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중 의료관련 독소조항 모두 삭제돼
도민 공감대 위에 제주의 실익을 모색하는 합리적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결국 지난 주말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였다. 제도개선과제라 불리기도 하는 이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은 참으로 첨예하고 지난했다. 영리학교, 영리병원 등으로 불리우는 교육과 의료의 민영화 논란이 논쟁의 주요 골자였다.

제주는 이미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로 거듭나는 과정에 외국인영리병원의 설치를 허용한 바 있다. 영리병원이 제주에 들어오면 고용이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되살아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도입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제주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수한 외국의 의료기관이 유치되어 지역경제와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했는가. 설치가 허용된지 4년째를 맞이하는 지금, 제주에 설립된 외국계영리병원은 단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영리병원이 지역경제 부양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주장 자체가 허구라는 사실이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영리병원을 ‘투자개방형 병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작년 반대여론이 높았던 영리병원에 대한 도민여론을 의식한 ‘말 바꾸기’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정확한 표현도 아니다. 영리병원의 정확한 명칭은 ‘투자자소유병원(Investor-owned hospital)’이다. 병원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질 낮은 의료장비를 사용하고,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고,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을 감축시키는 것이 영리병원의 현실이다.

   

내국인영리법인병원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이미 지난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최소한의 의료와 복지 안전망에 대한 굳은 의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정은 도민의 여론이 성숙하지 못한 탓이라며, 투자개방형병원으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정책을 재추진하려고 한다. 나의 의료서비스를 보장받고, 나아가 가난한 내 이웃이 적은 돈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려는 제주도민의 의지를 성숙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는 제주도정이야 말로 미성숙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가 3단계 제도개선과제에 포함시키려 했던 의료관련 조항들은 외국영리병원이 제주에서 자유롭게 병원운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허물기 위함임과 동시에 올해 다시 추진하려는 내국인영리병원 설치를 위한 사전작업 격의 조항들이었다. 마약류를 포함한 의약품의 수입 허가권을 비전문가인 제주도정으로 이양하는 것, 의료수가를 높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외국영리병원의 방송광고를 허용하는 것, 보건복지부 장관이 가지고 있는 외국영리병원의 개설과 관련한 승인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 등이 그 내용이었다.

다행히 지난 주말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간 제주도특별법에서 이러한 독소조항들은 모두 삭제되었다. 그리고 그 조항들이 삭제되기까지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제주지역시민단체들을 비롯해 전국 단위의 물밑 작업과 노력이 있었다. 이는 제주도특별법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요소들이 단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복지체계를 뒤흔들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의 증거이다. 또한 제주도가 제도개선과제의 핵심사안으로 추진하려는 내국인영리병원 설치는, 보수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조차 통과하기 힘든 비합리적 사안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른바 'MB법안‘을 둘러싼 입법전쟁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의 최종통과가 순탄할지 두고 볼 일이겠으나, 예정대로 상정된다면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이번 법안에는 의료관련 조항이 삭제된 대신 영리학교 도입을 위한 근거는 과실 소정국을 처음 주도한 것이 0교시 수업을 반대했던 10대 중고등학생 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영리학교는 그 문제를 더욱 노골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국회도 이의 전국화를 우려하여 제주만에 한해 영리학교를 도입하는 것을 전제로 법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도시들, 특히 무슨 무슨 경제자유구역이라고 명명된 지역에서 지역차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게 되면 표를 먹고 사는 정치권이 제주에만 국한키로 했던 영리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특별법 3단계 제도개선안 통과과정에서 보여졌던 지역 언론들의 모습 역시 문제였다. 그 내용의 실익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기 보다는 국회나 특정정당이 제주의 발전을 방해한다는 식의 논조로 마치 특별법 통

▲ 김아현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간사 ⓒ 제주의소리
과가 제주발전의 운명이 걸린 사안처럼 대부분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들 또한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진정 제주의 실익과 미래를 생각한다면 특별법 통과 여론몰이에 나선 도정의 행보와 달리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 내용을 짚어보는 지혜가 필요했지 않나 생각해본다.

올해, 다시 특별법 4단계 제도개선 추진이 이뤄지게 된다. 제주도 당국은 또 다시 영리병원 추진을 위해 벌써부터 여론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제주도의 사활을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국회에서 이것이 반영되지 못했는지, 어떤 전략이 도민 공감대 위에서 제주를 위한 유익한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는 방안이 되는지를 먼저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김아현 정책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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