 이용해 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하고 있다.

K사무관은 오히려 “서귀포시 담당계장과 과장이 자신들의 사례를 수범사례로 해 달라고 부탁하고, 사후에 표창을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사무관의 주장과 서귀포시 담당과장과 계장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 K사무관이 7일 오후에 서귀포시 담당계장과 통화해 자료를 요청했던 것만은 일치하고 있다. 서귀포시 담당계장은 K사무관이 이 때 “시범사례로 삼겠다”며 자료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K사무관은 “택시를 이용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방법에 대한 자료만을 요청했을 뿐”이라며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다.

K사무관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서귀포시는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부실한 도시락을 제공해 놓고도 수범사례로 인정해 주고 표창장까지 요구했다면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정상적 사고’이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서귀포시 공무원의 주장을 언론에 공개했던 현애자 의원은 앞으로 이 문제를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정식으로 제기할 전망이다.

때문에 앞으로 진실게임은 민주노동당과 보건복지부 사이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서귀포시의 입장이다. 서귀포시는 ‘시범사례’ 문제가 터지면서 또 다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있다.

도시락 제공업체를 바꾸고 공무원들이 배달하도록 해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씩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시 서귀포시가 국민들의 관심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 도시락 문제로 국민적 지탄과 함께 보건복지부로부터 ‘문제의 자치단체’로 낙인찍힌 서귀포시는 이번 문제로 완전히 눈밖에 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 민주노동당과 보건복지부간에 전개될 ‘진실게임’에서 과연 진실이 드러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자칫 지루한 공방만 오고가는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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